목포 소녀의 인천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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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소녀의 인천 여행기
  • 김동환
  • 승인 2011.03.15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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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을 2박 3일
2011년 3월 11일, D-1!

내일 인천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홈 개막경기를 보기 위해 인천으로 출발했다. 목포축구센터에 전지훈련을 하러 왔던 인천 선수들을 보고 축구팬이 된 나는 직접 경기장에서 인천 선수들을 볼 수 있다는 마음에 정말 두근거렸다. 경기장에서 직접 축구 경기를 보는 것도 처음인데 그 첫 경기가 인천의 홈 개막전이라니!!

아침 9시 20분에 출발하는 버스표를 끊었다. 인천까지 4시간 10분이 걸린다고 한다. 조금 지루하긴 하겠지만 인천 경기를 보러가는거니까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어!

인천에 가는 동안 음악도 듣고 바깥 풍경도 감상하고 나니 어느새 인천터미널에 도착하게 되었다. 예전에 트위터를 통해 친해진 원선 언니에게 언제쯤 도착할지 멘션을 미리 보낸 덕분에 나를 마중하러 터미널까지 나와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저 멀리 보이는 언니의 모습이 정말 반가워서 마구마구 뛰었다. 언니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자 언니도 나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인천의 날씨가 매우 추울 거라고 생각해서 옷도 두껍게 입고 외투도 가져왔는데 다행히도 많이 춥지는 않았다.

이른 아침을 먹고 출발했더니 도착하자마자 배고픔이 느껴졌다. 때마침 원선언니도 점심을 먹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는 바로 구월동의 한 음식점으로 향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음식점은 감자탕과 뼈해장국을 파는 곳이었는데 여기는 내가 인천에 처음 와서 오후 훈련을 보지 못해 실망했던 날 들렀던 곳이다. 그때는 실망한 채로 와서 몰랐는데 지금은 설레는 마음을 안고 오니 음식이 정말 맛있었다.

오늘의 일정은 언니와 밥을 먹고 인천 선수들의 오후 훈련을 본 후에 이슬이를 만나는 것이었다. 훈련은 오후 3시에 예정되어 있었고 장소는 경기장 바로 옆에 위치한 보조구장이라고 했다. 원선언니와는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아마 인천 유나이티드 덕분이 아닐까? 물론, 처음에 만났을 때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기분이 좋은 이유는 우리는 축구를 좋아하고 인천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보조구장에 도착하니 선수들이 이미 훈련 준비를 하고 있었다. 홈 개막경기를 앞둔 전 날이어서 그런지 선수들이 매우 긴장한 모습이었다. 역시 축구선수들은 축구 할 때가 가장 멋있는 것 같다. 나도 학생이니까 열심히 공부해야지!

훈련을 모두 구경하고 이슬이와 헤어진 후, 찜질방으로 향한 나와 언니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트위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내일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설렘 때문인지 언제 잠에 들었는지도 기억을 못하고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2011년 3월 12일, 드디어 D-DAY!!

언제 잠에 들었는지도 모르게 아침 일찍 깬 나와 언니는 인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다시 나갈 준비로 분주해졌다. 근처에 사는 이슬이와 아침에 다시 만난 우리는 월미도로 향했다. 인천에 왔으면 인천을 제대로 경험해야 하는 법! 인천에서 유명하다는 월미도의 바이킹을 타기 위해서였다. 드디어 월미도에 도착, 멀리서 봤을 때는 몰랐는데 직접 가서 앞에서 바이킹을 보니 이건 너무 심한 거 같다! 바이킹이 거의 90도까지 올라가는 데 저걸 나보고 어떻게 타라고!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맨 꼭대기에 올라갔을 때의 느낌은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나와 이슬이는 거의 울 뻔했는데 원선언니는 전혀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하, 정말 대단한 언니.

짧게나마 혼란의 시간을 경험한 우리는 또 다른 인천의 명물인 화평동 냉면을 먹기 위해 이동했다.

냉면 집은 크기가 작았지만 그 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드디어 주문한 냉면이 나왔는데 보는 순간 바이킹을 볼 때와 마찬가지로 입이 크게 벌어졌다.

냉면이 담겨져 나온 그릇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양도 어마어마해서 이걸 어떻게 다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아침을 먹지 못한 덕분인지 어느새 나는 냉면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나도 이런 사람이었구나!

그렇게 점심시간을 보내고 나서 우리는 드디어 경기장으로 향했다. 경기장에 도착하자마자 마주친 건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역시 홈 개막경기라더니 정말 사람이 많이 오는 것 같다. 특히 이번에는 소녀 팬들이 많이 온다고 하던데 나의 경쟁자가 많이 늘어난 것 같아서 조금은 걱정이 되는걸!

드디어 경기가 시작됐다. 전반전에는 양 팀 모두 느슨한 플레이를 보여줘서 조금 지루했다. 집중할 수 없는 이 지루함……. 그래도 유준수선수의 활약은 정말 대단했다. 역시 인천에 드래프트 1순위로 들어올 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골대 앞에서 과감한 슈팅을 해줬으면 조금 더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해서 아쉽다. 후반전에는 유병수선수에게 아쉬운 기회가 많았던 것 같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골키퍼도 실력이 대단했다. 후반전이 끝나는 시간으로 갈수록 인천 유나이티드의 플레이는 더욱 거세졌다. 하지만 득점 없이 0대0 무승부! 정말 아쉽다.

오늘 경기를 보러 경기장에 온 관중 수는 27,831명이었다. 우와, 많다. 이번에 인천 유나이티드를 계기로 알게 된 친구, 동생들과 경기를 봐서 정말 재미있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덕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게 되다니, 인천 유나이티드는 정말 최고다!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을 향한 싸인 공세가 장난 아니었다. 아이들부터 아주머니들까지……. 오늘 많은 활약을 해준 유준수 선수부터 유병수 선수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싸인을 받고 사진을 찍기 위해 모여들었다. 그리고 아직 데뷔전을 치르지도 않았는데 박태수 선수까지 소녀 팬들을 몰고 다녔다. 정말 대단해! 하지만 정작 내가 좋아하는 이종현 선수는 경기에도 나오지 못하고 경기장에서도 만날 수 없어서 정말 아쉬웠어!

어느 새 인천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게 되었다. 내일 인천을 떠나려니 너무 슬프다. 마치 여기가 내 고향인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덕분에 인천시까지 사랑하게 되다니 인천 유나이티드는 참 대단한 능력을 가진 것 같다. 진짜 나는 인천 명예시민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저를 명예시민으로 임명해주시면 안될까요?

인천 유나이티드는 내가 축구를 알게 해주고 좋아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맺게 된 좋은 인연까지……. 인천 유나이티드를 평생 사랑할거다! 인천 유나이티드 파이팅!

목포 소녀의 인천 여행기,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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