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수, "올해도 느낌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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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수, "올해도 느낌이 좋습니다"
  • 김동환
  • 승인 2011.03.20 2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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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왕 - 기부왕에 모두 도전하는 유병수


▲ 인천 유나이티드의 유병수 (ⓒ 인천 유나이티드)

유병수 / Yoo, Byung-Soo

FW / No.10 / 1988.03.26 / 183cm 76kg

둔촌중 - 언남고 - 홍익대

2009~ 인천 유나이티드

프로통산 / 68경기 출전 37득점 5도움

인천통산 / 68경기 출전 37득점 5도움

태어날 때부터 축구선수는 나의 길이었다

유병수가 아직 세상의 빛을 보기 전, 부모님께서는 이미 아들의 앞날을 축구선수로 살아가게 하기로 이야기를 나누셨다고 한다.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이룰 수 없었던 아버지의 꿈과 운동을 좋아하는 본인의 의지가 하나가 되어 지금 이 자리에 서있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제가 축구를 시작할 때 쯤 이었어요. 대구에서 전국 고등학교 축구대회가 열렸어요. 아버지께서 경기장에 저를 데리고 가시더니 저 멀리 뛰는 선수를 가리키며 ‘저 선수의 플레이를 봐라, 최고의 선수다. 너도 저렇게 되어야 한다.’ 고 말씀하셨어요. 정말 기억에 남아요.” 유병수에게 인상을 남겼던 그 선수는 대한민국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인정받는 이동국이다.

안드레이 셰브첸코, 언젠간 꼭 만나고 싶은 선수

해외 축구 선수중에 안드레이 셰브첸코를 제일 좋아한다는 유병수. 페트코비치 감독이 인천 유나이티드를 이끌던 시절 터키에 전지훈련을 간 적이 있었다. 그 때, 유병수는 인천 유나이티드가 디나모키예프와 연습경기를 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훈련을 하면서도 언젠가 꼭 만나고 싶었던 셰브첸코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고 한다. 그 때만큼은 ‘축구선수 유병수’가 아닌 ‘축구팬 유병수’로 변신!

“진짜 그런 말을 하고 싶었어요. 내가 정말 해외 축구 선수중에 당신을 제일 좋아한다. 당신이 아니었으면 나는 이 자리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팬이 있다. 기억만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디나모키예프와의 연습경기가 무산되어 셰브첸코를 만날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다고 한다.

득점 본능, 반드시 내게도 느낌이!

공격수에게는 공격수만의 득점 본능이 있어야 한다. 유병수도 지금까지 자신이 득점을 기록했던 상황이 모두 기억난다고 했다. “진짜 못 믿으시겠지만 정말 다 기억나요. 그리고 득점 장면을 생각할 때마다 소름이 돋고요. 데뷔한 해에는 결승골을 많이 넣었고, 작년에는 득점왕을 할 정도로 많이 넣었으니까 기억이 안날 수가 없어요. 그리고 기억을 해야 어떤 상황에서든지 득점을 할 수 있는 거죠.”

자신의 득점 장면을 바탕으로 항상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도 모두 떠올린다는 유병수. 올해에도 어김없이 득점왕 자리를 예약한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궁금해 하는 유병수의 이상형

학창시절 오로지 축구에만 전념한 나머지 딱히 떠오르는 첫사랑의 기억이 없다는 유병수. 하지만 이상형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말이 술술 흘러나왔다.

“솔직히 얼굴 봐요(웃음). 그런데 조금만 봐요! 하지만 무엇보다 착했으면 좋겠어요. 운동선수를 내조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제가 축구선수로서 살아가는 동안 오로지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나이는 상관없어요. 저보다 어려도 되고 많아도 돼요.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죠.”

꼭 하고 싶은 세리머니가 있는 유병수

“진짜 해보고 싶은 세리머니가 있어요. 해외 축구 경기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선수가 득점 했을 때 관중석으로 넘어가서 펼치는 세리머니 하는 경우 있잖아요? 저도 그걸 하고 싶어요. 하지만 문학경기장은 관중석에 넘어갈 수가 없어서 아쉽죠. 나중에 숭의구장에 가면 꼭 관중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어요.”

세리머니의 진정한 의미는 팀을 응원하러 오는 관중들에게 보답하는 거라고 말한 유병수. 자신이 경고를 받더라도 모두와 함께 기쁨을 나누는 세리머니를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1골에 100만원씩 기부

얼마 전 자신이 득점할 때마다 100만원씩 적립해 복지시설에 기부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유병수. 특별한 이유가 있는걸까?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요. 제가 인천에서 데뷔해서 얻은 게 정말 많으니까요. 그러니까 작게나마 다시 돌려드리고 싶은 것뿐이에요. 저희 어머니께서도 항상 남을 돕는데 앞장서시니까 저에게도 영향이 컸죠.”

그렇다면 이런 선행을 통해 유병수 본인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제가 팬들에게 약속을 했잖아요. 만약 저희가 5대0으로 지고 있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잖아요? 그럴 때 저를 자극하는 뭔가가 없다면 체념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팬들에게 약속을 하게 되면 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게 되고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제가 다시 더 크게 팬들에게 돌려드릴 수 있고요. 인천에 있는 동안에는 계속 기부하고 싶은 생각이에요.”

전훈기간에 힘이 되어준 팬들의 선물

길고 길었던 힘든 전지훈련 기간 동안 유병수는 팬들의 선물을 엄청나게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인기인답게 다양한 종류의 선물을 받은 유병수. 어떤 선물이 가장 기억에 남을까?

“다양한 선물과 편지를 받은 것이 기억나요.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편지가 있는데요. 정말 엄청나게 큰 종이에 편지를 써서 저에게 보내준 분이 계세요. 종이 크기가 어찌나 컸던지 보는 제가 놀랄 정도였으니까요. 또, 선물은 핸드크림, 립밤, 칫솔 등의 생활필수품과 간식거리도 많이 받았고요. 그리고 참, 인형도 많이 받았어요. 인증샷을 다 올려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저에게 인형을 보내주신 분들 중에 비록 인증샷을 올리지 못했더라도 서운해 하는 분이 계시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팬들로부터 받은 사랑에 꼭 보답하겠다고 약속하며 일일이 고마움을 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을 끝맺었다.

제주와의 홈 개막전에서 대기명단에 들었을 때

“경기 전날, 감독님께 이야기를 들었어요. 내일 경기에서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할 것이라고요.”

상주전에서의 패배를 떨치기 위해 경기에 무척 나서고 싶었을 텐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어땠을까?

“글쎄요, 기분이 어떻다기보다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것이 있으니까요. 저로서는 감독님의 지시와 팀의 전술에 따르는 것이 갖춰야 할 자세이기도 하고요.”

제주와의 홈 개막전을 찾은 관중들은 아마 유병수가 대기명단에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점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말한다.

“저 나름대로 전반전이 진행되는 동안 후반전에 제가 투입되면 어떻게 경기를 펼쳐나갈지 미리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요. 그런데 후반전에 제가 뛰면서 생각대로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했던 것 같아요. 득점을 못했으니 만족스러웠던 경기는 아니었어요.”

축구선수 유병수, 만약 축구화를 신지 않았다면?

위에서 말했던 것과 같이 이미 유병수의 앞날은 축구선수로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만약에 그렇지 않았다면? 24살의 청년 유병수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저도 따로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저는 사실 가만히 한 자리에 앉아서 무엇을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에요. 혹시 오해하실 까봐 그러는데 공부를 못하는 건 아니고요! 제가 축구선수가 안되었다면 대한민국의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겠죠? 정상적인 교육과정 모두 밟고요. 지금쯤 나이면 아마 군대를 갔다 와서 사회생활에 고민하는 청년이겠네요. 저희 아버지의 일을 도와서 같이 할 수도 있겠고요. 아, 제가 글 쓰는걸 좋아해요. 아마 그쪽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축구선수로서의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공격수 유병수가 생각하는 공격수의 역할

데뷔 첫 해, 단번에 인천의 최전방공격수로서 큰 역할을 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은 유병수. 프로팀의 공격수라는 것은 은근히 부담이 될 만한 일이다. 그러면 공격수 유병수가 생각하는 공격수의 역할은 무엇일까?

“제가 생각하는 공격수가 해야 하는 역할은 첫째도 득점, 둘째도 득점이라고 생각해요. 11명이 펼치는 경기에서 공격수는 가장 앞에서 득점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그가 달고 있는 등번호 10번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10번은 포지션을 떠나서 팀의 주축선수에게 주어지는 번호라고 생각해요. 물론 제가 말씀드린 주축선수라는 것의 의미는 팀에 항상 도움이 되어야 하고 이기는 데 큰 힘이 되어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10번을 달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사실 처음에 10번을 달 때 주변사람들의 권유도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달고 싶다고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2년째에 10번을 달게 된 것이 어쩌면 좀 부담이 돼요. 잘하면 괜찮은데 10번 달고 제 역할 못하면 좀 그렇잖아요? 사람들이 안 좋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10번이면 10번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병수는 언젠가 꼭 10번을 달고 경기를 뛰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기회가 정말 빨리 와서 더욱 의욕이 생긴다며 올해도 반드시 득점왕을 차지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트위터 열풍의 핵, 유병수

얼마 전, 공중파 뉴스에서 유병수가 트위터를 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트위터의 바람에서도 역시나 중심역할을 하는 유병수. 자신은 트위터의 열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트위터의 장점은 많은 분들께서 저에 대해 쉽게 아실 수 있게 된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크게 보면 저를 비롯한 팀의 모든 선수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되고요. 선수들에 대해 잘 아실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는데 트위터를 하게 되면 저희들의 훈련일정이라든지 운동할 때의 모습들에 대해서도 아실 수 있고요. 저희들도 보통 사람들과 다를 게 없다는 걸 얘기할 수도 있고요. 그리고 선물도 많이 받아서 좋고요(웃음).”

하지만 그도 트위터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저로서는 먼저 팬들에게 일일이 답변을 보내드리지 못하니까 죄송하게 생각해요. 그리고 많은 분들께서 아시는 것처럼 트위터도 중독성을 갖고 있어요. 선수들은 당연히 훈련과 자기관리에 충실하니까 자제를 잘 하고 있지만 은근히 무서운 것 같더라고요.”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 중에서 유병수는 자신이 트위터를 가장 먼저 시작했다고 말했다. 작년 8월정도 부터 트위터에 관심을 갖고 시작했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한다.

“따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죠. 물론 저랑 맞지 않았다면 진작 하지 않았겠죠. 그런데 잘 맞더라고요. 팬분들과 쉽게 소통할 수도 있고요.”

유병수의 트위터를 방문한 팬들이라면 최근에 가장 이슈가 된 일에 대해 알 것이다. 바로 보일러가 고장 나서 냉동고와도 같은 방에서 잠을 자야 했던 일말이다. 추운 방에서 잠을 자는 유병수를 팬들은 얼마나 불쌍하게 생각했을까?

“네, 안 그래도 조금 아까(인터뷰 진행일은 14일) 보일러 좀 고쳐달라고 말하고 왔습니다. (이 부분에서 유병수와 기자는 한바탕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 이런 일들이 제 트위터에 올라가고 또 많은 분들께서 보고 재미있어 하시니까 저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제가 팬이라도 선수들의 사생활이나 숙소생활에 대해 궁금해 할 수도 있으니까요.”

유병수가 바라는 미래의 K-리그

유병수도 언젠가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축구선수가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서 살아가게 될 터. 당연히 그도 한번쯤은 미래의 자신의 모습이나 K-리그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았다고 한다.

“언젠가 시간이 흐른 뒤에……. 물론 아직 저희도 이곳에 있지만, 모든 팀이 저희가 곧 가지게 될 숭의구장과 같은 축구전용구장에서 경기를 뛸 수 있길 바라고 있어요. 그리고 경기장 안에 사람들이 정말로 많이 와서 꽉 찬, 그런 멋진 모습을 상상해요. 그리고 중계도 더 많아져서 경기장에 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TV를 통해서라도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축구선수가 아닌 유병수. 아직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축구선수가 아닌 유병수는 어떤 인생을 살아가게 될까.

“아직 확실한 것은 없어요. 지금은 미래를 보고 뛰는 축구선수니까요. 하지만 아주 가끔 천장을 바라보며 혹은 하늘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해요. ‘미래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이런 생각이요. 지도자? 아니면 자영업? 가만히 있다가 이런 생각을 할 때 ‘그래, 지도자도 나중에 해볼 만하겠다’고 결론을 낼 때도 있어요. 제가 제 손으로 직접 선수를 키운다는 것도 꽤 매력적이거든요. 그리고 힘들겠지만 큰 매장도 내서 장사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할 때도 있고요. 제가 앞으로 ‘이것을 딱 하겠다’ 이런 뜻은 아니고요(웃음). 아직은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은 ‘축구선수 유병수’로서의 인생을 살아갈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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