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봄' - 물가폭등에 서민 허리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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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봄' - 물가폭등에 서민 허리 '휘청'
  • 이혜정
  • 승인 2011.03.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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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물가불안 진정기미 안 보여 … 대학생들도 '끼니 걱정'


겁나게 뛰고 있는 장바구니 물가

취재 : 이혜정 기자

최근 일본 대지진과 리비아 사태 등의 여파로 원자재값이 폭등하고 있다. 그래서 서민 가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신선식품 가격도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허리를 휘청이게 한다. 더구나 입학과 결혼 등 가계 지출이 많은 봄철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가상승 바람'까지 거세게 불면서 서민들의 삶을 더 궁핍하게 만들고 있다.

서민들이 불안해 하는 것은 물가불안이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물가가 뛰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가 지금 수준보다 더 오르거나 전기와 수도요금 등과 같은 공공요금, 식품 등이 지속적으로 오른다면 '물가 압력'을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는 게 서민들의 하소연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소비자 물가는 27개월 만에 최고치인 4.5%를 기록했다. 특히 인천지역의 경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전년대비 4.4%로 상승했다. 또 52개 주요 생필품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 역시 전년동월대비 5.0%로 크게 올라 "장보기가 겁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서민들이 즐겨 찾던 돼지고기는 전년동월대비 38.7% 크게 올라 '그림의 떡'이다. 생선류, 채소류, 과실류 등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동월대비 20.1%로 상승했다. 특히 양배추(191.4%), 배추(96.4%), 오징어(53.8%), 콩(62.9%) 등도 치솟으면서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고 서민들은 호소한다.

전업주부 오모(30. 부평구 부평동)씨는 "남편월급은 한정돼 있는데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점점 치솟고 있으니 장보기가 두렵다. 계속 물가가 오르면 우리 같은 서민들은 굶어야 할지도 모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식당들 가격인상 표시.

식당가 일제히 가격 인상
특히 구제역으로 돼지고기 관련 식당 힘들어

이처럼 다양한 품목 가격이 급등하자 올 초부터 식당들도 일제히 가격을 올렸다. 특히 얼마 전 구제역 여파로 국내 출산물 시장이 붕괴되면서 삼겹살과 족발 등 돼지고기류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식당은 물론 소비자들까지 울상을 짓고 있다.

남동구 구월동에서 국내산 생돈육을 전문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2)씨는 불과 2개월 전만 해도 1kg에 1만원씩 돼지고기를 들여왔다. 구제역 발생으로 물량이 많지 않아도 1인분(200g)에 9천500원은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국내산 돈육 출하량이 줄면서 국내산 생돈육이 1kg당 1만8천원으로 치솟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소비자 가격을 1만2천원으로 올렸다.

이씨는 "가격을 올리지 않고 식당을 운영하려고 했지만, 이전 가격인 9천500원을 받으면 원가 1kg당 1만8천원에 1인분(200g)이면 3천600원으로, 고기값만 판매가격에 40% 정도 차지하게 된다"면서 "천만원의 월세, 10명의 인건비, 식재료값 등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얼마 전부터 가격을 올려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삼겹살에 비해 전지살(앞다리) 가격이 많이 올라 김치찌개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점심식사로 많이 찾는 직장인들을 위해 6천원은 유지하고 있다.

중구 신포동에서 5년째 고기집을 운영하는 주모(47)씨는 1주일 전부터 판매되는 삼겹살과 돼지갈비 가격을 각각 1만1천원, 1만3천원으로 올렸다.

주씨가 들여오던 돼지고기 10~20kg의 가격은 18만원. 그러나 두 달 전부터 돼지고기 가격이올라 24만원에 들여오고 있다. 

"점점 원가가 비싸지니 도저히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없어요. 인건비에 10가지 정도 되는 반찬 재료, 전기세와 수도세 등을 따지고 보면 장사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려도 이윤을 많이 남기지 못합니다."

주씨는 "돼지고기 값 인상과 함께 인건비를 줄여보려고 종업원 한 명을 내보낸 상태"라고 말한다. 현재 주씨의 대학생 딸이 식당 일을 도와주고 있다고 한다. 

돼지고기 관련 식당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부속품을 식재료를 이용하는 순대국 집도 마찬가지다.

서구 가좌동에서 8년째 순대국 집을 운영하는 이모(44)씨는 "그나마 삼겹살 등 고기류는 수입고기로 대체할 수 있지만, 내장 등은 수입할 수 없다"면서 "선지와 내장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식당을 운영했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내장류는 150%, 돼지머리는 100% 원가가 올랐어요. 현재 순대국 보통 6천원, 특 7천원은 올리지 않고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오르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이씨는 "납품하는 업체 이야기를 들으면 '돼지고기 값이 안정적이려면 짧게는 1년에서 길게 2년은 본다'고 한다"면서 "어쩔 수 없으니 이 시기가 빨리 지나가기만 기다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돼지고기 전문 음식점들의 '푸념'은 그래도 낫다는 업종도 있다. 김밥을 중심으로 돈가스와 제육덮밥 등을 팔고 있는 분식점들이다.

부평역 근처에서 11년째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민옥(54)씨는 "육류 관련 식당과 달리 분식집은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없어 돼지고기 등이 주로 들어가는 메뉴를 당분간 팔지 않기로 했다"면서 "하루 평균 매출 70% 정도가 돈가스와 제육덮밥인데 앞으로 타격이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평구 십정동 수입 돼지고기 도매상에서 일을 하는 한 직원이 
당일 납품할 수입 삽결살을 냉장고(창고)에서 꺼내고 있다.

돼지고기 식재료가 두 배 이상 올라 돈가스용 돼지고기 5매 3천500원에 납품받던 게 현재 7천500원에 들어온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그는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밥, 샐러드, 소스 등 식재료 값과 인건비 등의 원가가 3천원 정도였지만 현재 4천500원 가량 된다"면서 "배달료와 임대료 등을 제외한 음식가격과 원가가 500원밖에 차이가 없어 팔수록 손해가 나니 당분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에게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회사원 하모(31·연수구 연수동)씨는 평소 자주 찾는 보쌈집에서 보쌈 중(中)짜리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한 달 전 2만4천원 하던 중(中) 보쌈이 2만6천원으로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혼자 자취해 퇴근하고 나면 1주일에 두세 번은 인근 먹자골목에 나와 친구들과 저녁을 먹는다고 한다. 하씨는 "평소 삼겹살을 좋아하지만 최근 가격이 많이 올라 보쌈 등으로 돼지고기 메뉴를 바꿨는데, 보쌈마저 오르고 나니 돼지고기를 앞으로 끊어야 할 듯싶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원 김모(38·부평구 청천동)씨는 "평소 순대국밥을 즐겨 먹는데, 오늘 점심으로 먹은 순대국밥엔 달랑 순대 4개랑 내장 2개 정도 들어 있었다"면서 "단골집인데다 TV를 통해 어려운 사정은 이해하는 터라 주인에게 별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이렇게 나온다면 사먹을 순 없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직장을 다니다 일을 그만둔 안모(52)씨는 오랜만에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먹기 위해 삼겹살을 사러 동네 정육점에 들렸다. 그런데 삽겹살 가격을 보고 안씨는 놀랐다. 삼겹살 1근(600g)에 1만2천원, 10% 할인을 받아 1만1천원에 구입을 했다.

안씨는 "지난해 이맘때 국내산 삼겹살이 1근(600g) 8천~9천원이었는데 1년 만에 1만2천원까지 올랐다니 믿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정육점에서 이렇게 판매되고 있으면 식당에서는 더 비싸게 판매하고 있겠지요. 이게 무슨 서민음식입니까? 이러다 돼지고기 구경을 하기도 힘들어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부평구 십정동의 한 도매상은 "지난해 국내산 삽겹살 지육경매단가가 1kg에 4천원이었는데 현재 6천원~6천500원 선"이라며 "특히 여름철이 되면 삽겹살 소비량이 늘어나는데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삼겹살과 목살은 대체할 수 있지만 돈가스, 제육볶음, 탕수육 등 요리용으로 사용하는 등심, 후지 등은 수입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더 급등했다"면서 "더구나 학교급식(국내산만 사용)이 시작하면서 물량이 매우 부족하다"라고 덧붙였다.

도매상인들에 따르면 수입육으로 대체가 불가능한 후지와 등심 지육경매단가는 각각 1kg에 3천200원에서 7천원, 1kg에 3천700원에서 9천원으로 올랐다고 한다 또 수입 돼지족발 1박스(20kg)가 두 달 전 6만원에서 14만원, 수입 삼겹살 1박스(15kg)는 8만4천원에서 10만원, 목전지살은1박스(20kg) 9만원에서 10만6천원으로 각각 뛰었다.

또 다른 정육 도매상 김모((53)씨는 "내장 중 곱창과 막창은 북미지역에서 수입이 이뤄지고 있고, 돼지 한 마리당 나오는 양도 많아 그나마 유통량이 유지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부속부위라 불리는 간, 허파, 암뽕, 오소리감투 등은 도매상인 우리도 구경하기 힘들다"라고 했다.


대학가 학생들도 끼니 걱정
식품값 천정부지로 인근 식당가격 인상

비싼 등록금과 전세난에 골머리를 앓던 대학생들이 당장 끼니까지 걱정하는 상황에 놓였다.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식품값에 대학가 식당들도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인하대 먹자골목 안에 있는 한 식당 주인은 "주변 식당들이 다 경쟁 관계라 큰폭으로 올리지는 못하고 학생들의 부담을 고려해 최소한으로 500원씩만 인상했다"면서 "지난해부터 음식값을 올리려고 눈치만 보다가 결국 최근 음식재료값이 너무 많이 올라 불가피하게 올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식당 주인은 "배추, 대파, 양배추 등 음식의 기본이 되는 식자재 값이 2배 가량 오르다 보니 음식값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면서 "보통 3천500원짜리를 팔면 800원 정도 남는데 지금 4천원으로 올려도 200원 남는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가장 싸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분식점도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서 김밥 한 줄에 1천원하던 게 1천500원으로 올랐다. 라면도 최대 3천원까지 인상됐고, 돈가스도 3천500~4천원에서 5천~5천500원으로 오른 상태다.

이처럼 대학가 식당들이 줄줄이 인상을 하다 보니 개강을 한 지역 내 대학생들의 주머니 사정도 더욱 가벼워지고 있다.

인하대 김현호(23)씨는 "바쁘면 식당에서 사서 먹기도 하는데 밥값이 너무 많이 올라 걱정이다"면서 "'500원이 뭐 많이 오른 것이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담"이라고 말했다.

자취를 하고 있는 인하대 이모(22)씨는 "아침과 점심은 대충 군것질로 때우고, 저녁은 주로 집에서 해먹었는데 뭘 해먹어야 할지 걱정"이라며 "재료값이 너무 치솟아 매일 끼니 걱정을 하는 내 자신이 어쩐지 불쌍하게 여겨질 때도 있다"라고 했다.

또 다른 자취생인 신모(21)씨는 "재료값이 올라 밖에서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그냥 사먹을 때가 많다"면서 "요즘은 식비를 줄이기 위해 한두끼를 몰아서 먹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도 어렵고 학생들 사정도 뻔한데 매년 오르는 물가인상분을 음식가격에 반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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