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난 속 구인난' 아주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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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난 속 구인난' 아주 심각하다
  • 이병기
  • 승인 2010.02.12 0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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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는 눈높이 낮추고, 업체는 직원 복지 배려해야


송풍기를 만드는 제조업체 탑에어(주)는 신규 직원을 채용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취재:이병기 기자

#. 탑에어(주)

남동공단에 위치한 탑에어(주)는 송풍기를 만드는 제조회사다.

2005년 창업 이후 2008년 연매출 25억원, 2009년에는 전년도에 비해 두 배인 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도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신규 직원을 채용하려고 하지만 좀처럼 쉽지 않다.

남동공단 대부분의 중소업체들이 그렇듯, 탑에어에서 제시하는 근로 조건이 대기업 기준의 눈높이에만 맞춰 있는 구직자들에게는 성이 차지 않기 때문이다.   

자체 생산라인을 보유한 탑에어는 27명의 직원 중 관리직 몇 명을 제외하면 대표와 이사까지 대부분 현장에서 일손을 돕는다. 생산직에 종사하는 직원들은 다소 차이는 있지만, 보통 2010년 최저임금인 시급 4110원을 받는다.

탑에어는 작년 8월 이후 20인 이상 사업장으로 등록되면서 주 5일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주당 44시간을 평균 근로시간으로 봤을 때 생산직 직원의 기본급은 86만원 정도. 여기에 수요일을 제외한(남동공단 대부분의 중소업체들은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하고 근로자들이 집에 일찍 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평일과 토요일 잔업수당까지 포함하면 130~140만원이 직원들의 실수령액이다. 물론 4대보험이 적용되며, 1년 이상 근속자에 한해 상여금 200%를 지급한다.

탑에어는 관내 다른 중소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그나마 조건이 나은 편에 속하지만, 구직자들의 눈을 채우기는 아직도 부족하기만 하다. 얼마 전 경인고용지원센터를 통해 신규 채용한 30대 현장관리자 3명과 외국인 노동자 3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생산직 근로자는 모두 40대 '아주머니'다. 현재의 근로 조건으로는 남자 사원을 채용하기도 쉽지 않다.

이성희(49, 연수동) 탑에어 생산이사는 "어려운 형편의 중소기업 특성상 급여도 높지 않고, 실제로 여유인력이 없다 보니 신입사원이 들어와도 자세히 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신입직원도 스스로 일을 배우기 위한 노력이 부족해 수습기간 3개월을 이겨내는 사람이 드물다"고 하소연했다.

이 생산이사는 "이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강요하거나 희생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라며 "서로 조금씩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적극 구인에도 채용 못한 인원 6천여명


경인고용지원센터에서는 매주 '구인구직 만남의 날'을 열고
중소업체와 구직자들을 연결시켜 주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관내 제조업과 생산직 중소기업들의 구인난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 경인지방노동청이 발표한 고용정보지 '일과 희망 2월호'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인천지역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채용계획인원이 1만3281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2009년 4월~12월 채용계획인원 대비 7.2%가 증가한 수치다.

인천지역 사업체에서 2009년 3/4분기 동안 적극적인 구인에도 채용하지 못한 인원은 5819명(현원대비 1.5%)으로, 이 중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 미충원이 97.3%에 달했다.

미충원이 있다고 대답한 중소기업의 49.1%는 '지원자가 없음' 또는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에 못 미침'이라는 사유로 인력을 채용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청은 전반적인 경기회복의 영향으로 올 6월까지 인천지역의 고용사정이 작년에 비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중소기업들의 구인난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의 채용계획인원이 6155명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2424명), 전기·운수·통신·금융업(2315명)이 뒤를 이었다.

직종별 채용계획인원도 건설·생산직(5997), 판매 및 개인서비스직(4201명), 경영재무직(2025명) 순으로 조사됐다.

노동청은 중소기업들의 구인난을 해결하기 위해 근로조건의 악화로 구인이 어려운 중소기업 빈일자리의 취업지원과 구직자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하다.

경인고용지원센터는 채용박람회, 구인구직 만남의 날, 채용대행서비스, 동행면접 등을 통해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의 손발을 돕고 있다. 이 중 거의 매주 1회 이상씩 열리는 경인채용광장 '구인구직 만남의 날'은 구인을 원하는 업체 인사담당자가 경인지원센터에서 직접 면접을 보고 신입 직원을 선발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2월 들어 처음 열린 지난 3일에도 40여명의 구직자가 업체 면접을 보기 위해 고용지원센터를 찾았다.

남동공단에 위치한 Y업체는 냉동창고 도어제작을 하는 제조업체로, 신규 생산직원 6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단, 30~50세 남성이어야 하며, 잔업수당을 제외하고 월 130만원을 임금으로 지불한다. 6개월 후에는 300%의 상여금이 지급된다.

구직을 원하는 면접자들은 이력서 제출 후 앉아서 면접을 기다리거나 업체의 정보가 담긴 게시판을 뚫어지게 쳐다보기도 한다. 중소업체의 구인난도 어렵지만, 일을 하고 싶어도 그렇지 못하는 실업자들의 얼굴 표정 역시 어둡기만 하다.

면접에 참가한 A씨는 "전에도 만남의 날에 참여했지만 연락이 없어 다시 오게 됐다"며 "이번에는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문성재 경인종합고용지원센터 취업특별지원반 담당은 "업체와 구직자들은 이곳에서 1차 면접을 보고, 현장에서 다시 2차 면접을 거쳐 최종적으로 채용을 결정짓는다"며 "구직자들의 경우 채용 전 현장을 미리 보고 확인하면 거부감이 줄어 이직률이 낮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직과 구인난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구직자가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제 생산직 중소업체들의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에 다른 대기업과 비교하기보다는 현실과 자신의 상황에 맞춰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담당은 또 "구인 업체 역시 구직자들의 복지를 향상시켜 장기근속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신규직원을 채용할 경우 들이는 노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한 근로자가 오래도록 근무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생각을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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