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현장의 와이파이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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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현장의 와이파이 갈등
  • 정세국
  • 승인 2020.01.2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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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국 / 인천대학교 산학협력중점교수

 

최근 국내 자동차 M사에서 조립현장에 있는 와이파이를 단절함으로써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조립 중에 있는 근로자가 동영상을 보면서 조립하여 안전 위험에 노출된다는 회사 측과 현장 소통을 위해서는 단절해서는 안된다는 노조 측의 입장이 대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의 작업 집중에 관한 문제는 어제오늘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자신의 핸드폰을 통해 드라마나 영화 등의 동영상을 보거나 미처 보지 못한 오락물을 시청하는 일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는 신문이나 책 등을 현장에 가져가서 보는 일이 다반사였다. 당시 관리자들은 신문 등을 없애기 위해 점심시간에 일제히 현장 곳곳에 숨겨놓은 볼거리들을 치워버렸다. 현장 작업자들은 볼멘소리를 하였고 노조는 이 일을 두둔하기에 거침이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자동차 회사의 조립라인에서는 신문지 등이 보이지 않았다. 현장 관리자는 이유를 유럽에서 연수를 받기위해 넘어온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줄 것 같아 노조에서 자발적으로 신문 등을 현장에 가져가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하였다.

공정 흐름 중에 집중하지 못한 결과는 조립 불량으로 나타나 재조립하거나 고객에게 인도된 후에 발견되는 경우 치명적인 손실로 나타난다. 조립품의 느슨한 체결로 인해 차후에 해체 후 재차 작업하는 경우도 있었다. 재작업의 경우 들어가는 비용은 정상 조립의 몇 배가 소요되는 것은 뻔한 일이다. 불완전 조립은 일하는 곳을 안전사고 발생지역으로 만들기도 한다. 구입한 차량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소리의 원인은 나사가 덜 체결되었다거나 아예 놓쳐버린 나사가 차량 속에서 이리저리로 굴러다니는 경우도 있었다. 현장의 작업자들 사이에서 돌고 있었던 말 가운데 차를 출고해 대전까지 갔는데 시동이 꺼져 본네트를 열어보니 엔진이 없더라는 말은 이런 현상을 대변해 주고 있다. 지금이야 이런 구시대적 관리가 사라졌다지만 흔적이 남아 있는 한 완전 탈피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신문 대신 와이파이를 통해 여러 문제가 생기므로 이를 사전 봉쇄해 발생의 근원을 없앤다는 것이 관리자들의 논리이다. 반면 작업시간 중 노동권익과 관련된 문제를 직접 전달해야하는 긴급한 경우를 위해 외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놓아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만약 조립과정에서 체결나사가 1개 없어지면 그것을 찾을 때까지 조립 라인을 정지시키고 전후 조립된 차량을 분해하여 그 나사를 찾아냄으로써 고객에게는 절대로 인도되지 않도록 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이 M사는 90년대 이전에는 회사 전체의 품질관리 의식이 그다지 신뢰받지 못할 정도였다. 그때만 해도 협력회사에서 Just in time을 기준으로 부품 공급 연결문제로 인해 컨베이어밸트가 5분 정지되면 분당 500만원의 벌금을 매긴 적도 있었다. 협력회사는 엄격한 통제가 가능하였으나 노조와는 대립각만 세우기 일쑤였다.

노동조합의 입장에서는 현장의 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와이파이의 연결이 필수적이다. 이를 필요할 때에만 이용하면 문제가 될 수 없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가 문제인 것이다. 자신에게 부여된 사이클타임을 활용하여 두 세 공정 선작업 해놓고 동영상을 보고 있단다. 자기 스스로 시간을 아껴쓰고 있다는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 행위는 고객에게 제공해야 할 적절한 서비스를 가로막고 있는 행위가 된다. 현장에서의 제품공정 품질수준은 가장 엄격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품질문제로 고객이 떠나버리는 경우에는 노사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된다. 근로자는 기본적으로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내가 담당하는 한 공정 한 공정이 고객에게 작은 서비스일수도 있으나 작은 물방울이 모여 시내를 이루고 강을 만들고 바다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기업과 노동의 목적은 어느 것이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는가가 아니라 양측면이 모두 협력하여야 개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기업은 설계단계에서부터 고객 만족을 고려하는 것이어야 하며 마지막 조립단계에서 엉망이 되면 결코 살아나갈 수 없다. 노동자도 자본과 노동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고객을 놓치기 쉽다. 고객은 영업사원 등으로부터만 제품의 품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고객에게 제시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결코 품질불만이나 하자가 없어야 한다. 고객만족은 구성원 한사람이 자신의 역할에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정도를 달성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는 일이다.

20년 전에는 외국산 차량의 국내 매출 비중이 1% 미만이었는데 어느새 10% 가까이 다가서 있다. 최근 품질문제로 외국 차량 구입을 외면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이미 자국 기업 보호나 민족주의적인 감각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불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GM의 군산공장 철수에서 보듯이 기업이 무너지면 일자리도 그 만큼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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