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인 일가족 '희망'을 앗아간 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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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인 일가족 '희망'을 앗아간 화마
  • 인천in
  • 승인 2020.02.1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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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학동 전세방에 8일 화재... 일가족 5명 '망연자실'
- 정부 지원 어려운 가운데, 내일을여는집, 동 행정복지센터 등 돕기 나서
- 지역 차원 후원물품, 기금 등 접수
몽골인 일가족 돕기에 나선 계양 사람들. 계양구 재향군인회, 계양2동 행정복지센터, 내일을여는집 관계자 등이 화재로 위기에 처한 일가족 돕기에 나섰다.

 

지난 8() 계양구의 한 셋방에 불이나 어린 아이 3명을 포함한 5명의 몽골인 일가족의 삶이 위기에 처했다. 계양지역 복지단체 등이 임시방편으로 이들을 돕고 있으나 정부의 제도적인 지원이 어려워 동 복지센터와 계양지역 복지단체 등 민·관이 함께 이들의 안정적인 지원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8일 오후 4시쯤 계양구 임학동에서 발생한 화재로 계양구 재향군인회 건물에 세들어 살던 몽골 가족의 보금자리가 폐허가 되어버렸다. 누전으로 추정되는 화재였다. 갑작스런 불로 사람 몸만 빠져 나왔는데, 불은 1시간만에 집안 전체를 태우고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꺼졌다.

 

화재 당시 전세방에는 몽골인 멍다르(가명, 64)씨가 그녀의 손주 3명과 함께 있었다. 멍다르씨는 2001년 한국에 관광비자로 나왔다가 한국인과 결혼했다. 남편은 13년 가량 멍다르씨와 살다 2017년 세상을 떠났다. 남편은 숨지기 전 멍다르씨의 딸과 손자 셋(4, 2살 쌍둥이)을 한국으로 초청했었다.

 

불이 나던 날 딸은 외출했다가 폐허가 된 집에 돌아와 실신하다시피 쓰러졌다. 단지 어머니와 아이들이 무사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몽골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던 딸 아노(가명) 씨는 현재 수원에 있는 칼빈대학교 대학원(글로벌 문화산업 경영학과)에 유학생 신분으로 와 공부와 일을 겸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들이 화재로 재산을 잃고 갈 곳도 없는데, 한국에 아는 사람도 전혀 없다는 것이다 멍다르씨는 2006년에 혼인신고는 하였지만 아직도 내국인 국적을 취득하지 못했다. 국적을 취득하려면 기본 재산(3천만원)과 한국어능력시험(TOPIK)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정부 지원이 어려운 이유다. 내국인 국적 취득을 차일피일 미루다 남편마져 세상을 떠나고, 남편의 한국인 자녀들도 외면하니 의지할 곳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들이 몽골로 돌아가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도 그동안 한국인 남편이 몽골인 딸을 초청해 주고, 희망을 갖고 학교에서 공부를 시키던 중에 세상을 떠나 힘들지만 유학 비자로 하루하루 서로 의지하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참혹한 화재 현장에서 멍다르씨 등 몽골인 가족은 긴급 지원을 받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증명해 줄 수 있는 비자나 관련 서류를 찾아야 했으나 화재더미에서 건질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에 한 주민이 내일을여는집에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했다. 내일을여는집에서 운영하던 사회적기업 계양구재활용센터는 지난 20173월 화재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사장 이준모 목사(56)와 직원들은 곧바로 달려가 몽골인 가족을 돕고자 했다.

 

그러나 멍다르씨는 지금까지 주민등록을 발급받지 못했고, 남편은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생계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당장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생계비 지원이나 내국인에 대한 긴급지원도 받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 정부가 고인이 된 한국인 남편과 혼인신고가 되어 있어서 긴급지원을 해 준다고 하더라도 심사가 매우 까다로운 게 현실이다. 설령 긴급지원을 받는다고 치더라도 화재의 원인이 귀책사유가 되면 지원금을 환수조치해야 한다. 그 외 제도적인 지원을 살펴봐도 외국인이라 딱히 사회안전망 시스템으로 도와 주기는 어렵다.

 

당장 급한 것은 5인 가족이 머무를 수 있는 방이다. 계양구 계양2동 사회복지센터도 내국의 규모있는 복지재단에 연락을 해 보았지만, 현 시스템으로는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내일을여는집은 먼저 자체적으로 긴급지원을 하기로 결정하고, 일시 보증금 300만에 월 30만원의 월세를 얻었다. 그리고 이불, 세탁기, 밥솥, 밥상 등 가재도구와 내복, 속옷, 신발, 김치, 밑반찬 등 생필품을 지원했다. 사회적 기업인 계양구 재활용센터가 가전제품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한편 계양2동 행정복지센터는 남편이 사망한 2017년 이후 멍다르씨에 대해 사례관리 대상자로 선정해 사회보장협의체 기금으로 생계비를, 복지재단을 통해 후원금을 지원해왔다. 셀트리온과 한림병원을 연결해 안과 수술도 지원했고 부업이나 후원물품도 지원했다. 혼인은 한국인과 했어도 국적취득을 못했으니 법적으로 정부 지원은 안되니, 민간자원을 통해 세심하게 살폈던 것이다. 

 

계양2동 행정2동 행정복지센터 김중대 사회복지사는 "멍다르씨의 경우 혼인신고는 했지만, 귀화하지 않아 법적으로 외국인인데다, 남편도 없는 상태라 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화재 등 천재지변의 경우 외국인도 긴급지원이 가능해 신청해놓고 기다리고 있는 중"라고 말했다.

 

그러나 '긴급지원' 후는 여전히 문제다. 멍다르씨는 그래도 남편의 한국인 아들 이름 아래 건강보험에 편입되어 있어 녹내장을 고치고 있는 중이나 4, 2살의 어린 아이들 셋은 의료보험이 안되기에 병원비가 만만치 않다. 유학생 신분인 딸에게는 아직 여타의 복지 시스템에 걸칠 수 있는 것이 없다. 한국에서 유학생은 자녀와 살기가 너무나 어려움이 드러났다. 무엇보다 화재로 모든 재산을 잃었기에 다음 학기 등록이 어려운 처지다. 체류 허가를 받으려면 유학생 신분이어야 하는데 매월 들어가는 월세(30만원), 월 유치원 교육비(75만원) 등도 힘겨운 처지다.

 

내일을여는집은 멍다르씨 일가족이 다시 한국에서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민관이 힘을 합쳐 우선 지역 민간의 자원을 최대로 끌어모아 돕기에 나서기로 했다.

 

 

<후원 안내>

해인교회/인천내일을여는집(문의 : 032-556-8004)

목적후원계좌 : 농협 301-0025-4562-91 예금주/내일을여는집

물품 후원할 곳 : 인천 계양구 계양산로 91 인천 내일을여는집

 

화재로 처참한 모습의 전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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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살, 4살짜리 어린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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