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숲’,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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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숲’,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는 마을
  • 이권형
  • 승인 2020.03.2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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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이권형 / 음악가
유투버가 플레이 중인 '동물의 숲' 한 장면.

국내에도 익히 알려진 비디오 게임개발사 ‘닌텐도’. 언젠가 닌텐도 소속 게임 개발자 ‘에구치 카츠야’와 ‘노가미 히사시’는 4인 구동 RPG(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조작하며 스토리를 전개하는 게임 장르) 게임 개발 아이디어를 진행 중이었다. 본래 방대한 세계를 다룰 계획이었으나 새로운 하드웨어 개발이 미뤄지고 있었고, 당시 널리 보급된 하드웨어의 성능은 계획을 따라가기엔 무리였다.

 

 이에 개발자 ‘데즈카 타카시’는 그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이 아이디어가 감명깊었던 ‘에구치 카츠야’와 ‘노가미 히사시’가 함께 아이디어에 살을 붙이며 새로운 게임을 기획하게 된다.

 누구나 쉽게 플레이할 수 있어야 했다. 난이도가 존재하지 않으며, 휘황찬란한 액션도, 성취해야 할 목표도 없었다. 이는 역동적인 액션과 더불어 난이도 성취의 목표가 확실한 당시의 주류 장르인 RPG의 특징과는 상반되는 요소들이었다. 1998년, 이 아이디어가 처음 닌텐도 임원진 앞에서 프레젠테이션 된 자리에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던 건 당연했다. 그러나 한 사람, 닌텐도의 전 사장 故 ‘이와타 사토루’만은 이 게임에 흥미를 보였다.

 

 그렇게 세상에 등장한 게임의 모양새는 이렇다. 동물들이 사는 푸른 마을로 이사 간 주인공. 그저 마을의 동물들과 편지를 쓰고 음악을 나누며 교감하고, 플레이어와 똑같이 적용되는 마을의 시간과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살피면서 곤충을 채집하거나 화석을 발굴하는 등 소소한 요소들과 이벤트를 즐기면 된다. 이 마을엔 일반적인 비디오 게임의 ‘엔딩’ 개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게임의 판매 성과는 어땠을까. 닌텐도 임원진들의 예상대로 처음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그래도 꾸준한 입소문으로 초도 물량 20만 장은 팔렸다. 특히, 여성 게이머들의 지지가 높았다고. 대단한 성공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소비층의 발견 정도의 성과였다.

 

 그리고 지난 3월 20일, 용산 아이파크몰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이 무색할 만큼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당일 출시된 닌텐도의 대표 게임 시리즈의 신작을 테마로 제작된 한정판 하드웨어 기기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기기의 국내 총판사 ‘대원미디어’가 당일 판매한 하드웨어 기기는 총 70대였으며, 그날 많게는 1000명이 넘는 인원이 몰렸다고 한다.

 이 시리즈의 이름은 <동물의 숲>. 2001년 처음 발매된 뒤로, 시리즈 도합 3000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닌텐도의 대표 게임 타이틀로 자리매김했다.

 

 처음 시리즈의 아이디어를 제안한 데즈카 타카시는 원래 난이도 있는 RPG 게임마니아였다. 하지만 직장 생활 중 결혼을 하고 육아를 겸하게 되면서 하드코어한 게임플레이가 요원해졌다. 그는 다음 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어머니가 플레이한 뒤에 아이가 플레이하면 어머니가 한 것이 아이의 플레이에 영향을 준다”, 그는 아이와 있지 못하는 시간의 간극을 메워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동물의 숲>은 그렇게 탄생했다. 이 푸른 마을에는 차가 없다. 이웃들이 전부 도보 거리에 거주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강요하는 ‘사람’이 없으므로 대단한 무언가를 이룰 필요도 없다. 끝없이 내어주는 자연이 있고, 이웃들의 환대와 교감은 내가 누구든, 언제든 변함이 없다.

 

 확실한 목표도, 화려한 액션도 없는 이 게임이 많은 이들에게 호소력을 가진다는 말은, 그 마을의 모습이 우리가 지금의 도시가 잊고 있는 가치들을 떠올리게 해준다는 뜻 아닐까. 실제론 가본 적도 없는 곳인데, 나도 가끔 이 게임 속 마을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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