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기부상 열차 타고
공항이 만들어지기 전 인천대교나 공항철도도 없고 그 흔한 아파트 건물조차 흔치 않던 시절에는 그저 한적하고 바람 좋은 섬마을이었으리라. 공항이 들어선 이후 영종도는 기존의 횟집이나 해변의 이런저런 식당들의 맛집 탐방객들과 더불어 공항 가까운 카지노 호텔과 유명 프랜차이즈 숙박 시설에서의 4계절 전천후 호캉스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매우 인기 있는 장소가 되었다.
특히 지난해 5월에 개통된 무의대교나 해안가 특색있는 카페들로 인해 영종도는 그야말로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관광특구다운 위용이 더욱 강화되었다. (인천대교를 건널 때 볼 수 있는 시원한 바다 구경은 행복한 옵션이니 기꺼이) 가끔 들러보는 영종도의 가장 큰 매력을 꼽으라면 대도심과 가깝고 공항이라는 거대 복합문화시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느닷없이 발견되는 야생성을 꼽고 싶다. 정리되지 않은 방향으로 흩어져 눕는 긴 풀들과 붉은 나대지를 발견하거나, 흐린 날 바닷가에 서서 습한 섬 공기를 벌름거리면 오랫동안 알지 못했던 옛 시간을 한꺼번에 깨닫게 되는 듯한 아득함에 빠진다.
영종도는 이렇게 대자연을 품고 있으면서도 공항이나 호텔, BMW 드라이빙 센터 등과 같은 첨단 위락시설 덕분에 도심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특별한 섬이다. 그 특별함은 요즘 영종도에 있는 여러 장소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데 최근 대중매체에서 많이 소개된 파라다이스시티호텔이 유난히 돋보였다. 호텔 안 플라자 광장은 실내지만 야외 광장을 옮겨놓은 듯하고 클럽 크로마, 씨메르, 원더 박스 등의 외부 건물은 반대로 실외지만 천을 덮어씌운 듯한 실내 가구를 연상케 했다. 각각의 건물들은 고유의 기능을 떠나 하나의 오브제처럼 만들어졌고 그 색감도 일반적인 건축물과는 거리가 있었다. 호텔 내에도 많은 유명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플라자 광장 벽면에 있는 세 개의 거대 모니터를 통해 분출되는 환상적인 호텔 홍보 영상물이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도시인의 욕망을 보여주면서 파라다이스 호텔이 추구하는 방향과 나아가 영종도의 자연과 도심 그리고 인간을 결합하는 방식에 대해 흥미롭게 제시하는 것 같았다.
도시는 끊임없이 개발하고 확장하면서 그 물리적 영역을 넓히는 데 주력하지만, 영종도는 도심과 자연을 유기적으로 관계 맺고 그 빈틈을 예술과 환영으로 매김 한다는 인상이 들었다. 깨끗하고 세련된 자기부상 열차에 올라타고 용유도로 향하면서 그런 느낌은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바퀴 없이 미끄러지듯이 무소음으로 달리는 자기부상 열차의 흐려졌다 투명해지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갯벌 위 비스듬히 정박한 고깃배가 마치 미래에서 바라본 영화 속 한 장면 같아 보였다. 또렷하지만 아득한 느낌으로 말이다.
2020.4.15 글, 그림 박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