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나무야~, 신현동 회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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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나무야~, 신현동 회화나무
  • 유광식
  • 승인 2020.04.20 0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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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람일기](28) 신현동 일대 / 유광식 시각예술 작가

 

수령 500년이 넘은 신현동 회화나무, 2020ⓒ유광식
수령 500년이 넘은 신현동 회화나무, 2020ⓒ유광식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높았던 21대 총선을 마쳤다. 이로써 전국 각지에 나무(국회의원) 한 그루씩 심어진 것이다. 바이러스 정국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열도 체크하고 손 소독제에 비닐장갑(한쪽만 주었음)까지, 챙겨야 할 것이 많았지만 민주주의라는 농토를 일구기 위해 불편은 감수했다. 어렵사리 심은 나무들이 부디 잘 자라주길 바랄 뿐이다. 국민들도 관심 끄지 않고 물 주는 역할을 소홀히 하면 안 될 것이다. 

 

하늘채 아파트 코너에 자리한 서경백화점 앞 교차로, 2017ⓒ유광식
하늘채 아파트 코너에 자리한 서경백화점 앞 교차로, 2017ⓒ유광식
신현동 주택가 어느 골목 상권(빌보드, 사랑방, 옛날, 온세계, 페리카나 등 지난 시간이 걸려 있다), 2020ⓒ유광식
신현동 주택가 어느 골목 상권(빌보드, 사랑방, 옛날, 온세계, 페리카나 등 지난 시간이 걸려 있다), 2020ⓒ유광식

사는 곳 가까이에 신현동이 있다. 생뚱맞은 지역처럼 느끼던 찰나에 먼 기억의 흔적이 떠올랐다. 2004년 여름쯤으로, 한 공부방 아이들과 함께 지리산 종주를 한 것이었다. 언제 또 지리산 종주를 해볼까 싶기도 하고, 당시 초등학생이던 아이들은 모두 20대 청년이 되어 있을 터이다. 투표를 통해 나무를 함께 심었다고 생각하니 뭉클하다. 신현동 넓이의 1/5을 차지하고 있는 하늘채 아파트는 마치 유럽 봉건 지주의 성처럼 독보적이다. 이 성의 그늘쯤 되는 거리에 500년도 넘은 회화나무 한 그루가 있다. 대개 오래된 나무는 영험함이 있다고 해서 주민들의 보호를 받으며 세월을 이어오기 마련이다. 주택에 둘러싸인 신현동 회화나무 또한 오랜 시간 마을을 지킨 게 분명하다. 인근 원창동에서 폭우에 의해 떠내려왔다는 설이 있는데 믿거나 말거나이다. 최근에는 오래도록 방치된 바로 옆 빌라주택을 허물고 마을 커뮤니티센터를 짓느라 소음이 잦다. 좀 더 우거진 장소로 조성되길 기대한다. 

 

20여 년간 폐가 상태였던 오성연립과 쉼터 부지에 새로 지어지고 있는 마을커뮤니티 시설, 2020ⓒ유광식
20여 년간 폐가 상태였던 오성연립과 쉼터 부지에 새로 지어지고 있는 마을커뮤니티 시설, 2020ⓒ유광식
20여 년간 폐가 상태였던 오성연립(철거됨), 2017ⓒ유광식
20여 년간 폐가 상태였던 오성연립(철거됨), 2017ⓒ유광식

회화나무는 줄기 한쪽에 부목을 받혀 위태롭기도 하지만, 커다란 노거수의 모습이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을 단박에 클린하게 해준다. 신현동 골목에는 자연촌락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경사진 기슭에 구불구불한 길을 쫓다 보면 물길과 경사의 리듬을 가늠할 수 있다. ‘자연’만 빼고 모든 것이 멈춰선 휴일에 걸어 본다면? 오히려 낯섦이 낯설어지며 편안함이 밀려옴을 안다. 그 온전함에 잠시 취한다.

 

‘집’이라는 이름에 부합하는 종합부품대리점, 2018ⓒ유광식
‘집’이라는 이름에 부합하는 종합부품대리점, 2018ⓒ유광식
둘레를 돌며 우러러 보게 되는 회화나무, 2019ⓒ유광식
둘레를 돌며 우러러 보게 되는 회화나무, 2019ⓒ유광식

원창동과 신현동을 잇는 원신터널 옆 윈신공원에 가보니, 마을당제비가 있고 뜬금없이 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음도 발견(?)했다. 거기서 누구나 알만한 시인의 ‘나무’라는 비를 마주하여 신현동은 나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장소라고 느꼈다. 신현동은 나무와 연관이 많은가보다. 무엇보다도 이번 선거 자체가 나무를 키우는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이기에 좀 더 내밀한 마음이 들었다.  

 

원신근린공원 정상 부근에 자리한 신현동 마을당제비, 2020ⓒ유광식
원신근린공원 정상 부근에 자리한 신현동 마을당제비, 2020ⓒ유광식
원신근린공원 조각공원에 자리한 류시화의 ‘나무’ 비, 2020ⓒ유광식
원신근린공원 조각공원에 자리한 류시화의 ‘나무’ 비, 2020ⓒ유광식

주변 가정동 루원시티 개발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에 비해 회화나무의 존재는 단독적이며 주변 상황에 밀려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회화나무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겨울을 이기고 여름을 버티는 나날 동안 마을의 이야기를 켜켜이 쌓아뒀을 터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거리는 두고 있지만, 마을 안 소공원에는 사람들이 많다. 회화나무의 주변으로 사람들의 발걸음과 이야기가 몰리고 나누어지길 나무 앞에서 잠시 빌었다. 이와 동시에 안타깝게 여겨지는 것이 있다. 가로수들도 그렇지만 소규모 단지 안 오래된 나무들이 가지가 다 잘린 채 멀뚱하게 서 있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재건축 단지에서도 나무가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지 모조리 자르고 본다. 나무 자신도 자고 일어나니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는 것처럼. 선인장으로 만들 작정도 아닌데 말이다. 또한, 조망 차단이나 이웃집 불편이라는 이유로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구청에 신고해 버린다는 것이다. 부모님이 사시는 빌라에는 건설 당시에 함께 심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허리가 굵직한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한두 해 전 갑자기 가지가 잘려 있더니 얼마 후 아예 밑동까지 잘라버린 것이다. 빌라에서는 남은 나무 둥치를 입구 양옆에 두고 주차통제와 재활용 쓰레기 보초로 전락시켰다. 나무는 정말 모든 걸 내어주는가 싶다. 보상은 바라지도 않는 최상 바보처럼 말이다. 생활에서 효용만을 앞세우기 보다는 정서적인 부분도 함께 헤아리는 노력을 바라본다. 용현동과 부평동의 어느 구역에는 감나무를 심어 둔 집이 많이 있다. 주인도 주인이지만 행인의 마음조차 감나무의 따스함을 느끼며 가게 되니 이보다 더한 ‘무선 보온’이 있을까 싶다. 

 

원신근린공원 중턱에서, 2020ⓒ유광식
원신근린공원 중턱에서, 2020ⓒ유광식

어린 나무를 키우는 학교가 어서 빨리 개학하면 좋겠다. 신현초 씨름장 옆 정자에 아이들은 없고 마스크 낀 어르신 10여 명이 앉아 담소를 나누는 풍경이 좀 쓰다. 나의 옆집에서 흘러나오는 리코더 연주도 친구들 있는 교실 안에서 울리면 나을 것이고 말이다. 선거로 심어진 300개의 나무가 서서히 우리 주변의 속사정을 보듬어 푸르게 우거진 숲으로 거듭나는 희망을 자꾸만 품어본다. 한편, 코로나19로 얼어 있는 정국의 탓도 있겠고 환절기 옷차림에 머뭇거리는 나에게 어떤 이가 “4월도 추워요!”라는 말을 건넸다. “그래 4월은 추웠지. 4월 바다는....”라며 그날의 차가운 온도가 밀려왔다. 

 

거짓말일지언정(나쁘지 않다.), 2019ⓒ유광식
거짓말일지언정(나쁘지 않다.), 2019ⓒ유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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