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것을 바로 고쳐주려다 주는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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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것을 바로 고쳐주려다 주는 상처
  • 최원영
  • 승인 2020.06.08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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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행복산책]
(106)바보가 되어가는 삶

풍경 #145. 바보가 되어 사는 삶

모두가 ‘맞는’ 말만 합니다. 갈등 관계에 있는 두 사람 중 어느 한 사람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으면 그 사람 말이 모두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상대편 사람의 말을 들어도 그 사람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혼란스럽습니다. 무엇이 정말 ‘맞는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대부분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추어 말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말하는 것이니 당연히 맞는 말일 수밖에요. 그래서 가끔은 저도 ‘바보’가 되어버리곤 합니다. 어느 쪽 말에도 ‘그렇구나’라고 할 수밖에 없어서요. 때로는 알면서도 입을 닫게 되고, 때로는 잘 몰라서 입을 닫게 됩니다. 이렇게 저는 ‘바보’입니다. 아니, 바보처럼 살고 싶습니다. 옳고 그름에서 벗어나 그냥 제가 가고 싶은 길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바보 말입니다.

《지혜》라는 책에 ‘바보 같은 삶의 태도’가 무엇인지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저자인 스샤오엔은 “총명함은 타고 나지만 그것을 더 빛나게 하려면 어눌하게 행동할 줄도 알아야 한다. 살다 보면 총명할 때도 멍청할 때도 있어야 한다”라고 위로해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런 사례를 듭니다.

브랜든과 프랭크가 어느 파티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한 신사가 그들에게 우스개 얘기를 하며 “계획은 사람이 하지만 그 일의 성패는 하늘에 달렸다”라는 말을 인용했습니다. 그는 이 말이 성경에 나온 구절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 구절의 출처가 성경이 아님을 알고 있던 브랜든이 신사에게 곧바로 지적했습니다. 신사는 당황해하더니 더 크게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이라고 하듯이 언성을 높였습니다.

화가 난 브랜든은 친구인 프랭크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프랭크는 테이블 아래로 브랜든의 다리를 ‘툭’ 치면서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요.

“브랜든, 자네가 틀렸어. 저분 말씀이 맞아.”

집에 오는 길에 브랜든이 따졌습니다.

“프랭크, 그 신사의 그 말이 자네도 ‘햄릿’에 나오는 말임을 알지 않는가?”

“물론이지. 하지만 그 신사나 우리나 파티를 즐기러 왔어. 굳이 신사의 잘못을 지적해 자네가 얻을 게 뭔가? 그렇다고 자네를 인정해줄 것 같은가? 그렇게 곧이곧대로 말해서 그 사람의 체면을 깎으면 그에게서 미움밖에 더 사겠나?”

그래요, 알면서도 모르는 체해야 하는 순간순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잘못된 것을 고쳐주려는 좋은 의도로 지적했지만, 원래의 그 의도와 달리 그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종교에 대해서, 정치에 대해서,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어느 한쪽을 편들었다가는 다른 한쪽과는 원수처럼 되는 일이 얼마나 많던가요. 그러니 바보처럼 “그럴 수도 있겠구먼”이라고 말할 수밖에요.

 

풍경 #146. 방귀 소리의 정체는?

재밌는 유머 하나를 전해드릴게요.

《유머와 화술》이라는 책에 며느리를 대하는 시아버지의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사례가 나옵니다.

석탄을 태워 기차가 달리던 시절이었습니다. 새색시가 시집온 지 사흘째 날 아침입니다. 우물물을 길어다 밥을 지어 시아버지에게 조반상을 정성스레 준비한 후, 처음으로 사랑방에 들어갔습니다. 시아버지는 미소를 지으며 아랫목에 앉아 군침을 삼키며 며느리의 밥상을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며느리가 시아버지의 무릎 앞에 조심스레 밥상을 놓다가 긴장한 나머지 그만 방귀 소리가 ‘뽕~’하고 나왔습니다. 며느리는 얼굴이 빨개져 어찌할 줄 몰라 했죠. 이때 시아버지가 물었습니다.

“아가야, 지금 그게 무슨 소리냐?”

“아마, 기차의 기적 소리인가 봐요.”

“응, 그랬구나. 어쩐지 석탄 냄새가 나더라니.”

시아버지의 재치가 참 돋보이죠? 알면서도 속아주는 그 여유가 곧 그 사람 그릇의 크기가 아닐까 합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 고치지 않으면 큰 재앙이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냥 모른 체하며 지나가 주는 여유를 가진 사람이 ‘바보’이고, 이런 바보 같은 사람들의 태도에서 오히려 인간적인 따스한 숨결이 느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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