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체험학습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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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체험학습을 떠나다
  • 염혜림
  • 승인 2011.05.09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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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을 만나러 가는 길에 만난 귀한 풍경들


고등학교 들어와서 첫 시험인 중간고사를 끝내고 6일 인일여고 1학년 학생들은 자유공원 주변을 탐방하는 대장정을 떠났다. 반별로 모이는 장소를 다르게 해서 아이들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했는데, 우리 반은 답동성당에서 출발했다. 

120년 동안 인천사람들의 신앙에 한 획을 그은 ‘답동성당’과의 첫 인상은 붉은 벽돌과 흰색의 화강암이 잘 어우러진 벽에서 느껴지는 중후함이었다. 아치형이 특징인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미를 들어가는 출입문에서 맛보고 성당 안 둥근 천장에서 다시 느꼈다. 유리화의 아름다움과 기둥, 색색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창문은 빛의 향연처럼 아름다웠다. 

5월이라 아름다운 꽃들이 여기 저기 피어 있었다. 왕벚꽃, 조팝, 영산홍, 철쭉이 피어 있는 성당 마당에서 친구들과 사진도 찍으며 여유 있게 보내는 아이들 눈에는 독특한 하수구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하수구 모양은 한문을 구멍으로 내어 그곳으로 물이 빠지도록 하였다. 한문을 여러 번 보다 보면 저절로 외워지게 될 것 같았다. 이런 아이디어로 우리 인천에 있는 모든 하수구 뚜껑들을 바꿨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가져보았다. 신포지하상가를 통해서 언덕 위에 높이 솟아 있는 내리교회를 찾아갔다.

최초의 감리교회인 이 교회 탄생에 씨를 뿌린 아펜젤라 목사, 거름을 준 존슨 목사, 그리고 그 첫 열매인 김기범 목사를 흉상으로 만나고 성전에 들어가 내부도 구경하면서 방금 보고 온 답동성당과 비교도 해 보았다. 다음 목적지 성공회 내동교회로 가는 길은 골목길과의 만남이었다. 아이들은 골목길이 보이자 그 속에 들어가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며 즐거워했다. 골목길에는 차도 없고 사람도 별로 다니지 않아서 한적한 풍경이 우리를 편안하게 했다.

내동교회에서는 운좋게 부제님을 만나 성당 안으로 들어가 설명을 들었다. 성공회가 이 땅에 지역민과  융화하기 위해 건축에 변화를 주었고, 그래서 성당의 천장도 한옥의 맞배형식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의사 엘리바 랜디스가 신부들이랑 함께 들어와 지금 성당이 있는 자리에서 병원을 차려 의료선교를 했다는 것도 알려주셨다. 답동성당과 건축양식의 차이를 물어보니까 바실리카양식을 따른 건물이면서도 한옥양식 지붕을 본따 화강암기와를 얹었다고 하셨다. 이 말씀을 끝으로 우리는 내동 교회를 나와 교회 주변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돌다보니 벽에 있는 벽돌들이 십자가 모양으로 틈이 나 있었다. 

우리는 다시 자유공원을 향하여 걸음을 옮겼다. 길을 따라 중간쯤 걸어가다 보니 눈에 띄는 하얀색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파랑돌 카페 벽면에는 그림이 걸려 있고 그 아래 꽃나무, 무엇보다도 병에 꽃을 담아 주렁주렁 달아놓은 모습이 예뻐 사진기에 담았다. 자유공원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쏟아지는 비 때문에 우리는 비를 피하여 천막 아래에서 잠시 비를 피하고 빗줄기가 약해지자 우산을 쓰고 인천항을 바라보았다. 바다를 보니 가슴속까지 환해지는 기분이 들어 아이들은 비처럼 수다를 쏟아냈다. 

다음 코스인 제물포구락부로 가기 위해 꽃잎이 떨어져 있는 계단을 내려갔다. 개항 후 조선에 와서 살던 외국인들의 사교클럽이었던 이곳은 외국의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외국이라는 느낌으로 확 다가왔다. 아울러 길게 늘어져 있는 테이블과 의자들, 그리고 곳곳에 있는 장식장들이 이곳이 술도 마시며 여러 문화를 접하던 곳이었다는 걸 느끼게 해주었다.

피곤한 우리는 편한 의자에 앉아 영상으로 인천의 역사와 제물포구락부의 변화를 보면서 역사공부도 했다.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비는 그쳤다. 몇 백년은 되었을 플라타너스 나무가 줄기를 힘껏 뻗치고 있는 그곳에서 아이들은  운동기구에 몸을 실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운동기구들이 비에 젖어 있었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같이 논다는 생각에 옷이 젖는 것도 모르고 재미 있게 놀고 자유공원으로 올라갔다. ‘연오정’ 을 지나칠 때 어디선가 들리는 기타소리를 따라 걸음을 옮겼더니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타와 하모니카로 노래를 하던 아저씨는 우리들의 등장에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으시면서 김광석의 노래를 불러주셨다. 우리는 노래를 들으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어깨가 저절로 들썩이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정말 멋진 공연이었다. 두 번 다시는 볼 수 없는 공연에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아저씨가 먼저 단체 사진을 찍자고 제안하셔서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었다. 멋진 공연에 감동을 받은 우리는 석정루로 가는 도중에도 계속 그 멋쟁이 아저씨 이야기만 했다.

석정루에 올라가 인천항을  내려다보는데 비바람이 몰아쳐서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내려와서 차이나타운으로 향하였다. 가는 길에 수많은 계단 손잡이에 있는 귀여운 돌들을 사진기에 담으며 삼국지 벽화 거리에 도착하여 1번부터 차례대로 읽어 내려갔다. 중간쯤 읽어 가다보니 화교를 위한 중산학교가 보여서 들어갔더니 운동장에는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었고, 건물 안에 보이는 모든 글자는 한자여서 화교들이 다니는 학교라는 것을 다시 실감하였다. 삼국지를 벽화로 표현하여 차이나타운을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삼국지를 쉽게 접할수 있도록 해놓은 게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인것 같다. 꼼꼼히 보면서 가라는 선생님 말씀을 듣고도 우리는 대충 대충 읽으며 다음 목적지로 옮겼다.  

자장면 발생지인 공화춘은 박물관 공사중이어서 그냥 지나쳐 우리들의 배고픔을 해결할 음식점으로 가서 값도 싸고 맛도 있는  자장면과 탕수육을 행복하게 먹었다. 다시 쏟아지는  비를 뚫고 우리는 한-중문화관에 도착해서 전시된 것들은 그냥 보면서 지나가고  3층에 있는 중국의상 체험실에 들어가 옷을 입어보고 모자도 써 보고 서로의 모습에 웃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예의 바른 우리는 입었던 의상들을 잘 정리해 놓고 나와 다시 빗속을 뚫고 인천아트플랫폼으로 갔다. 2시에 약속이 되어 있어서 우리는 직원 안내로 B동 전시장에서 예쁜 큐레이터 선생님 설명을 들으며 그 안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을 감상하였다. 

이곳에 입주한 작가들의 ‘인천상륙작전’ 전시였는데 ‘철수와 영희’ 작품의 작가 오석근 선생님 작업실도 방문하는 영광을 누렸다. 얼마 전에 우리 학교에 화서 벚꽃을 배경으로 우리 아이들을 찍은 사진작가여서 아이들은 더 반가워했다. 그곳을 떠나 C동으로 옮겨 그곳에서 오석근 작가님과 대화도 하고 대화가 끝난 뒤 직원인 언니가 영상을 보여주면서  인천아트플랫폼을 중심으로 인천의 역사와 도시의 발달에 대해  설명하는 걸 들으며 이곳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까지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는 담임선생님은 A동의 전시작품을 지나치지 않으셨다. 페미니스트 윤석남 작가가 1025마리의 유기견을 키우고 있는 할머니 사연을 접하고 감동을 받아 5년 동안 나무로 개를 조각하고 거기에 그림을 그린 작품을 만났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버려진 개들의 슬픈 눈빛이 천진난만한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일정이 끝난 시간은 3시40분. 오늘 하루 긴 여정이었지만 많은 곳을 다니면서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친구들, 자연, 사람, 골목길과 함께 한 오늘의 체험학습은 참 특별했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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