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졸속 행정에 호봉·임금 삭감... 피해는 애먼 비정규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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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졸속 행정에 호봉·임금 삭감... 피해는 애먼 비정규직 교사
  • 윤종환 기자
  • 승인 2020.09.2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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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무원 경력 환산 기준 변경으로 기간제 교사 호봉·임금 삭감에 환수까지
인천시교육청도 이달 1일부터 일부 교사 호봉 삭감... 17일부턴 급여 초과분 환수 시행
인천 피해교사 확인된 숫자만 48명... 비정규직 위치 때문에 나설 수도 없어
전교조 인천지부 "인천시교육청 자체적으로 집행 중단, 교육부에 맞서야"
영양사 자료사진 ©SBS 뉴스 캡쳐

추석연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인천지역 일부 비정규직 교사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교육부의 황당 행정으로 졸지에 피해자가 됐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위치 때문에 덮어놓고 나설 수도, 나선다한들 쉽게 해결될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공무원의 호봉을 정할 때 적용하는 경력 환산(인정) 기준이 바뀌면서 영양·사서·상담 등 8개 직종에서 근무하는 기간제 교사들의 경력 인정률이 기존보다 30% 하향 조정됐다.

23일 전교조 인천지부 조수진 정책실장에 따르면, 현재 이들 기간제 교사들은 지난 1일부로 적게는 1호봉에서 많게는 4호봉까지 호봉이 삭감됐고, 17일부터는 임금 삭감에 더해 인천시교육청과 각 학교로부터 평균 수백만원에 이르는 급여 초과분을 환수 당하고 있다.

전국적인 문제이나, 인천지역에서는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 교사만 최소 48명에 이르는 등 피해 규모가 커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전교조 인천지부 및 호봉정정 피해대응을 위한 대책위가 23일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교조 인천지부

문제는 지난 5월 교육부가 ‘교육공무원 호봉 획정시 경력환산율표의 적용 등에 관한 예규’를 급작스럽게 개정한 것에서 시작됐다.

개정 전 예규에는 ‘자격증 표시과목 업무와 동일한 근무경력은 8할을 인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경력 상향 인정에 해당되는 직종은 영양사·상담사·사서·전산보조·특수교육보조원 등 8개로, 교원자격증 취득 전 학교회계직원으로 이 직종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있는 인원에게는 동일업무에 대한 경력 인정을 해 주겠다는 것이다.

반면 개정된 예규에서는 ‘업무분야와 동일한 교원자격증 취득 후의 경력 외 경력은 50%의 환산률을 적용한다’고 돼 있다.

기존에는 80% 경력 인정 조건이 ‘동일업무’였으나, 개정 예규에서는 조건에 ‘교원자격증’이 추가된 것이다. 이 경우 교원자격증이 없던 기간의 근무 경력은 50%만 인정된다.

교육부는 “해당 예규가 교원자격증 취득 전 경력은 절반만 인정하도록 하는 상위 규정 ‘공무원 보수규정’과 충돌하기 때문에 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7월1일부터 이달 5월까지 약 8년간이나 법 체계가 잘못 잡혀있었음에도 책임기관인 교육부가 이를 발견하지 못했고, 이제는 국가기관의 귀책 사유를 개인에게 돌리고 있는 꼴이 됐다.

전교조 지부 조 정책실장에 따르면, 해당 예규 개정으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는 교사 중에는 정규직과 퇴직 교원도 포함돼 있다. 

교원자격증 취득과 정규직 입사 전 비정규직 영양사·상담사로 근무했던 경력이 있는 교사들도 꽤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해당 문제는 비정규직 교사만의 문제로 비춰지고 있지만 이면에는 비정규직 피해 교사보다 더 많은 정규직 교사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실장은 “임금 환수는 월 급여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시교육청이 대상 교사들에게) 일시납 방식으로 납부할 것인지 분할납 방식으로 할 것인지 선택하도록 했다”라며 “이는 사실상 교사 본인의 협의 혹은 동의를 거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까지 환수를 보류한 학교들도 있지만, 기간제 교사가 ‘환수하지 말아달라’ 등의 요구를 하기는 참 어려운 처지”라며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이어 “인천을 포함한 전국 시도교육청은 제일 먼저 호봉정정 등에 나선 경기도교육청의 눈치를 살피더니 교육부가 감사 등으로 압박하자 곧바로 호봉 정정과 임금 환수 등에 나섰다”라며 “인천시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집행을 중단하고 교육부에 맞서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황당하게도 민간 기업에서 일한 경력은 100% 인정하면서도 정작 업무 관련도가 높은 학교 급식과 학생상담 등은 50%만 인정하겠다는 예규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냐”라며 “노동의 세월을 반토막 내고 부당하게 임금을 빼앗는 것이 ‘노동 존중’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덧붙였다.

인천지부와 호봉정정피해대응을위한 인천대책위 등은 시교육청의 위법한 환수조치 시정을 위한 집단 소송을 준비, 소송단을 모집하고 있다. 내달 초에 1차 소장을 접수할 계획이다.

소송은 민주노총 법률원을 통해 진행될 예정이며, 법무법인 ‘여는’ 소속 신인수·강영구·김하경 변호사는 ▲개정 전 예규에 명시된 대로 호봉 획정과 보수가 지급됐으니 정정·환수 조치는 위법하며 ▲설령 개전 전 예규가 위법하다 하더라도 개인에게는 귀책 사유가 없으며,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된다 등의 검토 의견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교사마다 피해 금액이 다양하고, 비정규직이라는 한계 등으로 아직까지는 피해 교사들의 참여율은 다소 낮은 상황이다.

때문에 인천지부는 이날 오후 5시30분 시교육청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사안을 언론에 알리고, 시교육청에는 임금 삭감 및 환수를 즉각 중단하도록 촉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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