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늦은 골목길에 등대처럼 불 밝히다 - 오아시스다
상태바
밤 늦은 골목길에 등대처럼 불 밝히다 - 오아시스다
  • 강영희
  • 승인 2020.10.27 0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희의 문화 오아시스 이야기]
(14)'문화공간 노닐다'의 함께 노니는 꿈의 공간

버스를 타고 가니 생각보다 멀지 않았던 공간이었다. 잠시 찾아갈 곳을 핸드폰으로 살피는 중에 이미 내릴 정거장이 지나고 나서야 그걸 알았다. 그나마 시간 여유를 두고 나와서 걷기 시작했는데, 현관문을 이어 붙여 벽처럼 세운 곳을 지나 다양한 중고자판기들이 장식인 듯, 홍보인 듯 늘어선 길을 지나니 나타난 골목 하나, 길 병원이 이정표가 되어주는 지역이 나타났다. 높은 아파트가 양쪽에 기둥처럼 있어서 그 가운데 다세대 주택들이 늘어서 있었고, 작은 가게들도 오밀조밀 있었다. 큰 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커다란 벽화가 눈에 들어왔다. “ 문화공간 노닐다.”(이하 노닐다’)

 

'문화공간 노닐다' 야외 벽화는 '범죄 없는 안전한 거리 만들기' 일환으로 그려졌다고 한다.
'문화공간 노닐다' 야외 벽화는 '범죄 없는 안전한 거리 만들기' 일환으로 그려졌다고 한다.

 

골목길을 좀 걸어 올라가니 벽화가 꽤 크게 그려져 있었다. 구멍가게 같은 공간에 정성들인 여러 소품들이 눈에 들어왔고, 배너 하나가 오아시스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었다. 사진 몇 컷을 찍고 카페 안으로 들어가니 대형 TV와 벽을 채운 책들, 한쪽으로는 카페 주방이 자리하고 있었다. 잠시 후 카페 주인이 나와 인사를 나눴다. 공간을 찾고 사진을 찍다가 전화를 하던 한 청년을 지나쳤는데 그가 바로 이 공간의 대표 이학정씨였다. 커피 하나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한 테이블에 중년의 여성들이 하나 둘 씩 자리를 채웠고, 알고 보니 책모임이 있는 날이라고 했다.

 

'달빛마을축제'를 통해 마을을 밝히는 일을 하고 있다.
손맛 폴폴 메뉴들이 착한 가격에 제공되고 있다.
목요일 오전 10시. 책모임이 진행된다.
화장실로 가는 작은 야외공간에서는 화분과 텃밭, 나무도 있다. 그들에 꽃이 핀 계절이 궁금해진다.
이학정 대표의 작은 작업실.

 

주인장 덩치에 비해 작아 보이는 사무실 공간에는 각종 비품과 함께 몇 대의 컴퓨터가 있었고, 화장실이 있는 곳은 의도치 않게 나무와 꽃이 있어 꽤 익숙하고 정겨운 마을의 뒤뜰이 보였다. 사람 하나가 지나갈만한 좁은 골목 같은 카페와 외벽 사이 공간을 갤러리로 꾸미고 있다고 했다.

'노닐다'는 '마을거점공간'으로 '문화놀이터'로 자리잡는 과정에 있다.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는 이런 활동에 작은 마중물이 되어주었다고 한다.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되는 공간은 카페를 닫고 나서도 새벽 1시까지 전등을 켜둔다고 한다. 6년전 구월동에 살게 된 그는 고층아파트를 양 쪽에 둔 빌라촌이 있는 이 지역이 의외로 낙후되어 주민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지역이라고 했다.

2018년 인천문화재단에서 진행한 문화기획자 양성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그는 그 과정에서 이 마을 골목이 어둡고 위험한 거리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를 바꾸는 기획을 하게 되었고, 2018년 말 이 공간을 마련해 음악을 틀고, 전등을 늦은 시간까지 밝게 켜 두는 것으로 공간 운영을 시작했다고 한다.

 

- 2019년 6월 카페 앞에서 진행된 '달빛마을 작은음악회'에는 '레담'의 소개로 만난 음악가들이 함께 했다.  <사진제공 - 문화공간 노닐다>

 

노인들이 많고, 저녁이면 어두워 위험한 거리로 인식되었던 곳에 낡은 가게에 들어와 하나하나 공간을 다듬으면서 주민들과 이웃상인들과 만나기 시작했고, ‘마을 공동체 만들기활동도 참여하고, 이웃 상인들과 교류하면서 주민들과 함께 만드는 사회적기업을 목표로 마을활동을 진행중이라고 했다.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사업은 2019년 추가공모에 지원해 선정되었고, 이를 계기로 문화예술이 있는 골목으로 주민들에게 활력을 줄 수 있는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야외갤러리 준비중인 공간. 대표 이학정씨
@야외갤러리 준비중인 공간. 이학정 대표

 

책모임 사람들에게 차를 내어 준 후 우리는 야외갤러리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노닐다이학정 대표.

 

노닐다이학정 대표는 스페이스 빔에서 진행했던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어 배다리를 둘러본 적이 있다고 했다. 다세대주택으로 가득한 이 마을에 비해 자연 공간이 넉넉해 부러웠다고 했다.

 

레담과의 인터뷰 이야기를 하며 노닐다의 제안으로 레담의 뮤지션을 연결해 공연을 했고 마을 주민들이 좋아했다는 지난해 사업 이야기를 했다. 작은 축제였지만 의미있는 시작이었다고 하며 이런 연결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활동을 통해 만난 회원과 주민들과 돌아가며 오전 9시부터 공간을 열어 늦은 저녁까지 음악이 나오는 등대처럼 골목을 밝히고 있는 노닐다’. 노닐다의 꿈, 이학적 대표의 꿈은 무엇일까? 너무 거창하다는 생각이 들어 바램정도로 물어봤다. 마을에 활력을 주고, 힘이 되는 공간으로 살아남고 싶다는 것. 지속가능한 축제를 만들어 가는 것. 우리들이 가진 그 소망처럼 문화예술이 골목에 찾아들어 마을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고, 함께 살아남는 것이 바램이었다.

 

@사회적 기업을 향해 .. 오래오래 함께해요~
@손맛가득 착한 가격 메뉴판
@달빛마을갤러리 준비중
@마을학습충전소도 해요~

 

공식질문

인천시나 지역주민, 활동하는 문화예술가나 오아시스 공간 등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실래요?

 

고층아파트 단지 사이의 빌라촌이다보니 상대적 박탈감이 있는 지역입니다. 부족하지만 이곳에 늦은 시간까지 불을 밝히는 마음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안전한 거리에 더해 주민들이 더욱 손잡고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고, 문화예술을 하시는 분들은 눈높이를 낮춰 일상의 시민들, 주민들과 만나는 노력을 해 주셨으면 해요. 또 시민들도 그런 노력에 마음을 기울이고 용기 내셔서 함께 참여하셨으면 좋겠고요. 오아시스 공간들 뿐 아니라 정말 많은 저희 같은 공간과 활동가들이 있는데 이들이 힘을 합쳐서 사업을 해보면 좋겠어요시에서도 적극적으로 홍보해서 이 활동을 하시는 참여자(주민)와 운영자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작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꽤 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더웠던 몸이 으슬으슬해졌고, 다시 카페 안으로 들어온 나에게 차를 내밀며 건투를 빌었다. 인사를 나누고 돌아 나오며 나와 우리들의 처음이 떠올랐다.

 

@달빛마을 작은 도서관도 운영되고 있는 '노닐다.'
마을을 밝히는 일, 등대가 되는 문화 오아시스 '노닐다'

 

애정을 가진 마을에 활기를 불어 넣으며 주민들과 인사하고 낡은 마을에 색을 더하던 시간들. 다양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다양한 사업들에 기획서를 내며 결과를 기다리던 마음, 선정된 기쁨과 진행의 힘겨움, 거기에서 얻는 보람과 한계, 공간운영과 삶의 활동을 지속할 고민들까지... 노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시간이 올 지도 모르지만 그때까지는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는 마음까지 그리 크지 않은 음성으로 담담히 말을 잇는 그의 모습에서 어떤 우리가 꾸었던 꿈과 열정이 떠올랐다.

 

이 도시에서 우리가 꾸는 꿈은 무엇일까?

 

문화공간 노닐다 https://sayno15.tistory.com/

대표 이학정 070-4046-241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