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가 내렸는데 식당 고기값은 '요지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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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가 내렸는데 식당 고기값은 '요지부동'
  • 이혜정
  • 승인 2011.05.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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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단계에 따라 육류가 상승 - 다른 먹을거리도 '천정부지'로 올라


취재 : 이혜정 기자

얼마 전 구제역 영향으로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산지 한우와 돼지고기 값이 하락하고 있지만, 지역 음식점들은 음식값을 내리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16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즈음 kg당 1만7천원이었던 도매시장 지육경매 한우 가격은 최근 1만3천원대로 내리고 올해 초 kg당 7천원대었던 도매시장 지육 돼지고기 값은 6천원대로 낮아졌다.

그러나 구제역 여파와 원유상승 등을 들어 올초 음식값을 1천원~3천원(1인분 기준) 인상했던 지역 내 대부분의 음식점들은 산지 고기값 하락에도 음식값을 내리지 않고 있다.

농가에서는 이전보다 육류를 싸게 팔고 있지만 중간유통업체와 식당들이 육류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은 여전히 '비싼 고기'를 사먹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매주 지역 물가동향을 조사하는 인천시에 따르면 구제역 발생 이후 육류공급 부족으로 원재료 값이 상승함에 따라 대부분의 식당들이 음식값을 1인분에 1천원~3천원 올려 받고 있다.

돼지고기를 주로 사용하는 식당들은 도매업자한테 납품받는 가격이 크게 내려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음식 값 인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천지역 육류 유통구조는 농가->도축장->경매사->도매유통업체->식육점,식당->소비자 단계로 단계별로 거칠 때마다 가격이 오르게 된다.

대부분의 식당과 정육점은 도매 유통업체한테 고기를 받고 있어 음식값 인하에 난색을 표하고 있고, 유통업체들은 소비부진으로 떨어진 매출을 유지하려고 가격인하에 아주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계양구 계산동에서 화로구이를 운영하는 김모(53)씨는 "구제역 여파 직후보다 지육경매단가가 조금 내린 상황이지만 도매업자들이 납품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어 소비자 가격을 무턱대고 내릴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연평도 사건, 구제역, 원유가격 상승 등 다양한 요인으로 매출이 급격히 줄어 그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다"면서 "그나마 한 달 전부터 소비자들의 육류소비가 조금씩 늘고 있어 간신히 적자를 면하고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해 한 도매업체 관계자는 "유가상승과 구제역 여파로 인한 육류 공급부족으로 지난 1년여 동안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운영을 했다"면서 "그렇다고 최근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형편도 아니기 때문에 유통가격을 내리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그는 "보통 봄에서 여름철이 되면 돼지고기 소비가 증가해 도매가격이 올라간다"면서 "지금은 육류가격이 잠시 하락했지만 곧 가격이 오를 거고, 구제역 여파로 인한 공급부족과 수요량 증가로 도매가격이 지난해보다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도매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는 대형마트에선 산지 가격 하락을 반영해 한우 등심 100g 기준 5천700원에 판매한다. 지난해 9천250원에 비해 37% 싸게 팔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명자(53,부평구 부평동) 주부는 "올초 식당가격이 오른 뒤에는 가격인하가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먹을거리 물가가 이렇게 폭등해서야 먹고살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다같이 어려운 처지에 웬만하면 가격을 내리는 게 인지상정이지 싶다"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는 최근 서민생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생필품과 정부 중점관리 품목 등에 대한 가격안정을 위해 '물가모니터 요원과의 간담회'를 열고, 모든 기관들의 협조체제를 구축해 물가안정을 위해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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