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사 협상 평행선... 재점화된 철수설에 협력업체들 도산 위기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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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노사 협상 평행선... 재점화된 철수설에 협력업체들 도산 위기 호소
  • 윤성문 기자
  • 승인 2020.11.22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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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단협 갈등 악화, 24차례 교섭에도 노사 입장 팽팽
반복되는 파업에 GM 고위 관계자 '철수설'로 맞대응
협력업체들 "생산 차질에 납품업체 3천 곳 줄도산 위기"

임금단체협상을 둘러싼 한국GM 노사간 대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노조는 약 한달간 부분 파업을 이어가고 있고, 회사 안팎에서는 GM의 한국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에 파업의 영향으로 생산 차질의 타격까지 입은 협력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몰리면서 지역 자동차 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 노사 임단협 갈등, 24차례 교섭에도 평행선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는 지난 20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오는 23~25일까지 부분 파업을 이어가기로 확정했다. 전반조와 후반조가 4시간씩 파업에 나서며, 지난달 23일 시작한 잔업과 특근 거부도 지속한다. 또 노조 대의원과 간부들은 한국GM 부평공장 조립사거리에서 무기한 철야 농성에 돌입한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30일과 지난 2일에도 4시간씩 파업을 단행했고, 6일과 9~10일에 이어 11~13일 각각 4시간씩 파업에 나선 바 있다. 지난 17~20일에는 네 번째 부분 파업을, 오는 23일부터는 다섯 번째 부분 파업에 돌입한다. 이에 따라 노조는 총 15일간 부분 파업을 이어가게 됐다.

올해 한국GM 노사는 임단협을 둘러싸고 24차례에 걸쳐 교섭했지만 기본급과 성과급 지급 등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사측은 매년 임단협으로 인해 발생하는 분쟁으로 인한 생산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2년치 임단협을 함께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의 반발로 일부 수정해 다시 제안했다. 사측이 제시한 수정안에는 ▲2020~2021년 일시금 800만원 지급 ▲임직원 차량 구입 특별할인 ▲공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사 공동 해외 벤치마킹 활동 실시 등이 담겼다.

반면 노조는 사측이 2년치 일시금 지급 부분이 완전히 철회해야만 임단협이 진행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2년치 일시금 지급 철회와 함께 ▲기본급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에 600만 원을 더한 성과급 지급 ▲1년 주기 임금협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노조는 2022년 이후 물량이 끊기는 부평 2공장에 대해 고용 안정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경영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한국GM 노조 부분 파업.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제공

◇ GM 신규 투자 계획 철회, 한국 철수설 '재점화'

한국GM의 노사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GM본사는 이달 초 부평공장에 투자하기로 한 1억9천만달러(약 2천1백억원)의 신규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여기에 한동안 잠잠했던 한국GM 철수설까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스티브 키퍼 미국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대표는 18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앞으로 몇 주 안에 노조 문제가 해결 안되면 장기적 충격 있을 것”이라면서 “한국에서의 장기적 미래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키퍼 수석부사장은 이어 “한국GM 노조가 생산물량을 인질로 삼으면서 심각한 재정 타격을 주고 있다”며 “GM은 중국을 포함해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연간 500만 대를 생산할 방안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현재 한국에서 전량 생산을 맡고있는 트레일블레이저 등이 중국을 포함한 다른 아시아 국가의 생산공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발언은 GM 본사가 한국GM에 밝힌 발언 중 수위가 가장 높다. 2018년 산업은행의 한국GM 지원 이후 철수설이 거론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산업은행이 한국GM에 8천억원을 투입하면서 10년간 사업 유지라는 약속을 받은 만큼 당장 철수는 못 하지만, 사업을 몇 년에 걸쳐 정리한 뒤 약속된 시점에 떠날 수도 있다. 그동안 GM은 본사가 있는 미국을 포함해 2010년대부터 호주와 인도 등 생산성이 낮은 공장의 사업을 정리해왔다.

지난 19일 한국GM 협력업체 모임인 협신회 회원들이 인천 부평공장 서문 앞에서 피켓시위를 갖고 시민들에게 호소문을 배포했다. 

◇ 협력업체들 "생산차질만 2만대, 줄도산 위기"

이미 한국GM은 코로나19 여파에 GM의 동남아 부품공장이 멈춰서며 올해 상반기 약 6만 대의 자동차 생산 손실 타격을 받았다. 이번 부분 파업이 이달 말까지 지속될 경우 목표 대비 51%에 달하는 2만2300대의 생산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장기간 갈등으로 인한 생산 차질의 여파는 한국GM 협력업체들로 번지고 있다. 완성차 업체가 생산을 멈추면 협력사들 역시 공장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수많은 협력업체들이 코로나19로 심각한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 차질의 영향까지 받으며 줄도산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GM 협력업체 모임인 한국GM협신회는 지난 19일 인천 부평공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열고 협력업체들이 생존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며 파업 철회와 임단협 즉시 타결을 호소했다. 이들은 ‘살고 싶습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걸고, ‘살려주세요’라는 어깨띠를 두른 채 출근하는 한국GM 직원들에게 호소문이 적힌 종이를 전달했다.

한국GM의 1차 협력사는 약 300곳, 2·3차 협력업체는 약 2천700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협신회에 따르면 협력업체 직원을 비롯해 딸린 가족까지 약 30만 명이 한국GM 공장에 기대 먹고 살고 있다. 영세한 2·3차 협력업체들은 당장 운영자금 조달조차 어려워 발을 구르는 형편이다.

협신회는 “지금도 협력업체는 전기세는 물론이고 직원들 급여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실정이며, 2·3차 협력업체들은 사업을 포기하고 반납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며 “한국GM 노사는 모든 지혜를 모아 지체하지 말고 협상을 타결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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