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공사는 2년 후... 이상한 송도세브란스병원 착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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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공사는 2년 후... 이상한 송도세브란스병원 착공식
  • 김영빈 기자
  • 승인 2021.02.2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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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시작은 2023년인데 23일 기공식 열어
주민달래기 또는 선거용이라는 논란 일어
연세대의 무리한 요구에 빌미 제공할 우려도
이상한 기공식 이후 사업 무산된 사례 많아
23일 열린 송도세브란스병원 기공식에서 박남춘 인천시장 등 참석자들이 시삽을 하고 있다.

인천시가 실제 착공을 2년 이상 앞둔 송도세브란스병원의 기공식을 앞당겨 열어 그 배경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23일 오후 3시 연세대 국제캠퍼스에서 박남춘 인천시장, 신은호 인천시의회 의장, 송영길, 정일영 국회의원, 이원재 인천경제청장, 고남석 연수구청장 및 허동수 연세대 이사장, 서승환 연세대 총장, 윤동섭 연세의료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세브란스병원 기공식을 갖고 첫 삽을 떴다.

송도세브란스병원은 연세대 국제캠퍼스내 부지에 지하3층·지상14층, 800병상 규모로 건립되며, 내년 말까지 설계를 마치고 2023년 착공해 2026년 말 개원될 예정이다.

이날 박남춘 시장은 축사를 통해 “시장 후보 시절부터 송도세브란스병원을 건립하겠다고 시민들과 약속했는데, 이렇게 지킬 수 있어 무척 기쁘다”며 “송도세브란스병원은 바이오헬스벨리 구축을 위한 산학협동의 중심이자 지역의 핵심 종합의료시설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기공식은 실제 공사 시작 2년 이상을 앞당겨 열린 것이어서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선거용 또는 주민달래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 착공은 설계 완료, 설계도서를 포함한 건축허가 신청, 허가, 착공계 제출을 거쳐 이루어진다.

 

송도세브란스병원 조감도
송도세브란스병원 조감도

연세대는 지난 2006년 1월 송도에 국제캠퍼스, 세브란스병원, 교육연구시설을 건립키로 하는 ‘1단계 송도국제화복합단지 조성 협약’을 시와 체결했으나 2010년 3월 국제캠퍼스만 개교했을 뿐 세브란스병원과 교육연구시설은 현재까지도 아무런 진척이 없다.

시가 송도 7공구 92만여㎡를 조성원가인 3.3㎡(평)당 50만원의 헐값에 공급하고 SPC(특수목적법인)인 송도국제화복합단지개발(주)이 수익부지에서 아파트, 주상복합, 오피스텔 등을 분양해 벌어들인 5,000억원으로 국제캠퍼스 건축비를 충당했으나 연세대는 국제캠퍼스 건물만 무상 취득한 뒤 협약을 위반한 채 병원과 교육연구시설 건립은 철저히 외면한 것이다.

시는 병원 및 연구시설 부지를 회수하기는커녕 지방선거를 앞둔 2018년 3월 연세대에 송도 11공구 부지를 헐값에 추가 공급하는 ‘국제캠퍼스 2단계 및 세브란스병원/사이언스파크 조성계획 협약’을 맺어 선거용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2단계 협약에서 세브란스병원 개원은 2024년(1년 연장 가능)으로 명시됐으나 시는 지난해 12월 체결한 ‘연세대 국제캠퍼스 2단계 조성사업 협약’에서 병원 준공이 지연되면 2027년부터 연 20억원의 지연손해금을 부과하고 11공구 부지를 2029년부터 환매할 수 있도록 했다.

2006년 시작된 세브란스병원 건립은 개원 예정일이 1차 2010년, 2차 2024년(또는 2025년)에 이어 사실상 2028년으로 연기된 것이다.

이처럼 송도세브란스병원 건립 및 개원이 장기간 지연되는 가운데 연세대는 병원 부지의 불법 민간임대(야구장 및 풋살장), 송도 11공구 수익부지의 용적률 상향 요구, 의학지원센터 지원(500억원) 요구 등으로 구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연세대가 송도 국제캠퍼스에 이어 세브란스병원과 사이언스파크 건축물을 무상 취득하기 위해 주민들의 병원 건립 요구를 등에 업고 시와 경제청에 무리한 요구를 지속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송도세브란스병원 건립 위치도
연세대학교 송도세브란스병원 건립 위치도

이러한 상황에서 실제 착공 2년 이상을 앞두고 지역 국회의원, 인천시장, 인천시의회 의장, 인천경제청장, 연수구청장 및 연세대 이사장, 총장, 의료원장 등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공식은 선거용이라는 의심과 함께 행정에 대한 불신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를 사고 있다.

또, 송도세브란스병원 건립 지연에 대한 송도 주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것이지만 결국 주민들의 기대만 키워 연세대의 각종 부당한 요구에 끌려다니는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만약 연세대의 수익부지 용적률 상향 요구 등을 받아들일 경우 송도국제도시에는 상주인구가 늘어나 수용예정인구에 맞춰 건설하는 학교, 도로, 공원·녹지, 상·하수도, 전력, 통신 등 각종 기반시설의 부족을 불러올 수 있다.

인천에서는 공사를 시작하지도 않으면서 선거용 또는 정치용으로 기공식(착공식)을 가졌다가 사업 자체가 무산된 경우가 많다.

지난 2010년 4월 열린 ‘영종~강화 간 민자 연결도로(14.6㎞) 기공식’, 2008년 6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했던 ‘송도 151층 인천타워 기공식’, 2008년 12월 ‘송도 파라마운트 무비파크 기공식’ 등이다.

인천경제청 고위관계자는 “이번 송도세브란스병원 기공식은 지난해 말 연세대와 체결한 협약에 포함된 사항으로 시민들에게 2026년 개원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하는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며 “기공식을 빌미로 수익부지의 용적률을 올려준다거나 다른 부당한 요구를 들어주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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