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도 '인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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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도 '인권'이 있다
  • 이혜정
  • 승인 2011.06.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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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고 가두고' 여전한 아동학대 … 인천지역 매년 점차 늘어


취재 : 이혜정 기자

# 30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B(8)군과 G(2)양은 '훈육'이라는 명목 아래 아동양육 지식이 부재한 상태에서 어머니에게 신체적 학대를 당했다. 특히 B군은 정신지체 2급으로 이해력과 판단력이 또래 아동에 비해 크게 뒤쳐져 교육을 받아도 금방 잊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장애아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심하게 체벌을 가했다. 얼마 전 확인 당시 B군은 등과 허벅지, 엉덩이, 얼굴에 멍 들고 입술과 눈은 짙은 갈색을 띠고 심하게 부은 상태였다. 급기야 주변 신고자에 의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돼 B군은 어머니와 격리보호된 후 장애아동을 위한 아동복지시설에서 장기보호를 받고 있다. 어머니에게는 장애아와 영아의 적절한 양육을 위한 부모교육과 경제적 지원 등을 받았다.

# k군(17)과 R(11)양은 알코올 중독인 40대 후반 홀아버지와 살면서 방임과 신체적 학대를 당했다. 이버지는 아이들을 전혀 돌보지 못해 아이들은 영양실조에 걸려 다리를 저는 등 건강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또 아버지는 술이 취하면 폭행을 가해 몸에 상처를 입거나 밖으로 내몰아 아이들이 노숙자생활을 하기도 했다. K군에게는 도벽이 있으며, 둘 다 학습능력이 현저히 낮고 자신의 생각 표현능력이 또래 연령에 비해 낮았다. 집주위를 배회하면서 골목에서 자는 아이들을 목격한 이웃주민이 신고해 발견됐다.

아버지는 알코올 남용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지 못해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진 상태다. 아이들과 격리보호를 하고 친부상담과 치료 등을 진행했다. 이후 '가정보호'에 들어갔지만, 재학대가 발생해 2차 격리보호를 진행하고 지속적인 상담과 교육을 벌였다. 시설보호를 통해 아동치료와 양육을 하고 모니터링도 실시하고 있다.

최근 '아동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데도 아직도 불안한 환경 속에서 학대를 받은 아이들이 여전하다.

"학대 피해아동 40% 매일 맞아" 

학대를 당하는 아동 10명 중 4명은 거의 매일 학대를 받고 있으며, 대부분의 가해자는 부모였다.

6일 보건복지부가 전국 45개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아동학대 사례를 분석한 '2010년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집계된 아동학대 건수는 5657건이었다. 향후 학대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잠재적 위험 사례는 506건이었다. 잠재적 위험 사례는 2009년(444건)보다 14%가 늘어나 아동들이 갈수록 학대에 취약한 환경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3세 미만 영아 학대 사례는 530건으로 전년(455건)보다 16%가 증가해 연령 구분 없이 학대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생 빈도별로는 '거의 매일'이라고 답한 비율이 41%, '2~3일에 한 번' 19%, '1주일에 한 번' 12.2% 등이었다.

학대행위자별로는 부모에 의한 학대가 83.2%로 가장 많았고, 이 중 부자·모자 가정 등 한 부모 가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48%로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학대행위자의 직업구분에서는 무직이 1471건으로 가장 많았고 단순 노무직(854건), 전업주부(593건) 등의 순이었다.

더구나 전체 아동학대 사례 5천657건 중 부모에 의한 학대가 83.2%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3세 미만 영아를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는 530건으로 9.4%이다. 지난해 455건에서 16%나 증가했다. 또 매일 학대를 당하는 아동의 비율도 50.7%로 절반을 넘었다.

16개 시·도별 아동학대 건수를 보면 경기도(8곳)가 1천225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7곳) 729건, 충북(3곳) 397건, 경북(4곳) 382건, 경남(2곳) 367건, 전북(3곳) 347건 인천(2곳) 307건, 울산(1곳) 281건, 강원(3곳) 285건, 부산(2곳) 265건, 충남(2곳) 232건, 전남(2곳) 229건, 광주(1곳)229건, 대구(1곳) 129건, 대전(1곳) 127건, 제주(2곳) 126건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인천의 경우 아동학대 사례 건수는 전국에서 7번째로 높았다. 인천지역 2곳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파악된 연도별 아동학대 사례를 보면 2008년 281건, 2009 303건, 2010년 307건 등으로 점차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를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인천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 김경희 관장은 "부모들은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때리고 있지만, 정작 학대를 하는지 잘 모른다"면서 "어릴 적부터 학대(신체, 정서, 방임, 유기 학대)를 받는 아동의 경우 휴유증으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는 청소년 문제를 일으켜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학대를 받은 아동은 대부분 반항, 충동과 공격성, 거짓말과 도벽 같은 행동적 특성을 지니게 되고 정서적 불안이나 우울증세를 넘어 장애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김 관장은 "아동학대는 90% 이상이 가정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발견하기 쉽지 않다"면서 "아동학대 사례를 보면 학대 지속기간이 보통 7~8년에서 길게는 10년 정도 지속되면서 늦게 발견돼 무엇보다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선 우선 전반적인 사회구성원들의 인식변화 교육이 필수다. 김 관장은 "평소 아무렇지 않게 아이들을 대하는 행동들이 아동에게는 학대로 될 수 있어 인식변화를 위한 교육이 필수적이다"면서 "특히 학대아동 부모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재학대를 막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선 주위 신고가 중요하다고 한다. 그는 "최근 신체학대를 당한 아동을 본 이웃주민이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아동이 사망한 사례처럼 주로 가정에서 발생하는 학대가 많아 발견하기 어렵다"면서 "지역 사회 모든 시민들이 나서 아동들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발견 즉시 신고를 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아동학대 신고번호는 '1577-1391'이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학대피해 아동의 치료보호시설을 확장해 부모교육 강화 등의 정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교사를 비롯해 의료인,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 아동학대 신고의무가 있는 직업군을 12개에서 20개로 확대하고, 신고의무를 어길 시 과태료부과 등의 내용을 담은 아동복지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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