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장봉도 아이, 엄마의 자가격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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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장봉도 아이, 엄마의 자가격리기
  • 문미정
  • 승인 2021.09.2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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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도에서 아이들과 생활하기] (31)
- 어린 아이들만 격리할 수 없으니, 일손 바쁜 부모, 형제와 함께

 

근 두달 동안 너무나 정신없이 바빴고 일이 많았다. 주중에 하루도 쉬지 못하고 야근을 해왔는데 주말 당직까지 이어서 맞이할 판이었다. 위에서 보다못해 그리 일하면 몸 축나서 안된다며 하루 정도는 쉬었다가 출근하는 게 좋겠다 하여 추석 연휴를 앞두고 모처럼 한가한 금요일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저녁 8시쯤 옹진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학교에서 아이들 영양교육 시간이 있었는데, 아이 두명이 다 코로나19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부모까지 자가격리를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나야 재택 근무를 한다 하여도 남편은 그럴 수 없는 일이라 매우 난감했다.

보건소에서는 보호자는 1인만 자가격리 해도 된다고 하여 우선 남편은 급히 섬 밖으로 나가 코로나 검사를 하고 대기하기로 했고, 음성이 나오면 조심히 일상생활을 해도 된다고 하였다.

하룻 저녁 사이에 나와 아이 둘만 섬에 남아 졸지에 이산가족이 된 것이다. 이산가족이 된 집은 우리집 뿐만이 아니다. 마을 엄마들 한둘이 전화를 해서 하소연하기 시작한다. 아이와 화장실을 분리하여 쓸 수가 없어서 언니네 팬션에서 자가격리를 시켰다면서 너무나 속상해 했다.

어떤 집은 부모가 같이 자가격리할 형편이 되지 않아 고학년 언니가 보호자를 대신하여 자가격리에 들어가고 부모들은 일터로 나가기도 했다. 일을 쉬고 같이 자가격리를 하면 되지만 혼자서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집이거나 대체인력을 구할 수 없는 섬에서는 아이와 함께 자가격리를 하는 일도 쉽지가 않은 것이다.

미음 써야 할 일은 또 있었다. 밀접접촉자의 가족은 자가격리 대상자는 아니지만 아이들이기 때문에 부모의 자가격리를 하도록 하는 것인데, 이를 잘 모르는 동네 어른들은 아이들의 부모가 외출을 하자 왜 돌아다니냐고 나무라기도 하신다. 아이는 다른 형제가 함께 자가격리를 하거나 큰 아이의 경우 펜션에 혼자 갖혀 지내야 하는 속사정이 있는데 말이다. 아이와 떨어져 지내는 것도 마음이 힘든데 이런 것까지 일일이 다 해명하기도 쉽지 않다며 속상하다고 하는 가족도 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남편은 구호물품을 구입하여 섬으로 들어와 집앞에 물건만 두고 가려다가 발길을 돌렸다. 혹시라도 만에 하나 감염이라도 되면 두고두고 원성을 살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다. 목요일에 택배로 보내준다고 한다. 우리가 필요한 건 신선식품인 우유인데 2주 동안 흰우유는 맛도 못보게 생겼다.

장봉도 내에서 비교적 도시보다 자유롭게 학교도 매일 다니고, 외출도 자유로웠던 아이들이 2주나 되는 기간을 갖혀 지내야 하는데 다들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학교 엄마들은 이런 상황을 이야기 하며 하소연하며 굳이 이 시국에 섬까지 와서 영양교육을 실시한 했어야 했나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나는 또 한편으로는 이리 나에게까지 하소연을 해주니 그게 또 무척이나 고마웠다. 배달 커피나 배달음식이라도 시켜주고 싶은 마음이다.

 

혜림원에서 가져다준 커다란 과자 선물
혜림원에서 가져다준 커다란 과자 선물

 

내 일터인 장봉혜림원에 상황보고를 하면서 마을 주민들의 이런 안타까움도 함께 전하였다. 원에서는 속상한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줄까 싶어 과자 선물을 한보따리 준비하여 문앞에 갖다주었다. 우리집까지 안와도 되는데 우리집에도 와주었다. 원에서는 명절이 되면 음식 만들기를 하는데 예쁘게 도시락 싸서 문앞까지 배달도 해주었다. 다행히 사택이 혜림원에서 좀 멀리 떨어진 사택이어서 원에 피해를 덜 줄 수 있는 상황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마을 주민이 가져다준 직접기른 포도와 장미꽃다발
마을 주민이 가져다준 직접 기른 포도와 장미 꽃다발
이웃이 가져다 준 꽃다발 덕분에 현관앞 다육이 테이블이 더 화사해졌다.
이웃이 가져다 준 꽃다발 덕분에 현관앞 다육이 테이블이 더 화사해졌다.

첫날 검사에서 검사들이 모두 음성이 나와서 한시름 놓았다. 몹시 다행스러웠다. 

나는 모처럼 강제로 받은 휴가에 선물도 잔뜩 받은, 조금은 남다른 자가격리 기간을 보내고 있다. 어떤 이웃은 포도와 장미꽃 한다발을 갖다 주기도 하시고, 어떤 이웃은 금방 캔 고구마를 한아름 갖다주기도 하셨다. 보통은 휴무 때 나가서 장을 봐오는데 발이 묶여 있어 쌀과 김치가 떨어졌는데 그것도 이웃이 해결해 주었다.

코로나가 가져다 준 여유는 집 앞에서 밤줍는 시간을 선사해 주었다.
코로나가 가져다 준 여유는 집 앞에서 밤 줍는 시간을 선사해 주었다.

게다가 사택이 혜림원과 멀리 떨어져 있고 마당이 넓어 마스크 끼고 마당까지는 나와도 된다고 하여 마당까지는 드나들며 지낸다. 지인이는 집앞 밤나무에서 떨어지는 밤송이를 까며, 낫질로 잡풀을 베며, 도토리를 주으며 하루를 보낸다. 다행히 집 옆에 닭장이 있어 도시보다는 조금 덜 심심하게, 이웃들과는 평소보다 더 따뜻하게 보내는 것 같다.

낫질에 재미가 생겨 풀베기를 잔뜩해둔 지인이...
낫질에 재미가 생겨 풀베기를 잔뜩해둔 지인이...
집앞 마당에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 토끼에게 주면서 시간을 보내는 지인이...
집앞 마당에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 토끼에게 주면서 시간을 보내는 지인이...

도시에서는 코로나19 격리기간이 무척이나 힘들다고 한다. 골방에서 지내거나 집안에 혼자서 지내야해서 갖히는 느낌이기에 어렵다고 한다. 우리 집 뿐만 아니라 장봉의 여러집에서도, 그리고 전국의 여러가정이 자가격리 중일 것이다. 이로 인해 졸지에 이산가족이 되거나, 격리된 가족을 돌봐야 하는 가족도 있을 것이다.

일단 가족 중에 격리자가 생기면 당사자도 가족도 힘든 상황이 된다. 모두들 이모양 저모양으로 힘들고, 몸은 비록 갖혀있지만 영혼만큼은 자유로운 격리 기간이 되기를 추석을 맞아 두손모아 빌어본다.

 

자가격리 키트에 들어있는 색칠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자가격리 키트에 들어있는 색칠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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