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동 거리, 가회민화박물관, 안자영 민화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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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회동 거리, 가회민화박물관, 안자영 민화전시회
  • 허회숙
  • 승인 2021.10.26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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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허회숙 / 전 인일여고 교장

 

안자영 민화 작가는 지난 2008년부터 몇 년간 필자가 인천에서 교육문화경영연구원을 운영할 때 인하대 대학원 교육심리 박사과정생으로 연구원의 사무국장 역할을 하면서 인연을 맺은 작가다. 편견 없는 판단력과 책임감으로 연구원의 중심추가 되어 주었다.

몇 년 전 서울 방배동에 미술치료와 진로상담을 하는 ‘마음과 행복 심리상담 교육연구소’를 개설하여 활동하고 있다.

다른 심리치료 기법도 그렇지만 미술치료도 서양에서 들어온 치료기법이다.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 안자영 작가는 우리의 전통 민화와 어떻게 접점을 찾았을까?

안 작가는 어느 날 우연히 들른 가회민화박물관에서 민화를 만나는 순간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바쁜 생활 속에서 부대끼며 살다가 그 옛날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꽃과 새와 곤충을 그린 민화를 만나자 고향집 마당에 들어선 듯한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에서 미술치료와 우리 전통 민화와의 융합가능성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안 작가는 이달 중순 서울 종로구 가회민화박물관에서 첫 개인전 〈향기를 찾아서〉을 열었다. 궁중모란도 8폭 병풍을 비롯해 화접도, 화조도, 초충도 등 35점의 전통 민화를 선보였다.

필자도 안자영 작가의 민화를 보면서 어릴 적 길가에 핀 맨드라미, 나팔꽃, 그리고 나비와 여치, 곤충들의 모습이 절로 떠오르며 순수한 기쁨이 마음속에 차오름을 느꼈다.

그리고 그 민화들이 차분한 채색 기법과 자연스러운 선의 처리, 균형 잡힌 여백 처리로 우리 마음의 긴장을 슬며시 보듬어 풀어주는 것이 아닌가.

 

필자는 전시회를 오가며 가회동 거리를 처음으로 걸었다. 거리의 가로수들이 소나무들인데 새삼 정신이 버쩍 들었다. 오송들인데 도심 한복판에서 싱싱하고 푸르게 잘 자라고 있는데 또 한번 놀랐다. 그 동네에는 옛날의 기와집들이 줄지어 서있어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풍겼다.

1392년 조선이 건국되었을 때, 무학대사가 전국에서 가장 명당이라고 여겨지는 서울을 도읍지로 추천하였는데,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수도다. 가회동은 인왕산과 남산의 정기가 흐르고 수맥이 마르지 않는 곳이어서 조선 오백년간 양반계층이 모여 살던 양반촌으로 유명했다. 21세기 현재도 대한민국에서도 내노라하는 정⸳재계 거물들의 저택이 이곳에 많이 있다고 한다.

가회민화박물관은 2002년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52에 설립되었다.(02-741-0466)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499m 거리에 있다. 3층 건물에 상설전시실, 강의실, 수장고, 체험공간 등으로 꾸며져 있다.

설립목적은 윤열수 관장이 수집한 민화와 부적 등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보존하며, 상설전시 및 특별전시를 통해 만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 민화의 전승과 이론 연구를 체계화 시키고 해외 전시를 통해 한국문화의 독창성과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려는 것이다.

소장품으로는 민화 2,500점, 부적 800점, 전적류 150점, 무신도 300점, 기타 민속품 250점 등 약 4,000여점의 유물이 소장되어 있다.

윤열수 관장은 인천과의 인연도 깊어 인천의 이민사박물관과 가천박물관을 기획하여 만들었다. 인천에 국보 1호도 선물한 분이라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이제까지 인천의 박물관들에는 보물이 몇 점 있었을 뿐 국보는 없었다. 윤 관장의 발굴 노력으로 해인사 팔만대장경 초조본이 가천박물관에 소장됨에 따라 인천의 박물관에 처음으로 국보가 소장되었다.

안 작가의 전시회장을 찾은 그날 한국 토착심리 연구의 거장 박영신 교수(인하대 교육학과)와 민화의 전승보급에 평생을 바친 윤열수 관장이 3층 관장실에서 만났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과 통한다’는 신념으로 평생 한국인의 얼과 정신세계를 탐구해온 두 분의 만남은 인연의 뿌리 깊음과 조화로움을 새삼 깨닫게 해 주었다.

두 분의 제자로 동서 문화의 융 복합작업에 나선 안자영 작가의 앞으로의 연구결과와 작업의 성과가 기대된다. 가까운 시일 내에 인천 국보 1호가 소장되어 있는 가천박물관에도 찾아가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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