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도시, 인천' … 여건부터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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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도시, 인천' … 여건부터 마련해야
  • 박상문
  • 승인 2011.07.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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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박상문 / 지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


10년 전 인천지역에서 도서관 건립운동과 더불어 학교도서관 살리기 운동을 시민사회와 학교가 공동으로 벌인 적이 있다. 그 결과 인천 지역사회에선 처음으로 시민이 공공도서관 건립 전 과정에 참여하는 일이 있었고, 학교에서는 가장 구석에 위치하여 특별반 학생 전용 자율학습 용도로 사용되었던 도서관이 당당하게 1층으로 이동하여 가장 아름다운 공간으로 재탄생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다만 학교의 경우 재정적인 문제로 전문 사서교사를 채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으나 시민단체와 학부모가 결합하여 스스로 역량을 키워서 학교사서도우미 활동을 벌여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였다. 이렇게 노력했던 다양한 주체들은 지금도 북스타트 운동과 작은도서관 운동,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문화 활동모임을 행복하게 하고 있다.

인천지역에는 상당수 독서 관련 모임이 있다. 사서삼경을 읽고 토론하는 공개강좌 형식의 모임이 있는가 하면, 신간 읽기 모임도 있고, 시 읽는 어른들의 모임, 동화를 읽어주는 어른들의 모임,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독서토론 모임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한 문학 창작자 모임도 상당수 있다. 물론 모임에 참여하지 않고 책 읽는 시민들도 많다. 이들도 책을 통해 행복함을 얻고 있을 터이다.

그런데 최근 인천시가 '책 읽는 도시 인천'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책'은 다른 어느 것보다 훌륭하다. 그래서 인천시가 '책 읽는 도시 인천'을 표방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인천시가 발표한 책 읽는 도시 3대 시정원리와 9대 추진과제 세부 프로그램을 보면 아쉬운 점이 있다. 그래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책 읽기 운동을 관 주도형으로 하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책은 그 사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책 읽기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이고 책 속에서 얻는 교훈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도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이라는 말이다. 책을 읽으라고 강권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정부나 자치단체 등에서 책 읽기를 강권하는 건 권위주의적 정책의 실행 방법인 명령하달식 방법으로 오히려 역효과가 클 가능성이 있다. 최근 인천시청에서 책 읽는 도시 정책 일환으로 우선 공무원부터 그 운동을 벌이겠다고 하는데, 자칫 책 읽기 운동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첫 번째 방법이 될까 우려된다.

앞서 논한 바와 같이 인천지역은 다른 도시보다 책 관련 시민사회운동이 앞선 도시로서 도서관 건립운동과 북스타트 운동, 동화을 읽는 어른들의 모임, 작은도서관 운동 등이 타 도시의 모범적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이처럼 인천지역사회에서 책 읽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기존 관련단체나 독서모임들과 함께 '책 읽는 도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더 많은 인천시민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진흥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책을 많이 읽는 도시는 어떤 도시일까? 얼마 전 미국에서 발표한 책 많이 읽는 도시에 선정된 20개 도시의 공통점을 보면 문학과 관련한 활동이 많은 도시, 도서관 이용이 많은 도시, 서점이 많은 도시, 대학이 많은 도시, 기후와 환경 등 삶의 질이 좋은 도시가 상위권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천시가 책읽는 도시를 지향하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책읽는 도시를 구축하기 위한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실례이다
.
북스타트 운동, 책나눔 운동을 책 읽는 도시 운동의 시발로 삼자. 교육은 백년대계라 한다. '책'은 교육의 영역으로서 책 읽기 운동은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도 어렵고, 또한 단기간에 효과를 보려고 해서도 안 되는 분야이다. 그렇기에 '책'을 이용해서 단시일에 인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생각보다는 향후 인천은 책읽기 좋은 도시, 책 많이 읽는 도시로 훌륭한 여건이 갖춰질 수 있도록 영유아와 청소년들의 독서진흥 향상을 위한 북스타트 운동과 책 나눔 운동을 장기적 과제로 실행해 보기를 바란다.

인천시가 마련한 '책 읽는 도시 인천' 3대 시정원리 9대 추진과제를 보면 왜 책을 읽는가에 대한 궁극적인 목표가 없다. 다만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 책의 수도 지정을 위한 추진과정 등이 목표인 것 같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 책의 수도' 지정이 목표인가? 인천시민이 행복한 '책 읽는 도시'가 될 것인가? 무엇이 진정한 책 읽기 운동인지 해답이 명쾌하지 않은가?


얼마 전 인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책 읽는 도시 인천'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인천시 간부 공무원 독서토론회에서 공무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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