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긍정의 에너지 가득한 ‘빨간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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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긍정의 에너지 가득한 ‘빨간색’
  • 고진이
  • 승인 2022.05.03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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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칼럼]
(3) 2022년 5월, 빨간색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의 색은 ‘빨간색’ 이다. 사실 5월의 색을 생각할 때 여러 후보가 떠올랐다. 주황색, 자두색, 분홍색 등 주로 봄에 피는 꽃의 색을 연상했지만 결국 빨간색을 선택했다. 노란색과 파란색과 함께 색의 삼원색 중 하나인 빨간색은 에너지가 가득한 색이다. 우리가 열정을 떠올리면 자연히 빨간색이 떠오를 만큼 긍정적인 힘으로 차 있는 색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빨간색이 너무 강하게 느껴져 평소에는 손이 잘 가지 않지만 ‘이때만큼은 빨간색이지!’ 하는 순간들이 있다. 5월이 되면 골목골목 담에 장미가 탐스럽게 피어나는데 단연 빨간 장미꽃이 제일이다. 맑은 하늘에 따스한 햇볕이 떨어지는 날 빨간 장미는 그 무엇보다 사랑스럽고 발랄하다. 2019년도에 그런 빨간색의 에너지를 빌려 ‘Eternal Land (영원한 땅)’이라는 유화 작품을 완성했다.

고진이, Eternal Land, oil on linen, 100 x 100 cm, 2019

서서히 흐려지는 기억을 헤집어 기억 속 공간을 화면에 재구성하는 작업을 해오며, 어느덧 그림 속 공간이 영원하길 염원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기억하고 있는 그 시절이 시간에 쓸려가 사라져버리지 않길, 어딘가에는 남아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이 작품에 투영되고 있었다.

그런 마음을 눈치채고 잘 쓰지 않던 붉은 계열을 사용해 영원히 존재하는 시공간을 다홍빛으로 화면에 구성했다. 물론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그런 유토피아를 그림 속에 담는다고 문제 될 일은 없었다. 원래 그림은 허용이 가능한, 그럴 수도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림은 보는 이의 마음을 달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정의 달이라고도 불리는 5월, 지금은 어른이 되어 그저 쉬어가는 어린이날을 지나면 어버이날과 스승의날이 돌아온다. 그날만큼은 평소에 표현하지 않던 감사와 사랑을 전하기 위해 여러 선물을 고민하게 되는데, 그때 빠지지 않는 선물이 바로 카네이션이다.

요즘은 카네이션의 종류가 많아져 색이 정말 다양해졌지만 역시 빨간 카네이션을 고르게 된다. 나의 마음을 진심으로 전하고 싶어서인지 빨간색이 끌린다. 카네이션을 사서 집에 갈 때면 부모님 얼굴과 함께 생각이 나는 얼굴이 있다. 하얗고 둥근 우리 할머니 얼굴. 어릴 적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을 대신해 우리 삼 남매를 돌봐준 할머니가 생각이 난다.

2020년, 생에 처음으로 출간한 그림책 ‘섭순’은 우리 할머니가 주인공인 그림책이다. 누군가의 엄마, 할머니였던 한 여성을 추모하는 그림책으로 한장 한장 할머니의 사계절을 담았다.

그중 할머니가 입으시던 흰 모시 저고리가 나오는 장면 한편에 빨간 카네이션을 함께 그렸다. 할머니의 사랑을 떠올리면 무한한 감사가 마음에 차오른다. 시간이 흘러도 옅어지지 않는 그 마음을 책 속에 빨간 카네이션으로 담았다.

고진이, 그림책 [섭순] 중 한 장면
고진이, 그림책 [섭순] 중 한 장면

올해 5월을 앞두고 오랜만에 빨간색을 다시 꺼냈다. 지난 겨울부터 많은 신작을 쏟아내며 봄에 이르니 자연히 빨간색에 손이 갔다. 봉오리를 터트리는 꽃의 모습을 보니 작가로서 작품이 이처럼 힘껏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반영된 걸까? 곧 완성될 작품에 설렘을 실으며 5월의 장미처럼, 마음을 전하는 카네이션처럼 빨간색의 힘을 빌려 본다.

진행중인 붉은빛 작품과 고진이 작가의 작업실
진행중인 붉은빛 작품과 고진이 작가의 작업실

 

독자들에게도 봄이 가득 담긴 빨간색의 힘이 전달되길 바라며 5월의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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