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 아파트' 사용 승인 놓고 서구청 장고 거듭
상태바
'왕릉 아파트' 사용 승인 놓고 서구청 장고 거듭
  • 윤성문 기자
  • 승인 2022.05.27 14: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포 장릉 조망을 가린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김포 장릉 조망을 가린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인근에 지어진 '왕릉 아파트' 건설사가 이달 말 입주를 추진하는 가운데 관할 구청이 허가 여부를 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문화재청과 건설사들의 아파트 공사와 관련한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인천 서구가 사용 승인을 내줘 실제 입주가 진행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27일 서구 등에 따르면 검단신도시에 735세대 규모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 대광건영(대광로제비앙)가 지난 13일 제출한 사용검사 승인 여부를 두고 현재까지 부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사용검사는 통상 입주 한 달 전 진행하는 마지막 점검 단계로 분류된다. 건설사가 준공 직전에 공동주택 등 목적물이 계획대로 지어졌는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확인받는 절차다.

이 단계에서는 법적 제출 의무가 있는 모든 서류가 검토되며 수십여 개에 이르는 관계 기관과 부서 간 협의를 통해 최종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건설사는 사용검사에서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을 경우 곧바로 입주를 추진할 수 있다.

주택법에 따르면 사용검사는 통상 신청 접수 후 15일 이내로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신청일인 13일을 기준으로 하면 다음 달 초까지는 입주 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다만 보완 기간이 필요한 경우 이 기간은 처리 기간에서 빠져 결과가 더 늦게 나올 수도 있다.

대광건영은 이달 31일부터 오는 9월14일까지 입주를 진행한다며 홈페이지 등에 안내문을 띄우고 온라인 입주 예약에 들어간 상태다.

대광건영뿐만 아니라 다음달 입주가 예정된 금성백조(예미지트리플에듀)와 9월 입주 예정인 대방건설(디에트르에듀포레힐)도 공정현황에 맞춰 조만간 사용검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3,400여세대에 달하는 이들 아파트의 공정률은 대광로제비앙 99%, 예미지트리플에듀 94%, 디에트르에듀포레힐 77%로 사실상 거의 다 지어졌거나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상황이다.

 

김포 장릉 조망을 가린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입주가 코앞으로 다가왔으나 서구는 확답을 내놓지 않고 절차대로 처리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문화재청과 건설사들의 소송전이 진행 중인 데다 문화재청이 법원 판단 전까지 허가를 내주지 말라는 공문을 보낸 점 등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한 채 건설된 아파트의 입주가 진행되면 소유권 등 법률관계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며 사용검사 처리를 유보해달라고 서구에 요청한 상태다.

또 아파트의 입주를 유보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소속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행정조정 신청도 제기했다. 해당 위원회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간 사무를 처리할 때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 이를 협의·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이들 아파트 현장과 서류 점검 등에서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서구가 사용 승인을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법원은 최근 잇따라 건설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문화재청은 이들 건설사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아파트를 지으면서도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아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며 아파트 공사 중지를 명령했으나 이에 반발한 건설사들이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신청이 인용됐다.

이후 공사가 재개됐으나 문화재청이 지난해 12월 재항고장을 내면서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3개 건설사가 각각 문화재청을 상대로 제기한 본안소송(공사중지명령처분 취소 행정소송)은 오는 7월 선고가 예정돼있다.

서구 관계자는 “사용검사와 관련해서는 관계 부서 협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평소와 같이 처리할 예정”이라며 ”승인 날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김포 장릉은 조선 인조의 아버지인 추존왕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가 묻힌 무덤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 왕릉에 포함돼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