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예쁘면 '예쁜 사진'을 보여주셔요
상태바
서울이 예쁘면 '예쁜 사진'을 보여주셔요
  • 최종규
  • 승인 2011.07.29 0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찾아 읽는 사진책] 배두나, 《두나”s 서울놀이》

 140쪽이 되어서야 비로소 ‘예쁘게 찍어서 보여주려’ 했다는 서울 모습이 나오는 《두나's 서울놀이》(중앙북스,2008)를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배두나 님은 “해외여행 후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볼 때면 느끼던, 그 설렘과 반가움, 되돌아와 쉴 수 있는 내 공간의 따뜻함과 편안함을, 사진에 남겨 두고 싶었다(17쪽).”고 이야기하며, “서울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 나의 집이 있고,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가 있고, 행복한 추억이 가득한 곳(50쪽)”이기 때문에 “서울을 실제보다 더 예쁘게 보이도록 찍으려고 욕심을 부렸다(50쪽).”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배두나 님이 찍은 《두나's 서울놀이》에 나오는 서울은 참말 ‘예쁜 서울’이라 할 만할까요. 참으로 예쁘게 찍어 사랑스러운 서울이라 할 만한가요.

 《두나's 서울놀이》라는 책에는 ‘예쁜 서울’이 한 가지도 나오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두나's 서울놀이》라는 책에는 ‘배두나 단골가게’가 나올 뿐입니다. 책이름 그대로 ‘배두나가 서울에서 노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지, ‘예쁜 서울을 보여줄 만한 이야기’는 없는 책이에요.

 곧, ‘배두나 님 스스로 좋아하는’ 서울이기에 마냥 ‘스스로 예쁘게 바라보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글을 곁들여 묶은 《두나's 서울놀이》예요.

 이리하여, 배두나 님은 이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는 지하철을 타고 보니, 서울이 다시 보였다(212쪽).”는 말마디마따나, 배두나 님은 ‘여느 사람이 여느 삶을 여느 사람하고 사귀면서 보내는 서울(과 한국이라는 터)에서 퍽 멀리 떨어진’ 채 살아갑니다. 늘 자가용을 타야 할 테니까요. ‘여느 사람’한테 붙잡혀 사인공세에 시달린다든지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하는 일에 시달리기 싫거나 힘드니까요.

 지하철이든 시내버스이든 ‘추억을 떠올리려’고 타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일터를 다니든 배움터를 오가든, ‘여느 삶(일상)’으로 타는 지하철이면서 시내버스이고, 이 지하철과 시내버스에서 아침저녁으로 오징어떡이 되도록 시달립니다. 도무지 추억으로 여길 수 없는 메마른 삶이고, 차마 추억을 떠올리기 벅찬 힘겨운 나날이에요. 배두나 님과 여느 사람은 퍽 일찍부터 ‘시달리는 삶’이 다릅니다. 시달리는 삶이 다르니 바라보는 삶이나 누리거나 즐기는 삶이 다릅니다. 누리거나 즐기는 삶이 다를 때에는 생각하는 삶이나 사랑하는 삶 또한 다를밖에 없어요.

 사진기를 쥔 사람이 같은 자리에 서서 같은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다 하더라도, 똑같은 사진이 나올 수 없습니다. 배두나 님은 배두나 님대로 재미나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면 되고,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대로 재미나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면 돼요. 그러니까, 《두나's 서울놀이》는 처음부터 굳이 ‘서울을 더 예쁘게 찍어서 내보일’ 까닭이 없습니다. 그저 배두나 님 스스로 좋아하는 삶결대로 서울을 바라보면서 하나씩 담으면 됩니다. 나중에 이 책을 장만해서 사진을 들여다볼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보거나 말거나 아랑곳할 일이 없습니다. 좋게 봐주면 좋게 봐주니 고맙게 여기면 되고, 나쁘게 봐주면 나쁘게 바라보는 대로 나한테 모자라거나 아쉬운 대목을 고맙게 엿들을 수 있다고 여기면 됩니다.

 《두나's 서울놀이》라는 책은, 그예 배두나 님을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예쁘게 다가설 수 있으면 됩니다. 배두나 님을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누군가는 집안일이 힘들지 않으냐며 도우미 아줌마를 써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하기도 한다. 하지만 난 누군가 나의 살림을 보는 것이 싫다. 그것도 우리 엄마 닮았다. 그리고 집안 청소는, 운동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나에겐 아주 유익한 아침 운동이다. 사방이 막혀서 답답한 피트니스 센터에서 러닝머신 위를 하염없이 달리는 것보다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하고, 설거지를 하는 것이 적어도 나에겐 더 재미있고 보람 있다(31쪽).”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서로서로 삶을 한껏 사랑하면서 즐기는 길을 찾자고 말머리를 열면 됩니다.

 왜냐하면, 더 예쁜 삶터란 없거든요. 도쿄가 서울보다 더 예쁘지 않고, 런던이 도쿄보다 더 예쁘지 않으며, 파리가 도쿄보다 더 예쁘지 않습니다. 또한, 서울이 파리보다 더 예쁘지 않아요.

 도쿄는 도쿄대로 예쁘고, 서울은 서울대로 예쁘며, 런던은 런던대로 예쁜 한편, 파리는 파리대로 예쁩니다.

 춘천은 춘천대로 예쁠 테지요. 부여는 부여대로 예쁠 테고, 진주는 진주대로 예쁩니다. 더 하거나 덜 하지 않습니다. 보금자리로 여겨 따순 마음으로 어깨동무하려는 사람들 몸짓대로 예쁩니다.

 배두나 님은 처음부터 ‘배두나는 예쁜 삶과 예쁜 놀이와 예쁜 사람을 좋아해요’ 하고 한 마디를 읊으면서 나아가면 됩니다. ‘배두나 님 추억이 어린 곳은 배두나 님 눈썰미로는 하염없이 예쁠는지 모르나, 다른 여느 사람한테는 심심하거나 밋밋할 수 있다’고 느껴야 합니다. 나로서는 예뻐 보이는 모습을 남한테까지 예쁘게 여기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머리글에서든 몸글에서든 오붓한 삶과 호젓한 꿈을 사랑스레 즐기면서 머잖아 ‘뉴욕놀이’를 선물해 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이러거나 저러거나 그저 ‘배두나대로 논 나날’을 보여주면 좋겠어요.

 《두나's 서울놀이》는 ‘배두나대로 논 나날’에도 미치지 못하고, ‘서울을 예쁘게 누리거나 즐긴 삶’에도 미치지 못하는 어설픈 이야기로 두루뭉술합니다.

 서울이 예쁘면 참말 ‘예쁜 사진’을 보여줄 노릇입니다. 서울이 예쁘면 이 예쁜 서울 구석구석을 ‘마실하는 사람’이 아니라 ‘살아내는 사람’으로 보여줄 일입니다. 구경하는 사진은 언제나 재미나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습니다. 런던으로 찾아가든 도쿄로 찾아가든, ‘한두 번 찾아간’ 사람이 ‘오래오래 산’ 사람보다 덜 보거나 못 보지 않아요. 거꾸로, 서울에서 태어나 오래오래 살았대서 서울을 더 잘 바라보거나 즐기지 않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