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낮 3시 인천 문학동 소극장 ‘작은극장돌체’에서는 감성낭독극 ‘‘I’m Possible(꿈은 여기에 있어)’ 공연이 열렸다. 극단마임 박상숙 대표가 직접 무대에 선 1인극으로 이날 소극장을 찾은 관객은 4명에 불과한데도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작은극장돌체 사태는 이미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소극장을 위탁운영해온 극단마임이 미추홀구에 신청한 수탁기간 연장안이 지난해 11월 ‘민간위탁심의위원회’에서 부결되면서 더 이상 극단은 극장을 운영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즉 지난 12월 31일을 끝으로 소극장에서 철수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럼에도 극단이 선택한 길은 “극장에 남아서 지키겠다”는 쪽이었다. 작은극장돌체가 지역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데는 개관부터 지난 15년간 심혈을 기울여 운영해온 극단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호소한다. 심의위가 낙제점수에 가까운 평가로 재위탁을 부결한 상황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가슴을 친다.
이번 공연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 박 대표는 “수탁처분 중단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어서 처분취소 소송을 법원에 제출했다”며 “시비를 가리는 것은 법리적인 문제지만 극장을 비워두면 피해는 구민에게 돌아간다고 판단, 공연을 준비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행정적으로 볼 때 극단마임이 시설을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는 형국이다.
공연에 앞서 구는 이달 1일 ‘불법행위에 대한 시정 통보’ 공문을 보냈다. 무단으로 현수막을 게시하고 공연을 강행하는 것은 불법행위이므로 향후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1차 경고를 날렸다.
이후 구의 경고는 두차례나 더 이어졌다. ‘무단공연 강행에 대한 시정통보’, ‘불법 옥외광고물 자진정비 명령’이 그것이다. 시설에서 퇴거하지 않고 공연을 진행한 데 대해 손해배상 민사소송과 행정재산 무단사용 형사고발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또한 극장 벽면에 건 공연 현수막이 불법 광고물이므로 오는 21일까지 정비하지 않을 경우 고발 및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는 명령서를 보냈다. 즉 전방위적으로 행정적인 압박이 조여오고 있는 상황이다.
극장 입구에 설치된 게시판에도 구에서 보내온 시정통보 공문이 붙어 있다. 예약을 한 관객들이 취소 문의를 해오고 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전언이다. 공연에서 관객이 적을 수 밖에 없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그럼에도 박 대표는 오는 28일까지 예정된 공연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발 더 나가 다음 공연도 준비하겠다고 말한다.
그가 공연을 강행하는 이유는 뭘까. 이날 무대 위에서 그는 심경을 이렇게 말한다.
““제발 그러지 마”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살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행정력으로 밀고 들어오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에서 공연하는 일 밖에 없습니다. 예술인들이 몇십년을 쏟아서 만들어온 것을 그냥 이대로 버리고 나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행정적인 관점에서 볼 때 승부는 이미 정해져 있다. 그럼에도 그 승부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잣대가 될 수는 결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