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접받는 느낌의 휴양도시 유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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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접받는 느낌의 휴양도시 유후인
  • 전갑남 객원기자
  • 승인 2023.04.0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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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3] 유후인에서 즐긴 편안함, 여행의 묘미가 있다.
오이타현 유후시에 위치한 유후인역이다.
오이타현 유후시에 위치한 유후인역. 큐슈의 대표적인 온천마을을 이용하는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유후인역을 빠져나오자 유후타케산이 보이고, 바로 유후 시가지로 나온다.
유후인역을 빠져나오자 유후타케산이 보이고, 바로 유후 시가지로 나온다.

일본여행 이틀째(19). 기차가 유후인역에 도착했다. 하카타역에서 출발하여 이곳까지는 급행열차로 2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역에서 내리자 눈 앞에 펼쳐진 우뚝 솟은 해발 1584m의 유후다케산. 삼각김밥 모양의 장엄한 모습으로 위용을 떨친다.

화산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유후다케산은 유휴 분지 북동쪽에 위치하여 산을 좋아하는 등산객들의 발길이 1년 내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

우리는 미리 정한 숙소에 짐을 풀고, 킨린호수까지 걷기로 했다. 유후인역에서1.5km 남짓한 거리. 숙소에서 픽업해주기로 했지만, 그 정도는 걷기로 했다.

유후인 시가지에는 많은 여행자들로 붐볐다.

마을 길이 참 정겹다. 온천 관광지이다 보니 우리로 따지면 민박집이 많다. 그런데 만박집은 완벽한 시설을 갖추고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호텔급 이상이다.

얼마 가지 않아 철도건널목이 나왔다. 마침 저 멀리서 기차소리가 들린다. 건널목에 빨간 신호등이 켜지고 차단기가 내려졌다. 철길을 건너야 하는 차들이 일제히 멈춰 섰다.

우연찮게 만난 철도건널목. 이색적인 관경을 목격하였다.
우연찮게 만난 철도건널목. 이색적인 관경을 목격하였다.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다. 우리나라에선 거의 보기 드문 일을 일본에서 보게 되다니! 이색적이다. 우리나라에선 철도와 도로가 직접 만나지 않도록 고가나 지하도를 설치해 철도건널목이 거의 사라졌다. 철도가 지나가자 차량과 사람들이 안전하게 건넌다. 들리지는 않지만, '땡땡땡' 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는 듯싶다.

우물처럼 물이 담겨있었는데, 화재발생시 방화수로 쓰인다고 한다. 마을에 여러 곳이 있다.
우물처럼 물이 담겨있었는데, 화재발생시 방화수로 쓰인다고 한다.

또 하나 이색적인 시설물이 눈에 띈다. 사각형 콘크리트 구조물에 물이 가득 들어있다. 무슨 우물인가 했는데, 색이 바랜 작은 간판에 방화수(防火水)라 적혀있다. 작은 마을이지만 두 군데나 있다. 위쪽, 아래쪽 거리를 두고서. 혹시나 있을지 모를 화재를 대비해 물을 준비해둔 것이다. 콘크리트 물웅덩이는 비상시 소화전 역할을 하는 모양이다. 화재를 미리 대비하는 노력이 놀랍다.

마을 집집마다 수선화가 곱게 피었다. 흰수선화가 인상적이었다.
집집마다 수선화가 곱게 피었다. 흰수선화가 인상적이었다.
밭둑에 흐드러지게 핀 봄까치꽃이 예쁘게 피었다.
밭둑에 흐드러지게 핀 봄까치꽃이 참 예뻤다.

마을 고샅길에서 많은 봄꽃을 만날 수 있다. 우리 땅에서 본 낯익은 꽃들이다. 봄까치꽃이라 부르는 아주 작은 큰개불알풀이 많이 피었다. 코끝이 빨간 피에로 같은 광대나물꽃이 예쁘다. 어느 집 울안 목련은 하얀 꽃잎을 떨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무더기로 핀 노란 유채꽃은 자기 존재를 확실하게 드러냈다. 노란 민들레, 보라색 제비꽃도 막 피어났다. 집집마다 몇 포기씩 핀 수선화는 집안 분위기까지 화사하게 해줄 것 같다. 유후인의 봄은 우리보다 좀 이르게 찾아왔다.

이제부터 킨린호수까지 이동한다. 안내도를 보니 이동 거리가 꽤 된다. 아내가 자전거를 빌려 타자고 한다. 우리나라 호수를 생각하고, 호수 주변을 라이딩하는 게 좋을 듯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휴일이라 여행자들이 워낙 많고,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자전거 타는 데 애를 먹었다.

자전거를 끌다가 타다가 킨린호수에 도착. 그런데 웬걸! 호수는 그리 크지 않다. 이런 데서 라이딩을 할 생각을 했다니! 여행은 아는 것만큼 즐긴다는데, 우린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맑은 온천수가 샘솟는 킨린호수.
규모는 크지 않지만 맑은 온천수가 샘솟는 킨린호수.
호수 주변에 신사가 있었고, 크고 작은 물고기가 헤엄치고 놀고 있었다.
호수 주변에 신사가 있고, 깨끗한 물에 물고기가 헤엄치며 놀고 있었다.

킨린호수 자체는 보기에 별로이다. 그렇지만 호수 바닥에서 온천수와 맑은 물이 샘솟는다 하여 신비의 호수로 알려졌다. 맑은 호수에 크고 작은 물고기가 헤엄친다. 가을에는 호숫가 단풍이 화려함을 뽐내고, 겨울 아침에는 물안개가 피어나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한다.

우리는 한적한 곳에 자전거를 세우고 천천히 걸었다. 호수에 손을 담그니 물이 따뜻하다. 온천수임을 느낄 수 있다.

호수 주변에 있는 목욕탕. 초가 지붕이 이색적이었다.
호수 주변에 있는 온천탕. 초가 지붕이 이색적이었다.

킨린호수가 있는 유후인의 매력은 뭘까? 유후인는 일본 규슈 오이타현의 온천 도시로 느긋한 치유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휴양도시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아기자기한 경관이 많아 사계절 여행자들을 즐겁게 한단다.

시내 곳곳 거리마다 우리나라 전주 한옥마을처럼 특색이 있는 가게가 즐비하다. 그래서일까? 낯설지가 않다. 오래된 건물은 페인트가 벗겨지고 허름해 보인다. 가게 앞에 놓인 색 바랜 의자도 정감이 간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거리엔 담배꽁초 하나 보이지 않는다. 테이크아웃 빈 병도 뒹굴지 않는다.

낡은 건물들이 많았지만, 너저분하지 않고 고풍스런 아름다움이 간직하고 있었다.
낡은 건물들이 많았지만, 너저분하지 않고 고풍스런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상점 중에는 빛이 바랜 낡은 물건들이 많지만, 너저분하지 않다. 관광지라 복잡해도 편안함을 주는 묘한 매력 같은 게 느껴진다.

숙소에서 아침저녁으로 음식을 제공한다. 일본식 집밥이 참 맛있다. 정성을 다해 음식을 차리고, 손님을 대하는 주인장의 태도에서 친절함이 몸에 배어있다.

우리가 묵은 숙소. 주인이 참 친절하였다.
온천탕이 딸린 우리가 묵은 숙소. 주인장이 참 친절하였다.
숙소에서 제공한 일본식 집밥으로 즐긴 만찬.
숙소에서 제공한 일본식 집밥으로 즐거운 만찬을 즐겼다.

잠자리에 들기 전, 지붕이 뚫린 따뜻한 야외 온천수에 몸을 담갔다. 여행의 피곤함이 싹 풀린다.

아기자기한 온천마을의 휴양도시 유후인! 편안함을 맘껏 느끼며 귀한 손님으로 대접받는 느낌이 들었다. 유후인의 이런 차분한 매력 때문에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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