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도 '인천 역사' 기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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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도 '인천 역사' 기록해야
  • 이혜정
  • 승인 2011.09.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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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최용백 사진작가


최용백 사진작가

인천in-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연재
'2011 인천문화예술을 일구는 사람들'

'살기 좋은 도시 인천' '살고 싶은 도시 인천'으로 나가기 위해선 문화·예술적 창조도시를 지향점으로, 창조적인 문화·예술 행위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인천에서는 그동안 다양한 장르에서 예술성 혹은 대중성을 내건 활동들이 펼쳐져 왔다. 예술의 가치를 확산시킴으로써 살고 있는 도시의 가치를 높인다는 진정성으로 살아온 이들이다.

<인천in>과 인천문화재단은 지역 내 문화·예술인들에게 다가가 집중 인터뷰를 통해 열정이 담긴 창작물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를 걸고 기획연재 '2011 인천문화예술을 일구는 사람들'을 시작한다. 매주 화요일마다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하는 이 코너에서는 인천문화재단의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된 6개 단체를 비롯해 2011년 하반기에 활동하는 문화·예술가(혹은 단체)들을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문화·예술가(단체)는 최용백 사진작가이다.

취재 : 이혜정 기자

인간은 누구나 어릴 적 추억과 낭만을 회상하기 마련이다. 내 고향이라는 공간 안에서 친구들과 뛰놀던, 어머니 품처럼 정겨운 기억이다. 이런 따뜻한 기억들의 공간은 세월이 흐를수록 조금씩 바뀐다. 인간 역시 시간이 지나가면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하지만 도시는 인간이 나이가 들듯 시간이 흐름에 따라 순리대로 변화하지 않는다. 인간 욕망에 의해 인위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인천지역에서도 재개발·재건축 바람으로 송도신도시가 들어섰고, 논현동 한화택지개발 등으로 '소래철교' 일대는 크게 변화했다.

지난 1996년부터 오늘까지 소래철교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 변화를 사진으로 기록한 이가 있다. 최용백 사진작가가 바로 그다.
 
최용백 작가는 지난달 26일부터 9월1일까지 '수인선 소래철교 1996-2011' 사진전을 통해 인천이 변화하는 과정  속에 잊혀져가는 소래철교 주변의 과거와 현재라는 시대적 배경을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그는 소래철교(남-북, 동-남, 남-서, 서-북)를 다각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면서, 빠르게 바뀌고 있는 소래철교 일대 환경변화와 도시변화 등을 47점의 사진컷으로 표현했다.

"지나치게 빨리 바뀌는 도시, 이로 인해 파괴되는 주변환경 등 정겨운 옛모습이 사라지고 인간 욕심에 따라 변화해가는 공간, 역사적 의미가 있는 소래철교가 바라보는 도시를 다각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몇 컷의 사진을 통해 지난 1996년 이후 과거와 현재의 수인선 소래철교 일대 풍경이 급속하게 변화했다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지요."

왜 하필 소래철교 주변인가? 그는 수인선 소래철교의 역사적 의미를 중요하게 여긴다. 일제시절 수탈의 수단으로 이용됐던 우니라라 최초 협궤 증기기관차인 수인선 소래철교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소래포구의 과거 흔적이다.

소래철교는 남동구 논현동과 경기도 시흥시 월곶동 사이에 위치해 남동구 49%, 시흥시 51%의 행정구역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수인선 소래철교 주변 <위: 1996년, 아래 : 2009년>.수인선 소래철교는 지난 1935년 민간철도 회사인 조선경동철도 (주)가 인천-수원간(52km, 선로 너비 762mm 좌석 54석)에 협궤철도 선로를 놓기 시작해 1937년 8월 6일 남인천-수원간 연결된 철도를 개통했다. 이후 1973년 인천항만 확장 건설로 5.1km로 단축돼 수원-송도간 46.91km만 운행되다가 경제성이 낮아 결국 1995년 12월 31일 운행을 중단했다. 개통된 지 58년 4개월 만에 일이다.

지난해 2월 안전상 이유로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소래철교 보행금지 및 폐쇄조치를 내렸다. 소래철교를 달리던 협궤용 증기기관차는 지난 2001년 인천시에 기증돼 남동구청 앞 담방문화 근린공원에 이전 설치됐었다가 2008년 논현동 택지개발지구에 전시 중이다.

최 작가는 수인선 소래철교가 수난의 역사를 가진 인천의 역사를 보여주듯, 재개발로 변화하는 현 인천모습과 많이 닮았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그는 소래철교를 중심으로 바라보는 인천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시민들이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가는 인천지역 흔적에 관심을 기울이길 바란다.

"작지만 소래철교는 많은 역사성과 시대성을 지니고 있어요. 지나온 역사가 말해주듯 철교 일대 변화에 인천지역이 다시 수난을 당하고 있습니다. 물리적인 변화로 시간과 공간이 바뀌면서 나타나는 도시변화, 생태환경변화 등의 현상을 살펴보며,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인천지역이 가진 소중함과 특수성을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유산이 얼마나 귀중한지 다큐멘터리 사진 속 역사성과 기록으로서 감상하는 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최용백 작가는 지난 1999년 '변모하는 부평' 사진전을 시작으로 부평지역, 소래포구, 강화도 등 지역의 역사를 사진 속에 담아 수집하는 데 힘을 써왔다.

특히 그의 사진은 환경·문화예술 관점과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본, 파괴되고 소멸되는 지역의 향수를 전달했다. 이 속에는 역사성, 현실성, 기록성이 함께 포함된다. 그는 인천에 16년간 살며 지역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기록했다.


연도별 수인선 소래철교 인근 변화 모습.

최 작가는 작품작업을 통해 지역 기록문화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고 강조했다.

"세계 어디를 찾아봐도 내가 살고 있는 고향의 변화한 모습을 기록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산업화로 인해 개발이 남발되면서, 변화하는 도시들 속에 지역 본 모습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지요. 이를 지역인들이 함께 기록해야 합니다."

그는 모든 분야에서 지역의 역사를 기록하는 문화를 정착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청, 구청, 주민센터 등을 비롯한 관공서에서는 찾아오는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지역의 역사를 볼 수 있도록 그림과 사진 등을 설치해 인천역사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합니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눈에 익어야 지역사랑도 함께 일어나지요."

그는 "지역예술가들은 각자 자기 분야에서 지역의 역사를 기록하는 장기적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예술작업도 중요하지만 문화·예술분야에서 지역의 역사를 담는 것 역시 지역예술가 역할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도 하루하루 변화하는 인천의 역사를 앵글을 통해 담고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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