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원조 청요리집 공화춘은 주식회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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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원조 청요리집 공화춘은 주식회사였다
  • 이상구 객원기자
  • 승인 2023.07.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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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박물관 탐방]
(1) 인천 짜장면박물관을 가다
박물관은 살아있는 역사의 저장창고이자 기억의 아카이브(archive)다. 아이들을 위한 중요한 교육의 장이자 시민들이 만나고 교류하는 사회적 앵커(anchor)다. 도시의 정신과 가치의 상징이며 정체성과 자긍심의 구현이다. 방문객들에게는 도시의 첫인상이자 평가의 기준이다. 인천에는 모두 40개소의 박물관이 있다. 그 중 29개소가 등록 박물관이고 그 중 16개소가 공립이다. 미등록 박물관 중에도 6개소가 공립이다. 특‧광역시 중 서울 부산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짜장면에서 심장(心臟)까지 콘텐츠도 다양하다. 하지만 인지도는 ‘글쎄요’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거기에 그런 게 있는 지조차 모른다. 문제는 홍보다. 이에 <인천in>은 7월 첫 주부터 격주로 인천 곳곳에 산재한 박물관을 돌아보고 소개한다. 규모가 아니라 소재 위주로 탐방한다. 

 

인천짜장면 박물관. 옛 청요릿집 공화춘 건물에 박물관을 들였다.
인천짜장면 박물관. 옛 청요릿집 공화춘 건물에 박물관을 들였다.

 

인천 박물관 탐방의 첫 번째 방문지는 중구 선린동에 있는 짜장면 박물관이다. 그 이유는 자타 공인 대한민국 국민 먹거리인데다가, 누가 뭐래도 우리 인천이 짜장면의 원조도시기 때문이다. 나이 지긋한 세대에게 짜장면은 하나의 추억이고, 햄버거와 피자를 좋아하는 요즘 아이들에게도 짜장면은 한 달에 한 번쯤은 먹어줘야하는 일종의 이벤트다.

그래서 짜장면의 맛은 각자의 기억마다 다 다르다. 어떤 이는 달짝지근하다 하고 다른 이는 구수하다고 한다. 어떤 이는 맨들거리는 면발에, 다른 이는 웅숭깊은 춘장볶음에 반했다고 한다. 누구와 언제 어디서 먹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같은 재료 같은 레시피로 만들어도 누구 손이냐에 따라서도 맛은 천지차다. 오묘하고 신기한 음식이다.

그 위대한 짜장면을 기념하는 박물관답게 짜장면 박물관”은 인천 차이나타운에 있다. 큰 길에서 한 걸음 비껴난 골목 안에 자리 잡았다. 개화기 때 청나라 조개지에서 유명했던 요릿집 공화춘건물에 박물관을 들였다. 짜장면의 발상지로 알려진 곳이다. 80년대 초반까지 명맥을 이어 오다 1983년 화교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정책 시행 이후 음식점 문을 닫았다. 오래도록 방치 되어 있던 건물을 시가 사들여 지난 2012년 재탄생시켰다. 외관은 처음 문 연 당시와 거의 같다. 회백색 벽돌과 원색의 간판이 고색창연하다.

박물관은 총 6개의 상설전시실과 1개의 기획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관람은 2층부터 돌아 내려오는 코스다. 2층은 주로 공화춘과 짜장면에 관한 전시물로 채워져 있다. 처음 마주치는 유리진열장엔 얼핏 표창장 같은 문서 한 장이 고이 모셔져 있다. 주식증서다. 발행일이 (중화)민국 35월이니, 서기로 치면 19145월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아는 청요릿집 공화춘은 단순한 동네 식당이 아니었던 거다. 여러 투자자들이 사업의 가능성을 믿고 내놓은 돈으로 일군 주식회사였다. 우리가 몰랐던 대단한 역사다.

지금으로 치면 공화춘 사장님은 중소기업의 회장님 정도였다. 그 동네에선 행세깨나 하는 유지가 분명했다. 그런 추측을 뒷받침 해주는 또 하나의 증거도 발견했다. 단기 4291년 인천경찰서장이 공화춘 우홍장 사장에게 수여한 표창장이다. 공화춘의 투철한 위생관념과 우수한 설비를 치하하고 있다. “내가 어? 너희 서장하고, ? 밥도 묵고, ?”하던 영화배우 최민식의 대사가 불현 듯 떠오른다. “내가 어? 너희 서장한테, ? 표창장도 받고, ? 짜장면도 같이 먹고, ?”

 

주식증서. 공화춘은 단순한 동네식당이 아니었다. 주주들의 투자로 일군 주식회사였다.
주식증서. 공화춘은 단순한 동네식당이 아니었다. 주주들의 투자로 일군 주식회사였다.

 

짜장면 가격은 시중물가의 바로미터다. 대표적인 서민음식인 짜장면의 값은 함부로 올릴 수 없었다. 1970년대 초 짜장면 한 그릇은 정확히 450, 지금은 5~6천 원 정도 하니 50년 사이에 열 두어 배 정도 오른 셈이다. 물론 화폐가치는 감안해야 한다. 다른 상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더디게 올랐다고 할 수 있겠다. 그걸 증명하는 1970년대의 가격표도 전시 되어 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다른 음식은 다 알겠는데 간짜장면 다음에 있는 우루면은 처음 들어 본다. 오늘날의 울면을 그땐 그렇게 표기했던 걸로 추측된다.

음식 배달통도 눈에 띈다. 초기의 배달통은 목재였다. 한 눈에도 둔탁하고 묵직해 보인다. 반면 적재공간은 좁았다. 짜장면 서너 그릇이면 꽉 찰 듯했다. 그런 통으로 여기 공화춘에서 저 아래 부둣가까지 다녀오려면 여간한 체력으로 안 되어 보였다. 그걸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을 해야 했으니 배달원이야말로 짜장면을 주로 시켜 먹었다는 쿨리(중국 산동 지방 출신 부두 노동자)보다 더 혹독한 노동 강도에 시달리지 않았나 싶다.

여기서 문제 하나. 우리나라 최초의 짜장라면은 언제 출시했으며 가격은 얼마였을까. 대한민국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이 처음 선보인 게 1963년이다. 그 이후 라면업계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혁신적인 제품을 계속 선보여 왔다. 그러다가 우리의 라면 기술은 마침내 짜장면까지 비닐봉투에 담았다. 일반 라면처럼 국물에 끓여먹는 게 아니라 물을 졸여끓인 후 비벼먹는 방식이었다. 진짜 짜장면처럼. 그게 1970년의 일이다. 당시 가격은 20. 중국집 짜장면의 20분의 1 이었느니 맛만 그럴싸했으면 인기 좀 끌지 않았을까. 그런 인스턴트 짜장라면의 변천사도 한 눈에 몰 수 있게 잘 전시해 놓았다.

1층은 1970년대쯤의 중국식당 주방을 재현해 놓았다. 중국집인데도 우리나라 전래의 조왕(竈王)신을 모셔 놓은 커다란 항아리가 인상적이었다. 관람의 마지막 인사는 잔뜩 낡은 공화춘 간판들이었다. 색이 바래고 여기 저기 부서진 모습이 이 땅에서 쇠락한 화교들의 역사를 웅변하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금 무거웠다. 그러나 그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아는 사람은 잘 안다. 건물 밖 화장실 입구에 세워진 거대한 배달원의 조형물이 그것을 상징한다. 무거운 배달통을 들고도 밝은 표정으로 크게 한 걸음 내딛는 모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장마 중인데도 관람객은 끊이지 않았다. 서울에서 왔다는 노윤재(31)씨는 엄마가 버릇처럼 말씀하시던 차이나타운에 와서 월미바다열차도 타고 짜장면도 사먹으며 추억을 곱씹었다라며 전국에서 하나뿐이라는 짜장면 박물관도 꼭 보고 싶었는데, 관람료도 저렴하고 시설도 잘 돼 있는 것 같아 만족했습니다라며 즐거워했다. 입구에서 매표도하고 동선 안내도 하는 남인숙(56) 안내사는 이번 달에만 1만 명이 다녀갈 장도로 인천에서 가장 인기 높은 박물관이라 소개하며 주말에는 하루 1천 명 이상이 입장해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아기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세대를 뛰어 넘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라 말했다.

짜장면은 잘 뽑은 면 위에 야채와 고기에 춘장을 넣어 달달 볶은 마성의 소스를 올려 낸다. 그 둘을 섞는 것은 식객의 몫이다. 나무젓가락을 쩍 찢어 양 손에 하나씩 나눠쥐고는 썩썩 비벼준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향에 아찔한 현기증이 일면서 침샘이 폭발한다. 짜장면 시식은 사실상 그 순간이 절정일 지도 모른다. 물론 잘 비벼진 면을 크게 한 젓갈 떠 입안에 욱여 넣을 때의 포만감도 그에 못지않지만.

원래의 형태마저 잃을 정도로 볶여지고 비벼진 많은 재료들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없다. 겉모양이야 거무튀튀하니 투박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 향과 맛은 감히 형언이 어려울 정도다. 중국음식을 원형으로 했지만 엄연한 한국음식이다. 현지화(localization)의 시조다. 가히 과거 모든 신문물의 집결지였으며 오늘날 대한민국의 글로벌화를 이끌고 있는 인천의 상징으로 삼을 만하다. 박물관을 지어 길이 기억할 가치는 충분하다. 더 크고 멋지게 지어도 괜찮다. 짜장면이라면 다 용서 된다.

단 전시 콘텐츠는 다소 빈약하다. 짜장면 종류만도 얼마나 많은데, 지역마다 짜장면 고수들 하나씩은 다 있다는데, 그것들만 모아놔도 한 섹션은 충분히 채우지 않을까. 물론 모형으로 말이다. 공간이 좁지만 지금 모형으로 만들어진 주방을 실물 그대로 꾸미면 어떨까도 싶다. 가끔 진짜 셰프들이 와서 수타 시범도 보이고 관람객을 대상으로 웍질 강의도 하면. 박물관은 그저 전시만 하는 곳이 아니다. 주민들이 즐겨 찾고 교류도 하고 문화활동도 하는 다목적 공간이다. 공간은 자꾸 써야 한다. 놔두면 삭는다.

전화 032-773-7511로 예약하면 전속 해설사의 안내를 받을 수도 있다. 

 

인천짜장면 박물관 관람 안내

위치

인천광역시 차이나타운로 56-14(중구 선린동 38-1,2)

관람시간

09:00~18:00 (관람 종료시간 30분 전까지 입장)

관람료

일반 1000/ 청소년 700/ ·500/ 어린이 무료

휴관

매주 월요일

문의전화

032)773-9812

 

짜장면 배달통. 초기의 나무통을 들고 배달하려면 웬만한 체력으론 안 될 성 싶다.
짜장면 배달통. 초기의 나무통을 들고 배달하려면 웬만한 체력으론 안 될 성 싶다.
제연된 중국집 주방. 모형이 아니라 진짜 주방을 만들고 거기서 진짜 셰프들의 수타와 웍질 시범과 강의도 있으면 좋겠다.
제연된 중국집 주방. 모형이 아니라 진짜 주방을 만들고 거기서 진짜 셰프들의 수타와 웍질 시범과 강의도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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