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미산의 맑은 속삭임, 아라센트럴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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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미산의 맑은 속삭임, 아라센트럴파크
  • 유광식
  • 승인 2023.07.03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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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람일기]
(107) 검단신도시 아라센트럴파크 - 유광식/ 시각예술 작가

 

검단신도시 상가 구역에서 바라본 징미산(아라센트럴파크), 2023ⓒ유광식
검단신도시 상가 구역에서 바라본 징미산(아라센트럴파크), 2023ⓒ유광식

 

바야흐로 장마철이다. 자연재해를 이기는 방법이 그리 많지 않기에 미리미리 대비를 해둬야 할 것이다. 사회적 재난도 많아지고 있다. 최근 다시 흉악스러운 사건이 많이 보도되면서 우리 사회는 왜 이리도 혼란스러운지 생각한다. 얼토당토하지 않은 일들이 너무도 당연시되는 현실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따름이다. 천지가 개벽하려는 찰나는 아닌 것 같은데, 곳곳에 깔린 지뢰가 터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주택이 아무리 과학이라지만 삶을 과학만으로는 지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한창 건설 중인 아파트와 고목 위 까치, 2023ⓒ유광식
한창 건설 중인 아파트와 고목 위 까치, 2023ⓒ유광식
인천영어마을과 연관된 산 중턱의 단어 간판, 2022ⓒ유광식
인천영어마을과 연관된 산 중턱의 단어 간판, 2022ⓒ유광식

 

인천의 최북단인 검단신도시에는 여전히 집들이 많이 지어지고 있다. 산맥이 지나는 장소에 고층아파트가 이곳저곳 지어지면서 산새 합창단만 있던 연고지에 공사소음으로 무장한 기계 합창단이 경쟁자로 이름을 올렸다. 인천 서구가 전국 자치구 인구 중 서울 송파구에 이어 2번째라는 소식이 그리 반갑지 않다. 검단신도시 중앙에는 인천 북부지방검찰청과 법원이 향후 2년 안에 준공될 부지가 있다. 누가 봐도 꽃을 키우기 좋은 최적의 부지지만 들꽃들도 눈치를 볼 정도이니 한가로운 판단은 금물이다. 이 부지 바로 앞에 아라센트럴파크가 있다. 이름도 생소한 징미산을 활용하여 꾸민 공원으로, 공원 명이 영어로 명명된 이유는 산 남측에 붙어 있는 인천영어마을 탓인지도 모르겠다. 

 

인천 북부 검찰청 및 법원 건설 예정지(2025년 준공), 2022ⓒ유광식
인천 북부 검찰청 및 법원 건설 예정지(2025년 준공), 2022ⓒ유광식
시그니처 가든 구역, 2023ⓒ유광식
시그니처 가든 구역, 2023ⓒ유광식

 

아라센트럴파크에서는 작년 이맘쯤에 LH가든쇼 행사가 있었다. 국내외에 공모를 내어 정원을 꾸밀 작가를 모집하고 공원 곳곳에 반영구 작품 설치를 마쳤다. 내·외국 작가 작품이 산 곳곳에 자리를 잡았고 행사가 진행되었으나 한편으론 조용했다. 아직은 그런 곳 같다. 아쉬움도 자라는 장소. 법원이 들어서고 한창 건설 중인 인천지하철 1호선이 연장되면 인구 20만의 커다란 매머드급 도시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가든쇼 정원 내 식물들, 2023ⓒ김주혜
가든쇼 정원 내 식물들, 2023ⓒ김주혜
가든쇼 정원 구역 중 하나, 2023ⓒ유광식
가든쇼 정원 구역 중 하나, 2023ⓒ유광식

 

야트막한 작은 산 하나로는 부족했는지 대형 인공폭포를 만들어 놓았다. 예전에 인공바위를 설치하는 과정을 보게 되었는데, 안쪽에 대형 스티로폼을 깍두기 자르듯 잘라 넣는 것이었다. 자연 앞에 부자연스러운 자석이 붙은 격이다. 지금이야 곱게 치장되어 있지만 물이 떨어지는 경우를 본 적이 없고 장마철에 물이 넘쳐 인근 도로로 토사와 함께 쏟아지는 장면을 몇 번 목격했다. 공원은 야트막한 언덕에 여러 가지 편의 시설을 구성한 뒤 진입 도로를 깔고 다목적 시설을 설치해 두었다. 현재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출입이 일부 제한되고 있었다.   

 

검연폭포라 함, 2022ⓒ유광식
검연폭포라 함, 2022ⓒ유광식
임시 개방 중임을 알리는 현수막, 2023ⓒ유광식
임시 개방 중임을 알리는 현수막, 2023ⓒ유광식

 

공원 남쪽에는 인천영어마을이 있다. 인근에 서구영어마을도 있지만 그 규모가 조금 작다. 인천영어마을 옆쪽으로는 수령이 300년이 넘는 느티나무가 힘겹게 버티고 있다. 또한 산 너머 법원 부지 앞에는 당산나무 한 그루가 있다. 둘 다 이곳의 지역성을 증명하는 고목인데 어찌 된 일인지 느티나무 허리에는 링거 주사가 10개 정도는 붙어 있다. 당산나무는 바로 옆 상가건물이 볕을 가리는 바람에 고사 직전의 몰골로 잎은 마르고 까치만이 쉼터로 이용 중이었다. 


징미산은 고도 50m도 안되는 낮은 산이라 쉽게 오르내릴 수 있어 좋기는 하다.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참나무와 소나무, 메타세쿼이아, 벚나무들을 만나고 그리 멀리까지는 아니어도 주변 아파트와 공사 현장을 조망할 수도 있다. 단, 벌과 뱀을 주의하라는 현수막을 보고 최근 더워진 날씨에 혹시 마주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정상에는 도토리 쉼터가 있다. 청설모라도 만나길 바랐다면 너무 과분한 의전이었을까?

 

인천영어마을 앞 느티나무(링거 주사가 많다), 2023ⓒ유광식
인천영어마을 앞 느티나무(링거 주사가 많다), 2023ⓒ유광식
검찰청 부지 옆 당산나무(주변이 성토되고 건물이 서면서 애석하게도 말라감), 2023ⓒ유광식
검찰청 부지 옆 당산나무(주변이 성토되고 건물이 서면서 애석하게도 말라감), 2023ⓒ유광식

 

산 중턱에는 가든 정원과 숲속 놀이터가 있고 작은 전망대도 있다. 혹시 색다른 센트럴파크를 기대했다면 아마 뒷목을 잡을 수도 있다. 공원은 아직도 공사 중이다. 마지막 점검을 하는 모양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징미산 다람쥐 못지않게 바스락거릴 게 분명해 보인다. 공원의 이름에 ‘중심’이라는 의미로 말뚝을 박아 두려는 것 같아 조금 씁쓸함을 내비치지 않을 수 없다. 더운 여름에는 검연폭포에 물이 흐르면 좋겠는데 장마철에 빗물만 흘러넘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말라가는 당산나무와 지금도 가계부채와 주택문제로 마음이 타들어 가며 속앓이를 하고 있을 이들의 처지가 겹친다. 

 

징미산 도토리 쉼터, 2023ⓒ김주혜
징미산 도토리 쉼터, 2023ⓒ김주혜
징미산을 오르내리는 계단 길(멀리 건물과 역사가 공사 중이다.), 2023ⓒ유광식
징미산을 오르내리는 계단 길(멀리 건물과 역사가 공사 중이다.), 2023ⓒ유광식

 

징미산이 키워낼 과제가 많다. 주택 및 관청 건설로 인해 주변이 아직 어수선하다.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의도가 맞다면 이에 걸맞은 녹지 환경 조성에 정성이 더해지면 좋겠다. 징미산의 ‘징’이라는 글자가 맑다는 뜻이라면 인천 최북단 검단신도시는 맑은 끄트머리 장소라고 읽힐 수 있다. 한편 ‘아라’가 바다라는 뜻에도 의견이 분분하던데, 그저 멀리 떨어져 있는 바다의 중앙공원이라는 뜻의 공원 이름에 왜 자꾸 걸려 넘어지는지 모르겠다. 아무쪼록 징미산이 내어놓는 앞으로의 역할에 기대가 클 따름이다. 징이라도 한 번 세게 쳐 볼 심산이다. ‘우르르~르 쾅!’

 

그린카펫 구역에서 올려다본 징미산, 2023ⓒ유광식
그린카펫 구역에서 올려다본 징미산, 2023ⓒ유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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