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나의 장례는 꽃들의 덕담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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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나의 장례는 꽃들의 덕담 속에서
  • 최재순
  • 승인 2023.07.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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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최재순 /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 아카데미 인문학 소통의 글쓰기

 

오늘도 나는 저녁 6시면 KBS 클래식 음악 방송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들으면서 저녁 식사 준비를 한다. 순간순간의 아름다운 선율과 차분한 목소리로 진행하는 ‘전기현’씨는 “전기현의 씨네 음악”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음악과 시, 여행 이야기, 영화음악 이야기를 통해 사람 사는 이야기를 아주 잘 들려주어 언제나 감명을 받는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 시간에는 마음을 편하게 먹는다. 이렇게 음악을 들으면서 하루를 순하게 정리하듯 소소한 행복을 누리다가 어느 순간 죽음을 맞이하면 좋겠다. 이런 노년의 인생은 누구나 바라는 일일 것이다.

저세상에 가는 날 누군가 나의 장례식을 하게 된다면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내가 저세상에 간 것을 슬퍼하는 가족과 가까운 친척들, 지인들, 친구들에게 “재순이는 잘 살다 갔네, 褔이 많은 사람이니 좋은 곳에 가서 편안하게 다음 세상을 만나도록 우리 모두 빌어주자”라고 해주면 참 좋겠다.

장례식장은 집(안동) 한옥에서 세상의 모든 음악 CD를 틀어놓고, 마당가에 피는 꽃들 속에서 이뤄졌으면 좋겠다. 서로 덕담을 하면서 그동안 나와의 추억들을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시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이곳 안동집 마당에서 육백여 명의 손님들이 오일 동안 다녀가시던 생각이 난다.

나에게 한마디라도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분들만 오셨다 가시면 좋겠다. 내가 죽는 시기를 택할 수 없고, 얼마나 아프면서 고생하다 갈지,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고 갈지 알 수 없지만, 친정어머니가 늘 바랬던 것처럼 나도 자다가 편안하게 가게 되면 참 좋겠다.

나의 묘앞에는 “생사의 윤회를 받아들이고, 불완전함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으며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다 가다” 이런 문구를 새긴 묘비석이 함께 있다면 바랄 게 없다. 그래서 나는 지금 건강하게 살아있을 때 나의 생존 유언서를 작성하려고 한다.

 

아름다운 마무리(나의 생존유언서)

나는 내가 병에 걸려서 현대 의학으로 치료할 수 없고, 곧 죽음이 임박하리 라는 진단을 받은 경우, 죽는 시간을 뒤로 미루기 위한 연명 조치는 일체 거부합니다. 다만 그런 경우 저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는 최대한 취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로 인해 예를 들어 고통을 억제하는 대마성분 의약품의 부작용으 로 죽음을 일찍 맞는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제가 이른바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 을 때는 생명을 인위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연명 조치를 중단해 주시기 바랍니 다. 이 선언서는 저의 정신이 아직 온전한 상태에 있을 때 적어 놓은 것으로 제 가 이 선언서의 내용을 철회하겠다는 문서로 재차 작성하지 않는 한 유효합니 다. 2021.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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