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가 꿈꾸는 도시, 인천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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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가 꿈꾸는 도시, 인천을 생각한다.
  • 이상하
  • 승인 2023.07.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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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이상하 / 조각가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겨 찾는 도시들의 공통점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거나, 위대한 문명의 기억이 새겨진 유적과 화려한 유물이 남아있는 고도(古都)이거나, 아예 새로운 터전 위에 처음부터 정교한 계획과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신도시다. 아름다운 자연에서 안락한 휴식과 상징적인 건축이나, 테마파크 등 재미있는 즐길 거리와 맛있는 먹거리로 즐거움을 주고 세계인이 사랑하는 미술품이나 음악, 공연 등을 보고, 느낄 수 있어서 여행자가 새로운 경험을 하고, 만족할 수 있는 그런 도시들이다.

도시는 저마다의 지나온 시간 위에 발전적인 지금이 더해져, 언제 어디서든 즐거움과 재미가 있고, 여행자가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어서 다시 도시를 찾게 하는 힘이 있다. 이런 도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으며, 도시가 만들어져 가는 과정이 매우 모범(도시 정부와 시민의 협업이 잘 이루어지고, 행정적 법률적 과정이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서 긍정적 결과에 도달하게 한다)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랜 역사가 있는 도시들은 그들의 선조가 남겨준 유산만으로도 대체 불가한 가치와 경쟁력을 갖고 후손들에게는 큰 축복이 되기도 한다. 지난날 화려한 문명을 꽃피웠던 도시에는 인류의 위대한 시간의 흔적이 새겨져 있어서 지금도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런 것들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큰 자산이고, 도시는 처음부터 유명세를 가져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모두가 동경하고, 가고 싶은 도시가 된다. 그것을 잘 가꾸고 보존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다른 도시보다 앞선 도시가 되는 것이다. 이런 도시는 지금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오래된 역사가 있는 그곳에서의 여행자의 시간은 영화처럼 흐른다. 여행자는 그곳만의 이야기와 역사를 보고, 듣고, 느끼게 된다. 세계 곳곳에 역사와 신화로 전해오는 환상을 좇아, 사람들은 오늘도 여권을 챙기고 캐리어를 끌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들의 열광과 환호로 도시는 점점 더 주목받고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도시로 성장해 간다.

도시는 누군가에게 이름이 되어 자긍심이 되기도 하고, 도시 밖의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동경의 대상이 된다. 뉴요커(New Yorker), 런더너(Londoner), 파리지앵(Parisian) 등, 특정 도시민을 지칭하는 이 말에는 약간의 우월감이나 교만(?)이 담겨 있다. 다른 한편에서 도시의 구성원으로 편입되지 못한 이들에게는 욕망의 다른 이름이 되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이 어떤 도시의 시민인지 드러내고 싶어 한다. 이때 시민에게 도시는 지위가 되고, 권력이 된다.

기드 미슐랭은 미슐랭 스타(Michelin stars)라고 하는 별의 개수를 가지고 레스토랑을 세 등급으로 판정한다. 별 하나는 해당 분야에서 특히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을 의미하고, 별 두 개는 먼 거리에 있는 레스토랑이라도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을 의미한다. 별 세 개는 일부러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탁월한 레스토랑이라는 의미다. 도시를 판단하고 찾게 하는 선택의 근거가 되는 것들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가우디의 건축을 보기 위해 바르셀로나로 모여들고, 세계의 고래 마니아들은 오직 고래 하나만을 보기 위해 캐나다 퀘벡의 타투삭(Tadoussac)으로 향한다. 바오바브 거리의 석양 속으로 들기 위해 마다가스카르행 환승(換乘)의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우유니 소금 사막(Salar de Uyuni)에서는 지상에 내려앉은 하늘과 만나 길을 잃기도 한다. 살을 에는 극지의 밤을 견디며 하늘에 드리워질 오로라를 기다린다. 나오시마섬에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앞에서 사람들은 환한 미소로 사진을 찍고,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흔적을 따라 쿠바의 뒷골목을 걷는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밤은 탱고의 선율로 여행자를 유혹하고, 첨밀밀에 장만옥과 여명의 사랑을 좇아 홍콩의 거리를 헤맨다. 수많은 도시가 저마다의 이야기로 여행자를 유혹한다.

 

캐나다 웨일 루트 혹등고래 관광 (출처 헤럴드 경제)
캐나다 웨일 루트 혹등고래 관광 (출처 헤럴드 경제)
마다가스카르 바오밥  거리의 석양 (사진 출처 다음 백과)
마다가스카르 바오밥 거리의 석양 (사진 출처 다음 백과)

 

기록에 따르면 인천의 시간은 삼국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천은 수 천 년의 유구한 시간을 간직한 고도다. 오래된 시간만큼,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아득히 먼 시간 저 너머로 우리를 초대하는 고인돌이 도처에 산재해 있고, 1883년 개항과 1902년 우리나라 첫 공식 이민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 바로 인천이다. 6.25 전쟁 중 인천 상륙작전은 현대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 중 하나로 기록되었고, 1986년 5.3 민주 항쟁은 우리나라 민주화의 역사에서 중요한 지점이 된다. 이처럼 인천이 가진 위상과 이야기의 힘이 적지 않지만, 시민들에게 인천 하면 생각나는 것은 무엇이냐고 질문을 하면 대부분은 짜장면, 차이나타운, 개항장, 월미도, 쫄면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요사이 송도를 말하는 사람들도 제법 많아지고 있다) 이것은 인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정도를 말해 주는 것으로 인천에 대한 인식이 단편적이고 진지한 접근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을 가지게 하는 부분이다.

 

차이나타운 패루(출처 인천 중구청)
차이나타운 패루(출처 인천 중구청)

 

하지만 이런 인식들도 오랜 시간(짜장면이나 쫄면, 개항과 이민의 역사와 철도, 성냥 등등의 것들은 인천에서 시작된 것들로 나름의 위상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을 지나면 사람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기억되고, 남기 때문에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이런 것을 다듬고 더 많이 알려서 인천만이 가질 수 있는 차별화된 강점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요즈음 인천을 찾는 여행자들은 개항장, 차이나타운, 배다리 등 원도심이나 송도와 청라, 영종 등의 신도시를 각각의 이유를 가지고 찾는 경우가 많다. 원도심과 신도시는 태생부터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점은 인천이 옛것과 새것,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한 공간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도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천은 오래된 시간과 전에 없던 새로운 시간이 동시에 공존하는 도시며, 거기에 시간의 땅 강화와 풍요의 바다 서해가 품고 있는 보물섬들을 모두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다. 이런 인천의 가치와 이야기가 무의미하게 소비되지 않도록 잘 발굴하고 다듬어서, 앞선 미래를 지향하는 지금에 더해 완성된 인천으로 나가는데 재료로 삼아야 한다.

 

송도 센트럴파크(출처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송도 센트럴파크(출처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어차피 여행이라는 것의 목적이 짧게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세상에서 다른 시간을 다른 방식으로 즐기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여행자들은 자신이 사는 곳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을 보기 위해 떠나거나, 자신이 사는 도시의 일상에서는 채우지 못하는 휴식을 찾아 떠난다. 사람들에게 여행의 목적과 여행지에서 바라는 것은 의외로 단순할 수 있다. 인천은 이런 여행자의 욕망을 충실하게 채워 줄 수 있는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여행자들의 도시, 아름다운 내일이 있는 인천을 만드는 것은 어쩌면 근본적이고 단순한 접근과 명료한 실천이 답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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