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교동옥수수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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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교동옥수수를 아십니까?
  • 김시언
  • 승인 2023.07.18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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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이야기]
(25) 교동옥수수
교동옥수수1_교동섬에는 옥수수가 한창이다.
교동섬에는 지금 옥수수가 한창이다.

 

“교동옥수수 공동구매한다는데 알고 있어요?” 며칠 전에 잘 알고 지내는 분이 공동구매 소식을 알려주었다. 아, 맞다. 교동옥수수 나올 때지. 부랴부랴 공동구매를 주선하는 분한테 전화를 걸었더니 한두 시간 만에 주문이 동났다고 했다. “이런, 주문이 순식간에 끝났어요. 내년엔 잊지 않고 꼭 연락할게요.” “네, 꼭이요!”그렇다면 올해도 그 맛있다는 교동옥수수를 먹지 못하고 지나간단 말인가. 실망스러웠지만 내년을 기약해야 했다. 그러다가 문득, 아무리 시기가 지났더라도 교동에 직접 가면 한두 개라도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20분이면 가잖아. 다행히 교동옥수수 한 자루를 살 수 있었다.

옥수수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교동옥수수를 꼭 먹어야겠다는 생각은 칠팔 년 전부터 했다. ‘교동옥수수’라는 어감이 재밌었고, 필자가 좋아하는 교동에서 자란 농작물이라 무조건 좋았다. 칠팔 년 전쯤인가, 강화에서 나고 자란 분과 교동에 갔을 때였다. 농부들이 밭에서 한창 뭔가를 심고 있었는데, 강화사람이 그 광경을 보면서 말했다. “옥수수를 정말 많이 심네. 교동옥수수 맛있는 거 알죠?” “대학옥수수, 초당옥수수는 들어봤는데, 교동옥수수도 있어요?” “그럼요, 얼마나 맛있는 줄 몰라요. 어디 멀리 갈 것도 없이 교동 안에서 판매가 다 된대요.” 그 말을 듣고 옥수수가 알알이 익을 때, 그 맛나다는 교동옥수수를 꼭 먹어봐야지 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늘 때를 놓치고 뒷북을 쳤다. 생각나서 찾을 때는 이미 수확이 끝났고, 그 어디서도 교동옥수수를 찾을 수 없었다. “교동옥수수는 강화 본섬에 나가면 한두 시간 안에 다 팔린대요.” 옥수수 파는 분이 알려주었다.

 

옥수수를 한 차례 베어낸 자리.
옥수수를 한 차례 베어낸 자리.

 

수확하자마자 먹어서 맛이 좋아

교동옥수수가 인기 있는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신선해서. 농부는 날이 밝자마자 옥수수를 따서 강화본섬에 있는 마트에 문 열자마자 로컬푸드 코너에 갖다 놓는다고 한다. 그러면 소비자는 사서 그날로 쪄먹으면 그야말로 신선한 옥수수를 먹는 것. 그야말로 유통되는 시간이 짧아 맛을 보장한다. 갓 딴 옥수수가 정말 달다.

옥수수는 작물 특성상 수확한 뒤에 되도록 빨리 먹어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맛이 떨어지는 속도가 무척 빠르기 때문이다. 옥수수는 딴 뒤에, 그러니까 옥수수가 뿌리, 잎, 줄기를 잃은 상태에서는 생존을 위해 자체적으로 영양소를 소모하는데 그 속도가 무척 빠르다. 그러니까 딴 뒤로 되도록 빨리 먹어야 하고, 당장 먹지 않으면 냉장실에서 저온 상태로 보관하든지 냉동실에 얼른 넣어야 맛을 보존할 수 있다. 교동옥수수는 수확한 뒤에 금방 먹어서 맛이 좋다는 것.

필자는 옥수수를 몇 개 쪄먹어야 여름을 잘 보내는 것 같다. 이웃이 농사지은 옥수수를 갖다줘서 먹기도 하고, 때로는 인터넷으로 찰옥수수, 초당옥수수, 대학옥수수를 주문한다. 찰옥수수는 ‘얼룩이’라고도 하는데 그 맛이 그야말로 찰지다. 초당옥수수는 처음에 초당이라는 지역에서 나는 옥수수인 줄 알았지만 지역과는 무관하다. 말 그대로 ‘초월적으로 당이 많이 들어가 있어’ 초당옥수수. 일반 옥수수보다 당도가 훨씬 높은 품종을 두루 일컫는다는 걸 몇 년 전에야 알았다. 1953년 미국 일리아노 대학교 유전학 교수인 존 로넌이 단옥수수보다 전분 함량이 적고, 당분 함량이 많게는 열 배까지도 많은 초당옥수수의 유전자형을 찾게 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단옥수수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은 자연에서 돌연변이로 발생했고, 이를 연구해 품종화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

대학옥수수는 충북 괴산군에서 널리 재배되는 찰옥수수 품종이다. 충남대 최봉호 교수가 개발해 ‘대학’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 꽤 오래전에 충청도를 지나다 길가에서 파는 ‘대학옥수수’를 봤다. 당시에 ‘대학옥수수’라는 말이 참 신선하게 들렸고, 길가 몇 군데가 모두 종이박스를 북 찢어 ‘대학옥수수’라고 삐뚤빼뚤 ‘간판’을 달고 판 게 재미있기도 했다.

쌀, 밀과 함께 세계 3대 곡물인 옥수수는 중앙아메리카에서 많이 자란다. 북쪽으로는 캐나다, 남쪽으로는 아르헨티나까지 전파돼 종류와 품종이 다양하게 분화돼 있고, 오늘날에는 전 세계적으로 재배된다. 우리나라에는 16세기 조선시대 때 명나라를 통해 들어온 걸로 추정된다. 그 이름도 중국음의 위수수[玉蜀黍(옥속서)]에서 유래해 한자의 우리식 발음인 옥수수가 됐다.

옥수수를 부르는 이름은 참으로 다양하다. 지방에 따라 옥시기, 옥숙구, 옥수이, 옥쉬이, 강냉이, 강내이, 강내미 등으로도 불린다. 쌀이나 보리를 재배하지 못하는 산간지대에서 식량 대용으로 재배했고, 남부 평야지대에서는 극히 일부가 간식으로 재배됐다. 생산량이 많은 강원도에서는 옥수수를 재료로 한 음식도 많다. 강냉이밥, 강냉이수제비, 강냉이범벅. 옥수수로 만든 올챙이묵도 인기 좋은 음식이다.

 

교동옥수수는 수확하자마자 쪄먹어 신선하다.
막 쪄낸 옥수수
막 쪄낸 옥수수

 

이모작도 가능한 옥수수 농사

교동옥수수는 10년 전쯤 한 농가에서 본격적으로 농사짓기 시작하면서 퍼졌다고 한다. 그전에 옥수수는 누구나 밭에 심어 먹던 작물이었다. 옥수수 인기가 좋아지면서, 식구들이 먹을 정도로 농사짓던 집들이 옥수수를 많이 심기 시작하면서 교동옥수수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게다가 옥수수는 이모작을 할 수 있어서 환영받았다. 옥수수를 일찍 심어서 수확하고, 그 자리에 콩이나 들깨를 심어 또 수확을 할 수 있어 경제적이었다.

처음에는 옥수수가 한꺼번에 나왔다 들어갔다. 농가마다 옥수수 심는 시기가 비슷했고, 자연적으로 수확하는 시기도 비슷했다. 그러다 보니 유통되는 시기가 짧았다. 점차 교동옥수수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심는 시기를 다르게 했다. 당연히 수확하는 시기도 달라졌고, 유통되는 시기도 길어졌다. 7월 18일인 현재, 교동옥수수는 3분의2 정도를 수확했다고 한다.

교동섬을 빠져나오는 길, 옥수수밭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었다.

 

옥수수를 베어낸 다음에 콩과 깨를 심는다.
옥수수를 베어낸 다음에 콩과 깨를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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