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책방거리 뒷골목 벽화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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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책방거리 뒷골목 벽화에 대하여
  • 곽현숙
  • 승인 2023.08.0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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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곽현숙 / 아벨서점 대표

 

이즈음 배다리 책방거리 뒷골목 벽화로 인해 책방 사람들과 배다리위원회가 기자회견을 한 일이 있었다.

벽화가 그려지기 전까지는 ‘아트스테이 1930’라는 빨래터 카페와 갤러리 길은 기쁘게 다니던 출퇴근 길이었다. 참신한 배다리 마을의 정서를 살려 낸듯하여 고마워하며, 구에서 돈을 제대로 쓴 것 같다고 말을 아끼지 않았었다. 수없는 시행착오 속에 20여년을 작은 집 수리·개선 작업을 해본 경험에 비추어 이를 기획하며 작업해나간 이들의 수고에 박수를 쳤다. 빨래터가 드러날 때에도 증언하며 책방에 오는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며 소개했다.

나로서는 이웃집 벽에 칠을 해 드리려 해도 몇 개월 전부터 색상에 대한 논의를 하며 주변에도 물으며 색을 정해서 벽에 붓을 대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러기에 빨래터 입구 골목의 벽들에 조금씩 그려지는 그림들을 보면서 집 주인들과 많은 의논 끝에 그려져 나갈 것이라 생각했었기 때문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래도 아트스테이 1930라는 간판이 있는 옆 건물의 날카로운 삼각형 모자이크 그림이 너무 자극적이라는 말을 건넬 정도였다.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며 이국적 꽃 그림이 그려지더니 어느 날 갤러리 앞 상덕관(인천 최초의 유도관) 뒷벽에 붉은 사람 얼굴이 그려져 갈 때는 그림이 맞은 편 갤러리 유리에 반사되어 신선함으로 다가오던 갤러리 입구가 게걸스런 검붉은 얼굴로 확 덥혀버린 듯한 아쉬움에 서글펐다.

다음 날 부터는 그 길로 다니질 않았을 뿐이다. 그래도 집주인 상덕관에게 물으니 구에서 그림을 그리겠다고 해서 그러라고는 했지만 어떤 그림을 그리겠다고 한 적은 없다고 한다.

아벨서점 옆 골목 바닥을 칠한다기에 골목길 바닥은 단색이어야 길어 보인다고 두 번이나 이야기를 했는데, 퇴근길에 골목 안을 들여다보니 바닥이 삼각형 색색으로 어지럽다. 전화하니 좀 있다가 지우겠다고 한다.

 

 

며칠 후, 배다리위원회 톡에 올려진 이국적 붉은 그림들이 당혹스럽다. 살펴보니, 연세병원 옆, 걸음으로 35보, 약 15미터 골목 양쪽으로 시각에 여유를 주지 못하는 좁은 길목의 토시살(오십년된)집 벽에 폭이 2미터 되는 이국적인 진홍색(지금은 파란색을 곁 들였음) 커다란 꽃 그림이 그려있다. 넓은 광장에나 있음직한 이국적인 그림들이다. 이것으로 시작해서 50센티 되는 황토색 개 얼굴, 1미터가 넘는 강아지들 속에 붉은색 대머리 영감, 다시 돌아서며 벽을 꽉 채운 커다란 이름 모를 꽃, 맞은편 연세병원 벽에 붉은 꽃그림 등 5점이 스토리도 없이 그려있다. 갤러리 주변 바닥을 파서 박은 타이루는 겨울 길을 걱정하게 한다.

책방사람들이 살펴보면서 ‘이건 아니잖나’ 배다리위원회와 책방모임은 아트스테이1930 혼자 한일로 알고 동네일이니 대화로 풀어가려고 칠 값이라도 돕자는 마음으로 만났지만, 운영이 어렵다보니 성급한 마음에 사람들이 올 수 있게 하는 일에 집중되었다는 사정을 듣는다. 그러나 지울 수 없다고 한다. 더 알아보니 구에서 작가를 선정해서 그렸다는 말이 나온다. 구청 문화관광과를 찾아가게 되었다. 구청의 답은 구 예산이 들어간 일이라 당장은 어렵다고 한다, 많은 돈이 들어간 그림이라고 한다. 될 수 있으면 기자회견까지는 않으려 했지만, 올 구 사업 예산에도 벽화 사업이 들어있다는 말에 기자회견을 하게된 것이다.

이에대해 본인 이름도 없이 한국예술연합회 라는 이름으로 쓴 칼럼을 보면서, 진짜 당신들의 면목을 대표하는 위대한 작가의 구상이, 구의 많은 비용과 수고로 만들어간 카페와 갤러리에 맞는 그림들일까? 묻고 싶어진다. 구의 막강한 지원을 받으며 사업을 해 나가다보니 한 푼 벌어 하루 사는 이들이 감히 나라 행정에 어깃장을 내며 웬 텃세냐고 하는 걸까?

우리는 우리의 이웃 빨래터와 갤러리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직접 경영을 해서 운영해가는 일은 “뼛심 들여 번 돈이 아니면 힘을 못 써!”하는 배다리 어른의 말씀에 입문하는 일이다. 많은 조건이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한 조건에 서있지만 그 수고(온전히 생업 터에서 매진하는 일)는 배다리를 가꾸어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내기 상인은 상업의 기본인 주변 동업자(배다리를 가꾸어 가던 카페)들을 둘러볼 여유가 없다. 그것은 구 행정도 마찬가지다. 초창기에 아무 지원 없이 기를 쓰며 배다리를 가꾸어가던 카페들은 생존 위기에 몰려 외부 노동 일당에 자주 문을 닫는 집도 있다. 어찌 그 뼛심들의 통증을 시기나 질투라 할수 있을까? 그들에겐 어느 시대에 쌀 뺏어 가고 콩깻묵 받던 심정 아니었을까?

아벨서점을 28년 동안 일정한 월세로 맘 놓고 꾸려가게 해준 신동윤 어른의 말씀에서 배다리 정신의 맥을 본다. 배다리는 자영업의 산실이다. 자신이 택한 업에 몸을 아낌없이 부려야 운영에 정진이 있고, 자식들을 바르게 키울 수 있다는 성실의 원리를 터득하신 말씀이다.

“뼛심 들여 번 돈이 아니면 힘을 못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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