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판에 상수리나무가 자라는 용당돈대
상태바
한복판에 상수리나무가 자라는 용당돈대
  • 김시언
  • 승인 2023.08.08 0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화 이야기]
(27) 선원면 용당돈대

 

강화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하면서 ‘용당돈대’라는 말이 들어왔다. 그전에 강화로 놀러 다닐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곳이었다. 그때는 분오리돈대가 있는 동막이나 정수사, 동검도 쪽 그러니까 강화 남쪽을 주로 많이 다녔다. 그러면서 교동이나 고려산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익숙한 곳이 편해서인가, 가 본 곳만 여러 번 갔다. 그러니 해안도로 길가에 있는 용당돈대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쨌든 용당돈대를 듣고서 가봐야지 마음만 먹다가, 4년 전에야 용당돈대를 처음 갔다. 아, 이렇게 멋진 곳이었구나! 돈대 치고 멋지지 않은 곳이 없지만 정말 훌륭했다. 그렇게 만난 용당돈대는 그 뒤로 시간이 나면 들르는 곳이 되었다.

용당돈대는 염하수로 해안가를 따라 있다. 초지대교에서 강화읍으로 향하는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오두돈대 화도돈대를 지나다가, 용진진 못 미처 작은 고개를 돌 즈음에 ‘용당돈대’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

 

 

폭염주의 폭염경보 안전안내문자가 쇄도하고,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날 정도로 더웠지만 오랜만에 용당돈대로 향했다. 나무야, 이 무더위를 어찌 지내니?

 

돈대는 자연을 살려 지은 곳

용당돈대는 숙종 5년(1679)에 강화에 설치된 48개 돈대 가운데 하나다. 조선 숙종 때 강화에는 48개 돈대가 지어졌다. 관병과 승려 1만 5000명을 동원해 48개 돈대를 80일 만에 축성했다. 그 뒤로 강화에는 14개가 더해져 54개 돈대가 지어졌고, 지금은 멸실된 곳도 있어 40개 정도가 남아 있다.

용당돈대는 용진마을 남쪽 소구산에서 염하로 이어지는 능선의 끝자락 정상에 위치한다. 해상에서 볼 때 용당돈대는 약 10미터가량되는 절벽에 지어졌는데, 이는 강화의 자연·지리적 환경을 살려 축성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동서·남동 방향으로 길게 타원형을 이루며, 돈대 둘레는 약 119미터라고 알려져 있다. 2000년에 보수공사를 할 때 여장을 제외한 성벽과 문지, 포좌 등을 복원했다. 돈대를 둘러싼 담장을 한 바퀴 돌면 새로 단장했는지 대번에 알 수 있다. 옛돌과 새로 쌓은 돌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용당돈대 외부 모습

 

강화섬, ‘국방유적의 꽃’

강화는 국방유적이 빼어난 지역이다. 역사적으로 몽골침략, 병자호란, 병인양요, 신미양요 등 침략에 저항하기 위해 강화에는 국방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지리적 여건이 운명을 만들었다. 진, 보, 돈대가 집중적으로 축성되었고, 그래서 강화섬을 ‘국방유적의 꽃’이라고 일컫는다.

강화 유적지에 설치된 강화 안내 지도를 보면, 강화도 해안가를 따라 해안초소가 간격을 두고 촘촘하게 점으로 찍혀 있다. 100㎞ 해안선을 따라 표시된 국방유적지를 바라보면 강화가 국가 방위에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대번에 알 수 있다.

돈대는 적의 침입이 예상되는 중요한 길목에 흙이나 돌로 쌓은 작은 규모의 방어시설이다. 진, 보와 함께 대표적인 군사유적인 것이다. 돈대는 제각기 형태가 다른데, 각각 원형 방형 타원형을 띤다. 돈대 둘레는 지형에 따라 100미터에서 300미터가량 되고, 내부 면적은 992㎡에서 1983㎡(300평에서 600평) 정도 된다.

강화 해안도로를 달릴 일이 있다면, 길 따라 펼쳐진 풍광을 감상하는 것도 흥미롭다. 그렇게 달리다가 ‘돈대’ 이정표가 나오거든 멈춰서 한두 군데를 둘러보면 어떨까. 맛집이나 카페를 둘러보는 것도 좋겠으나, 돈대를 한 번 둘러보고 나면 강화가 어떤 곳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여름 용당돈대 모습
한여름 용당돈대 모습

 

강화나들길 2코스랑 연결돼

필자가 잘 알고 지내는 선생님 한 분은 용당돈대를 무척 좋아한다. 그 선생님은 시간이 날 때마다 강화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데 특히 용당돈대가 멋지다고 했다. 딸이 꼭 이곳에서 결혼하면 좋겠다고 할 정도다. “여기만 한 데가 없어. 꼭 여기서 결혼식을 하고 싶은데 애가 말을 들을까? 아니, 결혼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네, 하하하.”

용당돈대는 선원면 연리 산 4-11번지에 있고, 강화나들길 2코스랑 연결 돼 있다. 예전에는 가리산돈대와 좌강돈대와 함께 용진진에 소속돼 있었다. 용당돈대를 찾아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화도돈대와 용진진 사이에 있으며,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용당돈대 100미터’라는 작은 이정표가 나오면 그 길을 따라 들어가면 된다.

돈대로 올라가는 길은 잘 정비된 나무층층대로 이뤄져 있다. 빼곡한 나무에서 뿜어나오는 나무향을 맡으면서 푹신한 흙길을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이 길은 휠체어나 유모차가 올라갈 수 없어 아쉽다. 그러고 보니, 돈대는 대개 작은 언덕에 있다 보니 휠체어나 유모차가 갈 수 없는 곳이 많다.

나무층층대를 좀 오르면 용당돈대 둥근 여장이 보인다. 왼쪽으로 돌면 돈대 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입구에서 안을 바라보면 가장 먼저 나무 한 그루를 발견할 수 있다. 돈대 한가운데 떡하니 서 있는 나무. 봄에는 싹이 푸릇푸릇 나고, 가을이면 상수리 열매가 달리는 나무. 씨앗이 저절로 날아들어 자랐는지 알 수 없었다. 나무 옆으로는 건물이 있던 흔적이 있었다.

 

돈대 안을 들어가면서 보이는 모습
돈대 안을 들어가면서 보이는 모습

 

나무는 오래도록 남아서

돈대 옆으로 염하수로에는 바닷물이 흐르고 있었다. 수로 건너에는 김포 덕포진과 대명항이 보였다. 강화 쪽에서 바라보는 김포 쪽 해안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반대로 김포 쪽에서 강화를 바라보면 마찬가지로 해안선이 구불구불 드러나 보인다. 예전에는 강화에 김포에 나룻배가 많이 다녔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강화대교와 초지대교가 강화와 김포를 잇는다.

용당돈대에서 바라보는 일출 광경도 멋있다고 한다. 아직 그 광경을 못 봤는데, 어느 날 아침 훌쩍 용당돈대로 달려가야겠다. 초소에서 경계와 감시를 늦추지 않았을 어느 병사도 바라봤을, 그 해를 봐야겠다. 사람은 언젠가 떠나지만 나무는 오래도록 남아서 용당돈대와 풍광을 지켜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