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구 주안동 '공간듬'이 오는 지난 7월부터 5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프로젝트 전시 짓거리[짇∶꺼리]를 12월까지 진행한다. 지난해에 이은 작업이다.
장의령, 최바람, 이철민, 나누리, 김우중 등 작가 5명이 협업하는데, 현재 두 번째 전시 최바람 작가의 ‘그’가 8월 5일부터 27일까지(1~7pm 월, 화 휴관) 진행되고 있다.
짓거리[짇∶꺼리] 참여 작가들은 전시장에 가상의 공간성을 부여하는데, 최바람은 물방울 하나로부터 동굴을 가정했다.
나를 동굴로 들어간 생명체라고 가정해본다. 빛이 없어 나는 작고 약하게 진화하여 투명해졌다. 점점 더 투명하고 가벼워져 물 한 방울이 된다.
어떤 이의 약한 부분은 누군가에게 보호받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약한 부분은 그 사람을 특징짓는 성격, 성질이 되며 그를 달리 보이게 한다. 어떤 부분이 약하면 다른 어떤 부분이 상대적으로 강해진다. 약함을 집단의 생명체와 그냥 좀 다른 무엇을 갖은 것이라 가정해본다. 다른 말로는 무엇을 갖지 않은 것이라 가정해본다.
옛날 고래가 땅을 걷던 시절에는 귀가 있었다고 한다. 어떤 한 고래가 바다로 갈 생각을 했겠지? 혹은 길을 잃어 바다에 빠졌을까? 이제 고래는 너무 물고기 같다. 랍스터가 옛날에는 투명했다는데 이제는 단단한 껍질을 입고 있다. 어떤 한 랍스터가 껍질을 만들 생각을 했겠지? 고래가 바다에 있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랍스터가 갑옷을 입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거기에는 그들의 약한 부분이 작용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작고 약하고 투명하게 진화하는 데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태어난 곳을 떠나는 것은 머무는 것만큼 간단하지 않다. 태어난 형태를 바꾸는 것은 유지하는 것만큼 간단하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생명체는 사는 곳을 옮기고 갖은 형태를 바꾸며 다른 꿈을 꾸며 길을 잃고 진화하고 있다. 고래는 물속에 살고 박쥐는 날아다닌다. 어디에든 산다. 어떤 형태로든 바뀐다. 투명한 나는 물을 걷는 꿈을 꾸다 물이 된다. 물이 되어 물 이전의 그 때, 그 곳을 기억한다. 그 기억의 나를 그리워한다.
짓거리[짇∶꺼리] 참여 작가들의 협업 형태를 피쳐링이라 부르기로 한다. 이번 피쳐링에서 작가들이 만난 돌이 징검다리가 되어 관객을 전시 공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협업작가들에게 수집된 돌은 전시 이후 최바람 작가에 의해 제자리에 돌려놓아진다. 눈앞에 있지 않은 징검다리는 그제야 그 돌, 그 곳, 그 때로 이야기 될 것이다. 징검다리가 <그 돌>이 되는 것에는 어느 정도의 이해와 어느 정도의 알 수 없음, 손에 만져지지 않음이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