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환경을 생각한 공원, 선유도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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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자연, 환경을 생각한 공원, 선유도공원
  • 전갑남 객원기자
  • 승인 2023.09.02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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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소풍 나들이하기 좋은 생태환경공원이 있다
양화대교 북단 선유도공원 입구. 환경생태공원으로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600여 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서울은 높고 낮은 산세로 만들어진 아늑한 분지를 이뤘고,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민족의 젖줄이 되어 한강은 오늘도 서울 한복판을 유유히 흐른다.

 

겸재 정선 선생의 양천팔경첩 중 선유봉.

한강 중심부에 선유도란 작은 섬이 있다. 마포구 합정동과 영등포구 당산동을 잇는 양화대교에 거대한 배처럼 떠 있는 선유도이다. 옛적에는 육지에 붙은 선유봉(仙遊峯)이라 부르는 나지막한 야산이었다.

봉우리 모양이 고양이를 닮았다 하여 '괭이산'으로도 불렀다. 선유도는 말 그대로 하면 신선이 놀았다는 섬, 그래서 그런지 옛 문헌에도 빼어난 풍광 때문에 시인 묵객들 작품 속에서 많이 등장하였다. 특히,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 선생의 <양천팔경첩> 중에 등장하는 그림 속 선유봉>은 가히 그 아름다움이 어찌했는가를 실감케 한다.

 

폐정수장이 친환경 생태공원... 시간의 공원

선유봉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옛 자취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한강 개발사업과 함께 선유봉이 있던 자리는 모래밭 섬으로 변했고, 1978년부터 20년 넘게 서울 서남부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으로 사용되었다. 지금은 폐수장이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재탄생하여 시민 휴식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계절은 한여름을 지나고 있다. 선유도공원은 눈이 시도록 푸르고 짙은 녹음으로 가득하다. 사람들은 선유도 숲길을 찾아 발걸음도 가볍게 산책을 한다.

 

선유도공원 이야기관. 선유도를 이해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선유도공원 이야기관 내부.

 

'선유도이야기관' 입구에서 피아노 선율이 들려온다. 나이 지긋한 분이 능란한 솜씨로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한다. 비록 낡은 피아노에서 울려지는 선율이 듣는 이의 마음을 잔잔하게 한다. 누구든 자신의 연주 솜씨를 뽐내는 모양이다.

이야기관은 예전 정수장으로 쓰일 때 송수펌프실을 개조한 건물로 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마침 6월부터 '당신이 몰랐던 선유도 이야기'라는 주제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지금의 선유도공원이 탄생하기까지 다사다난했던 과정을 사진과 함께 그림, 조각, 조형물 등으로 꾸며놓았다.

울시 최초 환경생태공원이자 물의 공원으로 한강 명승지 공간을 재탄생하였다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하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 도심과 숲이 공존하는 시민들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발상이 기발하다.

기능을 다 한 폐기된 정수장의 구조물을 활용한 발상! 물 순환 시스템을 활용한 4개의 주제 정원으로 꾸몄다. 거기에다 여러 식물군락지가 참 아름답다. 약품으로 물속 불순물을 제거하던 침전지는 수생식물이 자라서 자연정화를 하는 수질정화원이 되었다.

생산된 수돗물을 가두어 두던 정수지 또한 상부를 철거하고 기둥에 담쟁이를 심어놓아 녹색기둥의 정원으로 탈바꿈했다. 또 모래와 자갈로 불순물을 걸려내는 여과지는 수생식물원로 가꿔 하천이나 늪에서 자라는 식물이 자라고 있다. 침전지였던 자리는 다양한 꽃과 나무를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의 정원이란 이름이 되어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선유도공원은 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친환경 도시공원으로 탄생할 수 있도록 계획적으로 설계하고 가꿨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공원 내부에 있는 온실. 열대식물이 사철 꽃을 피우고 있다.

 

이야기관을 나왔다. 작은 온실이 눈에 띈다. 온실 안에는 사철 꽃피는 다양한 열대식물이 자라고 있다. 키가 큰 열대성 식물과 화초에서 화려한 꽃을 피웠다. 특히, 작은 연못에 핀 수련이 예쁜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온실 안 뜨거운 열기에 얼른 밖으로 나왔다.

수질정화원, 수생식물원, 녹색기둥의 정원, 시간의 정원 등 쓰임을 다한 공간을 재생시켜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가꿔 놓았다. 다양한 수생식물의 모습과 생장 과정을 가까이 관찰할 수 있어 참 좋다.

 

선유도공원에는 아름다운 숲과 꽃이 있다.

 

녹음 우거진 공원길이 편안하다. 악다구니를 쓰며 우는 매미 소리가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녀석들도 얼마 남지 않은 더위를 맘껏 즐기리라.

딱히 정해진 코스 없이 편안한 길을 선택하여 걸으면 된다. 걷다 보면 능소화, 수국, 나리꽃이며 화단에 가꾼 예쁜 꽃들도 만난다. 소나무숲, 울창한 플라타너스, 메타세쿼이아 길을 걸을 땐 마음도 정화되는 느낌이다. 포동포동 살이 쪄가는 과실나무도 눈에 띈다. 못생긴 열매라는 모과가 보이고, 감도 제법 굵어졌다. 밤송이도 탁구공보다 더 굵어졌다. 과일 열매만 보아도 가을이 머지않은 것 같다.

 

공원에서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며 쉬어가기 참 좋다.
울창한 소나무숲이 아름답다.

 

잠시 소나무 숲이 우거진 숲에 들어서자 강바람을 마주하여 시원하다. 그늘이 드리워진 푸른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소풍이라도 나온 듯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유롭다. 서두를 것도 없이 손을 잡고 걷는 연인들은 정겹다.

공원 중앙에 자리 잡은 시간의 정원으로 빠져 들어왔다. 콘크리트 외벽 같은 남아 있는 곳에 다양한 나무가 어우러져 자라고 있다.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거지 대숲에서 잠시 머무니 여기저기 새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가장 시끄러운 녀석은 직박구리. 참새들도 떼로 몰려다닌다. 몸매도 가벼운 녀석들이 움직임도 활발하다. 박새나 딱새도 뒤질세라 시끄럽다.

 

공원에서는 많은 새들을 만날 수 있다.

콘크리트 벽으로 떨어지는 털어지는 물줄기에 새들도 목을 축이느라 연신 들락날락한다. 가만히 지켜보니 녀석들도 덥기는 더운 모양이다.

 

낡은 것은 낡은 대로 비어있는 것은 빈 채로... 물의 공원

 

녹음이 우거진 선유도 공원. 정갈하고 깔끔하다.

숲길을 따라 느릿느릿 걷다가 강가 멋진 정자가 하나가 보인다. 그 옛날 선유봉에 지어 놓았을 법한 단아한 정자가 멋지다. 신선들이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보며 시 한 수 읊었을 장면이 연상된다. 선유봉에서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취해 낮잠이나 한숨 자고 나면 좋겠다.

 

단아한 모습의 선유정. 신발을 벗고 쉴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원치고는 생태 환경공원이란 이름에 걸맞게 참 정갈하다. 낡은 것은 낡은 채로 비어있는 것은 빈 채로 운치가 있다.생태환경공원이라는 이미지에서 그런 것일까? 휴짓조각이나 담배꽁초 하나 눈에 띄지 않는다. 잔디는 깨끗하게 손질되어 있고, 무성하게 자라는 풀도 지저분하지 않다.

 

괭이섬이라는 선유도에는 고양이가 참 많다.

 

괭이섬이라 그런지 산책길 여기저기 고양이가 많이 눈에 띈다. 녀석들이 아주 건강해 보인다. 고양이 밥을 챙기는 한 아주머니의 정성도 대단하다. 통조림 사료에다 시원한 물까지 고양에 주고 있다.

한 가족이 나무 그늘 밑 잔디밭에서 준비한 간식을 먹으며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가족 소풍이라도 나온 듯싶다.

양화대교 중간쯤에서 버스에서 내려 들어왔고, 나갈 땐 반대쪽으로 빠져나가려는데 선유교 보수공사 중이란다. 선유교는 양화지구 공원에서 선유도를 진입할 수 있는 보행자 다리로 다리이다. 배가 불룩한 다리에서 한강의 물줄기를 보며 북한산 등 서울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양화대교 남단 철새조망지에서 한강의 철새를 관찰할 수 있다. 악어섬이 있다.

 

양화대교 남단 아래로 나와 빠져나오니 당산철교를 앞에 두고 코딱지만 한 아주 작은 섬이 있다. 이름하여 '악어섬'이라 한다. 이곳은 철새 조망지이면서 또한 일출명소로 유명하다. 망원경이 보인다. 악어섬을 주시하며 쳐다보는데, 민물가마우지 한 마리가 날개를 폈다 오므렸다 한다. 녀석도 일과를 마감하며 젖은 날개를 말리는 듯 멋진 장면을 연출한다.

한강을 품은 물의 정원 선유도공원! 정갈하고 깨끗한 생태공원으로 언제 가도 멋진 모습으로 반긴다. 가족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소풍 와도 좋은 듯싶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며 물의 고마움을 느끼면서 말이다.

 

선유도공원 정보

공원위치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선유로 343

이용시간 : 06:00~24:00

버 스 : 선유도공원 정문에서 하차(주차장 시설이 없음)

지 하 철 : 9호선 선유도역(도보 10), 2호선 당산역(도보 15)

선유교 보수공사(11월 말까지)로 선유교가 폐쇄되어 양화대교 쪽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편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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