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제주다운 섬, 가파도... 푸른 여행의 추억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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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제주다운 섬, 가파도... 푸른 여행의 추억을 담다
  • 전갑남 객원기자
  • 승인 2023.09.11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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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기획 - 제주여행 1]
이야기가 있고, 푸르름이 있는 아름다운 섬 가파도
가파도는 가장 제주다운 섬으로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제주도는 여러 번 다녀갔지만, 가파도 여행은 처음이다. 아직 때 묻지 않아 파랑보다 더 파랗고, 초록보다 더 초록으로 아름다운 색채를 뽐내는 섬이라 한다 해서 찾았다.

서귀포 남서쪽에 자리 잡은 작은 섬, 가파도. 제주도에 딸린 여러 섬 중에서 네 번째 큰 섬으로 알려졌다. 하늘에서 보면 가파리(가오리의 제주 방언)를 닮아 가파도라 부른다. 가파도는 가오리처럼 마름모꼴 방석을 펼쳐놓은 것 같은 평평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모슬포 운진항에서 가파도 가는 여객선.

 

가파도와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로 떠나는 모슬포 운진항에 도착했다. 배 터에서 여객선을 타고 15여 분 거리에 가파도가 있고, 마라도까지는 25분이 걸린다. 몇 년 전 마라도 여행을 하면서 아름다운 등대를 보고 맛난 짜장면을 먹고 온 적이 있었는데, 가파도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이야기가 있는 섬, 가파도

이른 아침 가파도행 배에 몸을 실었다. 아침부터 잔뜩 흐린 날씨다. 출항하자마자 굵은 빗줄기가 쏟아진다. 빗방울이 바닷물에 섞이면서 튀는 하얀 포말이 퍼져나간다. 숭어로 보이는 물고기가 물 위로 뛰어오른다. 색다른 경험이다.

가파도가 가까워지자 파도가 거세진다. 뱃멀미를 호소하는 분도 출렁이는 파도에 눈을 떼지 못한다. 힘든 거친 파도와 아름다움이 동시에 존재하는 모양이다.

 

친환경명품섬 가파도. 쓰레기 없는 섬이 깨끗하고 정갈했다. 

 

금방이라도 물에 잠길 듯 쪽빛 바다를 품은 가파도에 도착했다. '친환경명품 섬 가파도' 안내 비석과 돌하르방이 반긴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 색색의 슬레이트 지붕이 정겹다. 예스럽고 따뜻한 고향 마을처럼 포근하다.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은 가파도 마을길. 10-1 올레코스(4.2km)가 있다.
마을길에는 예쁜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돌담에 소라와 조개껍질로 예쁘게 장식이 되어 운치를 자아냈다.

 

마을길이 평안하게 나 있다. 까만 돌담이 제주답다. 돌담은 제주 본섬의 현무암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왕자갈 돌담이다. 소라와 조개껍데기로 돌담을 예쁘게 수놓은 집이 인상적이다. 들에 핀 풀꽃은 작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돌담에 드나드는 바람 소리는 시가 되는 듯싶다.

군데군데 벽에 그려진 벽화가 재미있다. 잘 그려진 그림은 아니지만, 벽화 속의 글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파도의 깊은 속내를 드려다 본다. 주민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지금은 또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생각 없이 그려놓은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누군가가 기획하여 짜임새 있게 작품을 완성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파초등학교 건물에 있는 벽화, 동심이 느껴진다.

 

카페 겸 식당도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 않다. 여행자들을 상대로 하는 곳에선 바가지요금으로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데, 인심이 후한 가파도를 느끼게 한다. 가파도는 순수한 시골마을 분위기가 아직 남아 있어 좋다.

한참을 가다 가파도초등학교가 보인다. 우리나라 최남단 초등학교이다. 예전 필자가 다닐 때 초등학교 풍경이 남아 있다. 초등학교 옆 회을공원이 꾸며졌다. 이곳은 가파도 출신 독립운동가 회을(悔乙) 김성숙(金成淑) 선생이 초등학교를 설립한 것을 기리기 위한 공원이다. 선생 동상 옆에 순국 장병 충혼비가 세워져 있다. 외딴섬 아담한 공원이지만 담긴 뜻은 의미가 크다.

 

초등학교 옆 회을공원. 가파도 출신 김성숙 선생을 기리기 위한 공원이다.

 

관광객 중에는 자전거를 타고 섬을 일주한다. 가파르지 않은 길이라 라이딩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가파도 둘레길은 천천히 걸어도 1시간 남짓인데, 자전거로는 20분이면 족하다고 하니 괜찮을 것 같다.

 

청보리 피는 봄날, 다시 찾고 싶다

가파도는 섬의 가장자리 바닷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다 밭이다. 밭에는 주로 보리를 재배한다. 이곳 청보리는 12월 중순 파종하여 이듬해 5월에 수확을 한다. 이른 봄 청보리가 일렁이는 가파도는 푸른 바다만큼이나 섬을 더욱 푸르게 한다. 거센 바람에 나무 한 그루 변변히 자랄 수 없는 척박한 환경을 이겨낸 청보리는 가파도의 생명줄이 되었다.

가파도는 친환경적으로 보리를 재배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수확이 끝난 밭엔 잡초가 무성하다. 잡초는 땅심을 키우는 거름이 되리라.

 

꽃이 만발한 가파도.

 

해발 20m 최고봉에 가파도 소망전망대가 있다. 평지보다 살짝 높다. 캘리그래프 글귀가 마음에 와닿는다.

"오늘은 가파도 나들이, 친구야 가파도가 너무 좋아! 내가 다 들어줄게!"

이곳 소망전망대는 가장 멀리 볼 수 있고, 가장 높은 곳을 볼 수 있는 곳이란다.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가 코앞이고, 남한 최고봉인 한라산이 보인다. 전망대에서는 바다로 둘러싸인 가파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노랑 코스모스 꽃물결이 바람에 춤을 춘다. 바다 넘어 송악산 뒤로 산방산이 버티고 있다. 그 뒤론 한라산의 위용이!

 

수평선이 맞닿아 있는 초록의 끝에서 평온을 찾는다.

 

4.2km의 해안선, 바다 위에 떠 있는 얇은 방석 하나! 그 위를 수놓은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상동포구, 하동포구 두 마을엔 220여 명의 가파도 주민이 오순도순 살아간다.

바람이 이끄는 방향에 따라 한 폭의 풍경화 같은 섬 가파도. 어느새 비는 그치고 태양이 눈부시게 빛난다. 이마에 땀은 흐르지만, 마음은 착 가라앉는다.

익살스러운 돌하르방과 아쉬운 악수를 한다. 청보리가 푸르고 초록으로 물결치는 봄날에 다시 찾아야겠다. 가파도에서 푸르름과 아름다움을 마음 가득 담아 간다.

 

다시 찾고 싶은 가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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