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한 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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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한 협업이 필요하다
  • 한은혜
  • 승인 2023.10.2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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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한은혜 / 은하수미술관 대표

 

 

분업(division of labor)과 협업(Collaboration)과 은 한 그룹에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일’을 조직적으로 만들고 해내는 방식이다. 분업이 각자 일을 나누어 하는 방식이라면, 협업은 서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참여해 일을 하는 방식이다. 이 둘은 한가지의 결과물을 위해 여럿이 일을 나누어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차이점은 분업이 결과물의 제작 과정이 명확히 ‘분리’ 가능해서 각자의 일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서로 다른 일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개인적인 작업이라면, 협업은 여러 사람이 하나의 결과물을 위래 동시에 소통하며 일을 하는 상호보완적 작업이라는 것이다.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는 것과 같이 말이다. 덕분에 협업은 크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유용하다. 다양한 정보와 아이디어를 통합해 보다 경쟁력있고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경제적활동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이지만 사회의 많은 곳에서 이 두가지 방식이 문제 해결을 위해 쓰이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 아동의 돌봄과 양육이 끊임 없는 사회 이슈가 되고 있다. 맞벌이 가정의 돌봄 공백, 학습 격차, 정서 발달 문제, 양육의 부담으로 인한 가정의 갈등, 학교에서의 돌봄으로 인한 교사의 과중한 업무 등 다양한 부분의 문제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끊임없는 논란과 계속되는 노력 속에서 그리고 2023년 한국은 출산율을 0.7로 세계 최저를 기록했도 전세계가 우려어린 눈길로 우리 나라의 상황을 걱정하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아동을 돌보고 가르치고 보호하기 위해 제도의 마련, 지역 사회의 참여, 가정의 노력 등 많은 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좋아지고 있다고 느끼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오히려 무거운 책임이 전가될까 부담을 느끼며 점점 돌봄을 기피하고자 하는 모습마저 보이게 된다. 한 아이를 돌보고 키우는 것을 과연 가정, 학교, 국가 등 어느 한 곳의 책임만으로 이야기 할 수 있을까? 혹은 어떤 한 쪽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돌봄을 위한 ‘협업의 필요성’ 말이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인디언 속담은 마을 안에 더 많은 제도와 안전 장치를 만들고라고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마을이 함께 협업(Collaboration)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미 학교, 마을, 가정, 각 기관과 단체에서 만들어 놓은 다양한 제도와 서비스를 인정하고 격려하며. 서로의 역할에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며 유기적으로 협업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인은 2021년부터 인천 관내의 여러 기관과 단체, 연구자들과 함께 아동의 돌봄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는 인천 관내 아동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기반의 정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아동의 문제 행동변화를 관찰하고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연구이다.

2021년에는 인천의 초등 저학년 아동 29명을 대상으로 미술감상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참여한 아동 대상으로 문제 행동 변화를 확인하는 심리검사를 진행하였다. 검사 결과 공격행동이 감소하는 등의 변화를 보였으나 아동의 우울감 및 부정적 기분을 해소하는 것에는 큰 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프로그램을 변화하여 2022년 인천의 초등 57명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8회 제공하며 심리검사를 진행하였다. 프로그램은 1회의 부모 교육을 추가하고 매 프로그램 이후 가정에서 아동이 양육자와 매회 10분 내외의 대화를 추가하는 형태로 변화를 주었다. 그러자 대인관계 문제가 감소하고, 광범위한 범위에 걸쳐서 문제행동(우울, 규칙위반, 위축, 강박 등)이 감소하는 효과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이 연구에서 확인 할 수 있는 것은 아동의 정서적 성장은 지역사회와 가정이 함께 할 때 그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2023년 여름방학 돌봄 보호참여 프로그램 사진
2023년 여름방학 돌봄 보호참여 프로그램 사진

 

아동을 돌보고 가르치는 일은 분업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자본주의가 시작되며 분업은 물건을 생산해 내는데 속도와 효율면에서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복잡 다양한 서비스나 창의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를 보였고 산업 현장에서는 협업 중요성을 강조하고 분업과의 조화를 중시하고 있다. 그러나 효율성을 중시하는 것이 익숙해진 우리 사회는 돌봄의 영역까지 분업화하고 있다. 맡은 영역에서의 전문성과 명확한 책임만을 요구하고 공동의 논의와 충분한 권한, 함께 하는 책임은 피하고 있다. 비효울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동을 돌보는 일은 한 사람의 평생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며, 사회에도 큰 영항을 미치는 일이다. 또 그 과정이 복잡하고 정교하고 목표가 크기 때문에 일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의 유기적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협업이 추구하는 주인의식, 책임, 권한, 보상 중 무엇 하나라도 결여된다면 ‘안정한 돌봄’은 무너지고 실패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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