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아이들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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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아이들 처럼
  • 안태엽
  • 승인 2023.11.1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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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의 글마당]
안태엽 /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 소통의 글쓰기반
시민의 신문 <인천in>이 인천노인종합문화화관과 함께 회원들의 글쓰기 작품(시, 수필, 칼럼)을 연재하는 <소통과 나눔의 글마당>을 신설합니다. 풍부한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오고, 글쓰기 훈련을 통해 갈고 닦은 시니어들의 작품들을 통해 세대간 소통하며 삶의 지혜를 나눕니다.

 

성경에는 ‘누구든지 어린아이와 같지 않으면 결단코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없다.’고 말한다. 나는 가끔 손주의 단순함을 보고 놀랄 때가 있다. 어린아이인데 신뢰와 믿음을 준다. 대개가 그렇듯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말을 전혀 의심치 않고 받아들인다.

프랑스 출신 곡예사 ‘찰스 불론 딘’은 1859년 나이야가라 폭포를 외줄로 건넌 유명한 사람이다. 이 사람은 외줄로 여러 가지 묘기를 부리는데 관광객들은 열광한다. 맨 나중에 고난도의 묘기로 불론 딘은 관중들에게 묻는다. “이 폭포를 내가 건널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사람들은 아우성을 치면서 “당신이라면 당연히 외줄로 건널 수 있지요! 우리는 그걸 믿습니다.”라며 환호성을 친다. 그는 외줄로 외발자전거를 타고 폭포를 건너고 눈을 가린 채 폭포를 성공적으로 갔다가 돌아오기도 했다. 그러자 관중들은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들었고 “당신은 줄 위에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열광했다.

여기서, 불론 딘이 한 가지 더 제안을 하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그렇다면 누가 제 등에 업히겠습니까. 나와 같이 이 폭포를 함께 건널 사람은 앞으로 나와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사람들의 얼굴에 흥분기는 사라지고 침묵이 흐르면서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불론 딘에게 ‘당신이라면 건널 수 있다’고 열광하던 사람들이 그를 추상적으로 믿고 말했다는 것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그 때 자신의 인생과 목숨까지 담보하면서 모험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잠시 후 모퉁이에서 어떤 꼬마 하나가 손을 들더니 자기가 나가겠다며 침묵을 깨트렸다. 그는 아이를 등에 업고 외줄을 조심스럽게 타며 폭포를 건너왔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다시 열광하는데 어떤 사람은 그 아이에게 질문을 했다. “너 무섭지 않았니?” 그러자 그 아이가 하는 말이 “무섭긴요. 저 분은 우리 아빠인데요.” 이 아이는 아빠의 실력을 생각했다기보다 그저 아빠를 믿는 마음으로 등에 업힐 수 있었던 것이다. 

 

나이야가라 폭포
나이야가라 폭포

 

여름 캠프는 매년 우리 집 연례행사로 가족들과 함께 하기로 무언의 약속이 되어 있었다. 가족들은 휴가를 떠나기 전부터 손자와 함께하는 것에 즐거워하며 계획을 짰다.

그러던 중 필자가 췌장염으로 입원을 하게 되었지만 증세가 심하지 않았고 가족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생각에 불편한 몸으로 함께 출발했다. 그곳은 산과 바다, 계곡이 함께 있는 한적한 곳으로 가족들이 쉴만한 놀이터였다. 우리는 펜션 정원에 대형 그늘막을 치고 손자를 구심점으로 노래를 부르며 화목한 시간을 가졌다.

손주는 모든 것이 새로웠다. 우리는 평소에 보고 수많은 것들이 있지만 그냥 지나치는데 손주는 작은 것 하나에도 흥미를 가졌다. 개미, 벌레, 매미, 작은 풀잎들과 바닷가 모래사장만 봐도 어른들과는 달리 반응하는 모습이 새로웠다.

풀장에서 딸은 손자에게 수영을 가르치고 싶어했다. 어린 손자가 수영을 배우기 위해서는 물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감을 극복하는 것이 첫 단계이다. 엄마가 먼저 물속에 들어가서 아들에게 뛰어 들어와도 괜찮다고 말했다.

“엄마가 잡아 줄 테니 괜찮아 엄마를 믿고 뛰어들면 돼, 알았지.”라고 말했다. 처음엔 머뭇거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손자는 엄마를 쳐다보며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부모의 말을 믿고 자신을 맡기는 손자는 나에게 또 다른 통찰의 시간을 주었다. 누군가를 믿고 신뢰한다는 것은 두려움과 공포를 사라지게 하면서 이른바 ‘알에서 깨어나는 시간’이 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아이들만의 특징은 꾸밈이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투명하고 솔직하여 있는 그대로를 표현한다. 겸손하게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다. 때로는 해야 할 말도 피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린아이와 같이 속과 겉이 같은 사람을 더 좋아한다. 마음이 투명하면 사람들의 마음도 열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은 진정한 인간미가 어떤 것인지를 느끼게 한다. 반면에 어른들은 모르면서도 아는 척을 하며 둘러대기를 잘한다.

사실 우리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아니, 모르는 것 투성이다. 어른들도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고 거품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솔직하게, 마음을 비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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