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 나래수퍼 사건 실화극, 《소년들》 시사회를 다녀와서
며칠 전,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영화 '소년들'을 관람했다. 가끔 방문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시사회 응모 코너가 있는데 여기서 선정됐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의 줄거리도 마음을 끌었지만, 정지영 감독의 전작들(부러진화살, 남영동1985, 블랙머니)을 감명 깊게 봤던 점, 연기파 배우들(설경구, 허성태, 유준상, 염혜란, 진경 등)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필자를 시사회로 이끌었다.
영화 맨 처음 등장하는 문구, 토씨 하나씩 기억이 나지 않지만 뜻은 이렇다.
'실화를 소재로 했으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각색을 했다.'
실화는 이렇다.
1999년 2월 6일 새벽 4시경, 전북 완주군 삼례읍의 나라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 할머니를 살해한다. 경찰은 용의자 3명을 붙잡아 강도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징역 3~6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1999년 11월, 진범이 나타난다. 이후 재심을 거쳐 2016년 10월 28일, 징역을 다녀온 용의자 3명은 무죄 판결을 받는다. 진범이 있다면, 가짜 범인 3명은 누구일까? 동네 청소년들이다. 범인을 만들어내는 강압수사였다.
여기서 영화 '부당거래'가 떠오른다. 여기서도 경찰이 범인을 만들어낸다. 깡패와 검찰까지 3박자가 어우러진다. 여론이 안좋아 대통령까지 방문하자 범인을 잡는데 다급한 경찰이 가짜 범인, 곧 배우를 섭외해서 사건을 마무리 짓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치는데...
결말을 보면 경찰이 세운 가짜가 실제 범인이었다. 경찰과 검찰이 진범을 잡아놓고 검경 아주 합동으로 난리다.
이 과정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경찰로서 실력은 최고다. 영화에 나오지만 '광역수사대 에이스'임에도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서, 번번이 진급에 떨어진다. 그런데 옆 부서 후배가 경찰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나보다 먼저 진급을 한다.
이런 상황에 진급할 기회가 주어진다. 아주 작은 음식점에서 경찰 간부와 주인공이 맥주 한잔하며 나눈 대화가 생각난다. 이것도 토씨는 다를 수 있는데 의미는 같다.
"경대?(경찰대) 그거 줄기야, 이번 사건만 잘 마무리하면 줄기와 연결된다." 경찰이 범인 잘 잡으면 됐지, 경찰대 출신인지 아닌지가 그렇게 중요한가?
영화 '소년들'도 비슷하다. 경찰이 범인을 만들어냈다. 검찰은 거기에 동조했다. 나중에 이런 대사도 나온다.
"12만 경찰 식구를 적으로 돌린다... (당신) 사회생활이 가능하겠냐?"
12만 경찰은 같은 경찰이다. 그런데 꼭 같은 편인가? 식구가 아니다. 이 대사를 읊은 영화 속 인물은 '자신이 저지른 조작수사가 들통날 것 같으니 12만 경찰 전체 뒤로 숨는 것'이다. 영화에 나오는 조작 경찰은 10명 남짓이다.
영화를 보면서 검찰과 경찰을 지나치게 악마화하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한국은 안전한 나라다. 언제나 범죄는 존재하지만, 조심해야겠지만 그래도 밤에 큰 걱정 없이,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분명한 한 가지는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교훈)다. 옛날이든 지금이든 사회에 알려야 할 이야기, 이렇게 사회를 고발하는 영화도 필요하다.
코로나 이후 시대가 점점 가볍고 단순한 오락영화를 원하는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알려야할, 우리가 살아가면서 돌아볼 내용은 필요하다.
영화관에 앉은 많은 사람들이 한 곳(스크린)을 본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주위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되도록 진실, 정의, 인권을 추구하는 환경이 우리 공동체의 생존에 이득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