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 용궁사 정기 받고 흘러 흰발농게 갯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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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 용궁사 정기 받고 흘러 흰발농게 갯벌로
  • 장정구
  • 승인 2023.11.1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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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구의 인천 하천이야기]
(65) 영종도 동강천

 

“여기가 흰발농게 최대 서식지래요”
연신 덤프트럭이 지난다. 영종도 동측 해안순환도로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갯벌에는 붉은 색 염생식물이 장관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영종2지구라 명명하며 개발사업을 진행하려 하는 곳이다. 붉은 빛 가득한 갯벌의 한쪽 옆 파란색 파라솔 하나가 펼쳐져 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물어보니 흰발농게 영상을 촬영하고 있단다. 흰발농게는 주로 갯벌의 상부에 산다. 흰발농게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2급이고 해양수산부지정 해양보호생물이다. 해안이 개발되고 갯벌이 매립되면서 개체수가 급감했다. 몸집만한 흰집게발을 흔드는 모습이 마치 바이올린을 켜는 것 같다고 해서 영어 이름 Fiddler crab이다.

영종2지구는 영종도 동측 중산동 갯벌이다. 2018년 7월 인천녹색연합은 처음으로 영종2지구에 흰발농게가 집단서식함을 확인했다. 이후 2020년 인천시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국립생태원 등은 현장조사를 진행한 후 흰발농게가 250만마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곳은 공항고속도로가 만들어지고 준설토투기장이 만들어지면서 물길이 막히면서 점점 육상화되고 있다. 썰물 때면 걸어서 갯골을 건널 수도 있다. 공사 때문인지 육지와 연결되는 갑문 옆에서 보면 적지 않은 양의 흙탕물이 갯골로 흘러든다. 동강천이다.

 

영종2지구에 집단서식하고 있는 흰발농게

 

동강천은 전소천과 더불어 영종도에 있는 소하천정비법에 따른 법정하천이다. 하류에서는 운북동과 중산동의 경계를 흘러 영종2지구 갯벌로 흘러든다. 하천과 갯벌이 만나는 수문 옆으로 얼마 전 개통한 듯 도로가 말끔하다. 도로를 따라 바위를 차곡차곡 쌓은 제방이 멀찌감치 건너편까지 가지런하다. 한상드림아일랜드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곳이다.

동강천은 백운산 북쪽과 금산 남쪽 그리고 석화산 서쪽 사이에서 시작된다. 백운산 동쪽 능선 아래에는 용궁사가 있다. 백운산에는 원효대사가 창건하여 백운사(白雲寺)가 있었고 지금의 용궁사(龍宮寺)는 구담사(瞿曇寺)로 불리다가 흥선대원군에 의하여 중창되었다고 한다. 경내 입구에 위치하는 건물에는 흥선대원군의 갑인년(1854) 정월 낙관이 찍힌 용궁사 편액이 걸려있다. 이 건물 앞에는 큰 느티나무가 두 그루 있다. 절에서는 각각 할아버지 나무와 할머니 나무로 부르는데 1990년 인천광역시기념물제9호로 지정된 문화재이다. 수령이 1,300년이라고 하는데 속이 텅 빈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을 알 수 있는데 왠지 숙연해진다. 장수동 은행나무가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이 된 이후 인천광역시기념물은 용궁사 느티나무 외에 계양구 부평초등학교의 은행나무와 석모도 보문사 향나무뿐이다.

용궁사 보살님으로부터 고추장을 한 통 사서 길을 나선다. 포장도로 왼쪽으로 한적하고 제법 널찍한 오솔길을 따라 내려오니 버드나무 숲 아래로 물줄기가 시작되고 있음이 보인다. 이 물줄기는 자연대로 아래를 지나 동강천으로 흘러든다. 동강천의 물줄기 중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긴 물줄기는 금산의 남서쪽이다. 영종역을 나와 고속도로와 나란히 나아가니 버스정류장 이름이 벌판마을입구다. 지금은 공항고속도로와 공항철도로 남북으로 분단되었지만 백운산과 금산 사이는 제법 넓고 또 제법 평평한 벌판이다. 백운산의 북쪽은 비교적 경사가 완만하다.

 

벌판마을이 지나는 물길 주변. 여전히 농지이다.

 

공항이 들어서고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후 영종도는 늘 개발 중이다. 벌판마을입구 정류장에서부터 여기저기 부동산개발컨설팅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마을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아직은 밭이 많다. 농부와 아낙들이 시끌시끌하다. 콩과 팥, 들깨 추수가 끝난 밭의 한 켠에서는 김장용 배추 손질이 한창이다.

‘재외동포청 인천 개청, 세계10대도시로 도약’
물줄기를 따라 아래쪽으로 내려가다 보니 고속도로 앞에서 사라진다. 반대편 비포장도로로 나아가니 길이 막혔다. 도로 비탈면 방향으로 빨간 고추가 매달린 고추대 더미가 보인다. 다가가니 고추대 더미 뒤로 물길이 보인다. 공항고속도로 옆으로 재외동포청 유치로 세계10대도시로 도약했다는 높다란 광고판이 눈에 들어온다. 인천국제공항을 오가는 사람들은 그 의미를 알고 있을까 세계10대도시는 어디일까 잠시 생각해본다. 막힌 길에서 물길을 따라 수풀을 헤치며 100여미터 나아가니 다시 길이 나온다. 머리를 들어보니 공중에 길이 있다. 금산IC 연결도로이다. 그 아래부터는 물길이 제법 넓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다리의 난간으로 조심스레 나아가니 백로 한 마리가 다리 밑에서 물속을 노려보고 있다.
자연대로 아래를 지나 제법 내려온 것 같은데 앞에도 산이고 좌우로도 산이다. 앞에는 석화산이고 왼쪽으로 금산이고 오른쪽으로 백운산이다. 금산꼭대기에는 금산의 꼭대기에는 직사각형 기둥이 우뚝하다. 생긴 모습이 군사시설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야트막한 야산은 어김없이 공사장이다. 건물을 짓기 위해 또 도로를 내기 위해 황톳빛 속살이 드러내고 있다.

‘기럭기럭’
추수가 끝난 논골의 논에는 기러기가 가득하다. 논에 다가가니 논흙 냄새가 난다. 내년 농사를 위해서인지 개발을 위해서인지 논흙이 뒤집혀 있다. 할미새 5마리의 꼬리가 부산하다. 어디선부터인지 동강천 물이 탁하다. 곳곳에서 하수가 흘러드는 듯 눈으로 보기에도 하천 바닥 오니층이 두껍다.
동강천 하류 주변은 침수취약지역이다. 여름철 비가 많이 내리고 만조가 되면 주민들과 행정기관은 긴장한다. OO수산, OO레져, 아직은 낚시터이고 시골풍경이 남아있지만 OO건설기계 등 건설장비들이 곳곳에 보인다. 바로 옆 미단시티와 동강천 주변에도 건물들이 빼곡하게 솟을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동강천 곳곳에서 여전히 하수가 흘러든다.
동강천 곳곳에서 여전히 하수가 흘러든다.
영종2지구로 흘러드는 곳에는 수문이 있는데 동강천 주변은 집중호우와 만조 시 침수취약지역이다
영종2지구로 흘러드는 곳에는 수문이 있는데 동강천 주변은 집중호우와 만조 시 침수 취약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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