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이 뿌리내릴 수 있는 문화도시 인천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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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이 뿌리내릴 수 있는 문화도시 인천을 꿈꿉니다"
  • 채이현 기자
  • 승인 2023.11.3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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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지대 사람들] - 이종구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인천문화재단 이종구 대표이사
인천문화재단 이종구 대표이사

 

인천에는 인천시 산하 인천문화재단과 총 다섯 곳(부평구, 서구, 연수구, 중구, 남동구)의 기초자치단체 문화재단이 있다. 구 문화재단은 각자 다른 지역적 특성을 바탕으로 설립되었고,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 형태도 조금씩 다르다. 설립시기도 다르다보니 운영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2006년 설립된 부평구문화재단과 올해 창립된 남동구문화재단, 17년이라는 시간이 주는 경험 차이도 크다.

이것이 인천문화재단과 각 구 문화재단이 지난 8월 29일 ‘인천지역문화재단 대표자회의’를 출범시킨 배경이다. 대표자회의는 매년 8월 예산수립 시점, 2월 사업평가 시점에 맞춰 정기 회의를 갖기로 했다. 서로의 사업 계획과 평가를 공유하고, 공동사업을 가능한 수준에서 만들어 보는 것 등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실행에 옮길 예정이다.

문화재단의 설립 근거는 지역문화진흥법에 있다. 이 법은 ‘지역문화’, ‘생활문화’, ‘문화도시’ 등의 용어를 정의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지방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을 의무로 정했다. 다시 말해 문화재단은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권의 한 형태다. 문화재단 직원 및 문화 공급자로서의 예술인들 뿐 아니라 시민들이 자신의 권리로서 문화재단을 인식하고 누구보다 관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고민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하고 있을 인천문화재단 이종구 대표이사를 만났다. 지난 7일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그의 작품 ‘오지리사람들(1988)’이 걸렸다. 한국관 개관 25주년을 맞이한 <계보: 메트에서의 한국미술>이라는 주제 전시에 작품이 걸렸으니, 사실상 한국 화가의 대표로 선정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그는 화가로서의 정체성을 잠시 내려놓고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로서 살고 있다. 2022년 2월 말 취임했고, 이제 임기 3년 절반이 지났다.

 

- 벌써 취임 후 절반 이상의 시간이 흘렀네요. 임기 시작하실 때 목표를 어느 정도 이루었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 인천문화재단은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과 시민들의 문화 활동을 지원하고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이 세 가지가 제일 중요한 사업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근대문학관, 인천아트플랫폼, 트라이보울 같은 전시·공연·레지던시 공간 운영도 하고요. 이런 공간 운영과 관련해서는 시민들의 참여율도 높아졌고, 콘텐츠의 질도 향상됐다고 생각합니다. 통계 수치로도 나와 있고, 여러 가지 만족도 조사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가 중점을 뒀던 인천 예술가 지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인천이 서울과 가깝지만 여러 가지 여건이 서울만큼 풍족하지는 않다보니, 아무래도 예술가들이 자신의 성과를 내기 위해 서울로 떠나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지원을 확대하자, 작가들이 인천에서 머물면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시민들과 공유하는 순기능을 정착시키자, 이런 생각이 들었죠.

그러고나서 보니 매년 공모 심사를 통해 지원 대상을 정하는데, 선정대상이 18%밖에 안됐어요. 쉽게 말하면 공모에 도전을 한 82%는 떨어진다는 것이죠. 탈락을 한 경험을 하면 아무래도 문화재단 역할에 대해 불만을 갖게 돼요. 혹시나 편향적으로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나 오해도 생기고요. 그래서 제가 선정 비율을 지원자의 32%까지로 늘렸어요. 

인천에 있는 여러 예술단체들의 성향을 구분하지 않고 만나고 격려하려 노력합니다. 중립성과 공정성, 이것을 잃어버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이 고루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니까요. 진영논리, 상대적 대립, 세대별 대립이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균형을 잡고 지역 문화예술계가 풍부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싶습니다.

 

-  시민들에게 소개할만한 특이한 사업이 있을까요?

▲ 인천아트플랫폼에서 2023년부터 '올해의 작가'를 선정하기로 했어요. 인천의 스타예술가를 만들고, 시민들의 관심도 높이는 거죠. "인천에서 살고, 여기서 활동해도 손해보지 않는다."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 시키고 싶은거죠. 이름도 알릴 수 있고, 전시도 많이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도시로 만드는 겁니다. 12월 7일에 오픈할 '올해의 작가' 전시도 예산을 많이 들여 수준 높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중견작가와 청년작가를 매년 번갈아 선정할 계획입니다.

인천이 중심이고, 우리가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구조를 지역 내에 만들어야죠. 자기 성과를 꼭 외부로 가져가지 않아도, 이 도시 안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게 하고 싶은거죠. 제가 3년 안에 대단한 변화를 가져올 수야 없겠지만 조금씩이라도 그런 기틀을 만드는데 기여하려는 거죠.

 

2023 '인천 미술 올해의 작가'로 뽑힌 오원배 작가의 작품 활동 모습
2023 '인천 미술 올해의 작가'로 뽑힌 오원배 작가의 작품 창작 모습

 

- 취임하실 때 인천을 대표하는 국제예술제를 만들겠다고 하셨어요. 이 부분은 어떻게 논의가 돼 가고 있나요?

▲ 인천을 대표하는 축제라고 하면 우선 대중예술로서 영화제, 대중음악 축제(락페스티벌, K-POP 행사) 같은 것들이 있겠죠. 그리고 순수예술 분야가 있을텐데요. 굳이 예술의 성격을 나눈다기 보다는, 각자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말씀을 드립니다. 얼마 전 끝난 <황해어보>라는 것이 있어요. 인천을 주제로 한 것이거든요. 인천의 바다, 물고기를 잡고 물건이 오가는 노동으로서의 바다, 섬에서 보는 분단과 평화문제로서의 바다, 생태와 환경문제로서의 바다. 이 모든 것을 통합할 수 있는 주제가 인천에서는 '황해'다, 라는 의미로 처음 띄워 본 것이에요. 생각 이상으로 반응이 좋았어요.

내년이 재단 20주년입니다. 이를 맞아서 <황해로부터>라는 큰 제목으로 배다리에서 우리미술관까지 구도심을 벨트로 동시에 전시를 여는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시 거점마다, 그리고 걷는 길 중간 중간에 작업을 연결시켜, 갯벌과 바다가 가진 여러 상징들에 대해 표현할 수 있는 행사를 해보려 합니다.

나중에는 소래생태공원에서부터 시작해 아예 인천 습지·생태 미술제, 혹은 비엔날레로 확장을 하고 싶어요. 첫째 인천에 대한 지역적 내용이 담겨있고, 둘째, 인천의 시각 예술 역량을 통합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올해는 이런 그림을 위한 씨앗을 뿌렸던 것이고요. 갯벌에서 생태환경 조각 프로젝트를 여는 것도 가능하겠죠.

 

지난 8월 29일 열린 인천문화재단 및 5개 기초지역문화재단 대표자회의 출범식
지난 8월 29일 열린 인천문화재단 및 5개 기초자치단체 문화재단 대표자회의 출범식

 

- 인천문화재단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5개 구 문화재단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도 드릴게요. 몇달 전 광역·기초 문화재단 대표자회의가 출범했습니다. 출범 이후 진행된 것 혹은 진행될 예정인 사업이 있는지요?

▲ 12월에 내년 사업을 논의하고, 1월에 공동 사업을 논의할텐데요. 첫 번째 사업으로 '공동 디지털 아카이브' 시스템을 구성하려고 합니다. 인천문화재단과 5개 구 문화재단이 서로의 사업 계획, 내용 등을 열람할 수 있는 것이죠. 두 번째로는 신생 구 문화재단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서로 돕는 것입니다. 행정 경험, 사업 기획 등에서 보다 경험이 있는 문화재단들이 협업을 하며 같이 가자는 것입니다.

주민 밀착형 사업은 구 문화재단이 훨씬 잘한다고 봅니다. 지역과 주민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 훨씬 구체적으로 알고 있으니까요. 그 부분은 그렇게 강화하면 될 겁니다. 광역문화재단인 인천문화재단은 예술가 지원, 시민 문화 활동 지원 같이 큰 예산이 드는 부분에 보다 집중하게 되겠죠. 모두가 인천 문화를 위한 것이고, 서로가 경쟁할 필요는 없습니다.

 

- 작가로서의 활동을 멈추긴 하셨지만, 인천 선배 작가로서 후배작가들의 작품들을 보며 느끼시는 것이 있으실까요?

▲ 제가 대학에도 있었지만, 전문적인 공부를 열심히 하고 졸업을 해도 젊은 작가들이 작가를 직업으로 갖고 살기가 정말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장벽이 굉장히 높아요. 일단 생계가 어렵기 때문에 그렇죠. 그걸 도와줘야 하는 것이 공공으로서의 문화재단이죠. 인천문화재단에서 일을 하겠다고 나서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청년 예술인들이 현실 때문에 공연을 포기하고, 붓을 꺾는 것을 보며 너무 안타까워서였어요. 청년작가들을 정착시키기 위해 인큐베이터가 되겠다, 고비를 넘길 수 있게 하겠다는 거였어요. 

청년 예술인을 위한 예산이 생각보다 많아요. 20억이에요. 청년문화팀도 따로 있고요. 그런데 이 예산이 남아요. 청년 자체가 없어요. 인천에 남아있는 청년이 그렇게 많지 않은 거죠. 다 서울로 간거죠. 지역 소멸이라는 것이 다른 것이 아니예요. 이런데서 드러나는 거죠. 공고를 해도 참여 미달이 되고, 재공고를 해야 겨우 돼요. 홍보 부족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본질적인 문제는 그게 아닌 것이죠. 인천만의 현상은 아니고, 서울이 아닌 모든 지역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입니다. 오히려 서울과 가깝기 때문에 인천이 오히려 더 안좋은 조건이기도 하고요. 결국은 시장의 크기 차이예요. 그러니 노력해야죠. 앞으로도 인천은 당신들을 계속 지원하겠다는 것, 인천이 예술가가 사는 도시로서 꽤 매력적인 곳이라는 것을 어필해야죠. 인천문화재단의 역할이 거기에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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