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헌책방 레지던시, 6기 작가 전시를 앞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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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헌책방 레지던시, 6기 작가 전시를 앞두다
  • 채이현 기자
  • 승인 2023.12.08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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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8일 김민우 개인전 ‘Vacant Creek(빈 개울)’ 열려

 

인천 배다리 헌책방 ‘집현전’은 사진 미술 및 도서 전시, 시각장애인의 사진 활동 지원, 다양한 문화 특강 및 강좌를 개설하는 등 예술과 문화와 책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다.

집현전이 레지던시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21년 7월이다. 모집분야는 문학, 시각예술로 정하고, 3개월 동안 자신의 작업을 완성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서류와 인터뷰를 거쳐 대상자를 선정했다. 선정 작가에게는 숙소를 제공하고, 활동비로 월 30만원을 지급한다. 전시 비용 일부와 작품집 발간비 일부도 지원한다.

그렇게 시작된 레지던시 사업은 6기로 이어졌고, 어느새 결과 발표 전시를 앞두고 있다. 집현전의 2023년 가을 레지던시는 9월 6일부터 12월 5일까지 3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대상자로 선정된 김민우 작가는 고려대학교 조형학부 조형예술과를 졸업하고, 독일 마인츠 미술대학에서 유학했다. 레지던시 기간 중 일주일 단위로 세밀하게 계획을 세우며 작품을 완성했다.

 

작업중인 김민우 작가 (사진=집현전)
작업중인 김민우 작가 (사진=집현전)

 

작가는 2021년부터 <풍경인(風景人)시리즈>를 작업했다. 일평생 살아온 북한산 정릉 청수장과 그 인근 지역을 모티프로 기묘한 상상을 전개하는 것이다. 첨단의 대도시 서울에 속했으나 자연과 인공이 조악하게 뒤얽힌 풍경, 개천과 하수시설이 불쑥 드러나는 특유의 음산함은 작가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작가는 도시에 대한 자신의 시선을 ‘이야기’라는 방식으로 해석했다. 회화의 구성 논리를 만들기 위한 작가만의 방법론이다. 기담집이라는 형식을 빌려 에피소드별 서술적 기승전결을 갖추었다. 이런 문학적 1차 해석은 이후 회화적으로 2차 재해석되는 과정을 겪는다.

그 결과일까. 이번 전시 <Vacant Creek 빈 개울>에서는 ‘개울가의 아이’라는 새로운 에피소드 타이틀을 걸고 비-서술적 전개를 시도한다. 최초의 모티프에 대한 문학적 해석과 이후 회화적 재해석, 둘의 관계와 충돌로 인한 것이다. 회화작품들은 이야기에 대한 총체적 진술을 거부하고 풍경의 모호한 부분이자 편린이 된다. 다만 ‘개울가의 아이’ 속 세계를 바라보는 눈과 그림의 심미적인 눈이 일치함으로써 문학과 회화, 서로 다른 두 장르는 그림 프레임 바깥에서 여전히 ‘불확정적인 연결지점’을 갖는다.

회화를 구성하는 도시 환경의 ‘심리적 풍경’을 파헤치는 한편 이를 문학이라는 장르의 서술성과 연계하는 것이 김민우 작가의 독창성일 것이다.

 

김민우, A Child in the Creek 1(2023)
김민우, A Child in the Creek 1(2023)

 

김민우 작가는 자신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나는 자신을 둘러싼 주변적 도시 환경이 내포하고 있는 이질적인 위상과 양태를 파악하고자 하며 이러한 경험된 현실 이면의 현상을 그리는 기록자의 정체성을 취한다. 나의 작업은 회화의 서술적, 혹은 추상적 구조로서 다양하게 전개되며 ‘도외(度外)의 리얼리티’를 재현한다.”

또한 이렇게 덧붙인다. “도시라는 공간에 속해 있지만 스스로 도외시되며 ‘헤테로토피아 heterotopia’로 머무르는 것들의 리얼리티, 이것은 자연적인 방치와 인공적인 구획이 혼재되어있는 도시의 단편들 속에서 내가 지각하는 형식이며 이렇게 내면화된 단편들을 생태학적으로 재구축하는 과정을 거친다.”

작가는 이를 ‘헤테로토피아의 생태학’이라고 부른다.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진 도시의 구석구석처럼, 작가의 작업도 목적지를 두지 않는다. 색들이 층층이 쌓이고 변주되면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도안이 최종적으로 자신이  지각하는 세계를 가장 순수한 형태로서 탐구 가능하게 하는 방법론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헤테로토피아는 미셸 푸코(Michel Foucault)가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다른, 낯선, 혼종된'이란 의미의 헤테로(heteros)와 ‘장소’라는 뜻의 토포스(topos)가 합쳐진 단어로, 일상과는 다른 공간이란 뜻이다. 이는 맥락에 따라 숨을 수 있는 곳, 일탈의 장소, 마음놓고 쉴 수 있는 곳, 새롭게 찾아낸 장소 등을 뜻한다. 

김민우 작가의 3개월의 작업 결과물이 공개되는 이번 전시는 9일(토)부터 18일(월)까지 ‘집현전' 3층 ART & BOOK space 에서 전시된다.

 

김민우, A Child in the Creek 6(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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