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되고 방치되는 공공미술 작품들... 다시 활용하려면
상태바
노후되고 방치되는 공공미술 작품들... 다시 활용하려면
  • 김푸르나
  • 승인 2023.12.15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 공공미술 다시 보기]
(1) 인천의 공공미술, 다른 방향으로 바라보기
김푸르나 / 시각예술가
개발과 변화가 빠른 인천은 새로운 도시가 형성되며 그에 따르는 수많은 공공미술 작품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조형물(조각) 설치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 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설치된 작품은 현재 그 역할을 잃어 사라지거나 방치되고 있는 현상도 적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방식의 공공미술의 대안을 소개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있는 공공미술을 찾아보아야 할 때입니다. 이에 인천in은 공공미술과 관련한 연구, 작품 활동을 해온 예술가들과 함께 인천을 비롯, 국내 외 공공미술의 현황과 추이, 문제점과 대안들을 살펴봅니다.

 

필자는 2020년 우연찮은 기회로 인천 송도의 지역연구와 공공미술 현황에 대해 조사하면서 내 주변의 공공미술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요즘 개인적인 관심사는 공공미술작품(조형물)의 제한적 재료 벗어나기(재료연구), 기존에 방치되어진 공공미술작품을 활용하는 방법 등에 대한 고민이다. 이에 올해 ‘인천문화재단’의 <청년창작활성화지원> 연구지원을 통해 실제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했거나 현장에 작업경험을 가진 예술가들을 섭외하여 이 고민들을 같이 나눠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글은 그동안 우리가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현재 공공미술의 개념은 장식품에 준하였던 이전에 비해 많이 다양해졌다. 일례로 공공미술조형물의 대안적 방향으로 유행했던 ‘미디어파사드’는 도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게 되었고, 2020년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 동네미술’ 사례에서는 커뮤니티가 기반이 된 프로젝트가 많이 진행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주변에서 대부분 볼 수 있는 공공미술작품들은 ‘조형물’이다. 이는 작품이 위치한 장소적 특징 때문 일 수 있지만, 공공미술포털을 통해 통계를 내보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기도 한다.

 

인천의 공공미술 현황, 공공미술포털에 등록된 공공미술 기반 (2019~ 현재)
인천의 공공미술 현황, 공공미술포털에 등록된 공공미술 기반 (2019~ 현재)
인천의 공공미술 현황, 공공미술포털에 등록된 공공미술 기반, (2019~ 현재)
인천의 공공미술 현황, 공공미술포털에 등록된 공공미술 기반, (2019~ 현재)

 

때문에 요즘은 작품이 시민의 쓰임을 요하는 벤치나 조명 등의 ‘관객 참여형’ 형태로 제작되는 경우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작품들은 그 모습을 잘 유지하며 공공미술로서의 역할을 잘하고 있을까?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2015년 송도 센트럴공원 일원에서 국제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송도 아트시티’를 선보였다. 국제적인 프로젝트인 만큼 국내·외 대표적인 공공미술 작가 8명의 작품 10점을 센트럴 파크에서 볼 수 있다.

우리는 개방 후 8년 정도가 지난시점에서 현장답사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 페인트가 벗겨져 다시 도색을 진행한 작품, 부식이 일부 진행된 작품, 변색이 된 작품을 몇 점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중 가장 아쉬웠던 작품은 한경우 작가의 <3큐브>라는 작품이었다. 전반적으로 하얗게 칠해진 바닥, 착시를 유도하는 그의 작품 안으로 사람들이 들어와서 체험하는 관객 참여형 작품으로 소개되어있지만, 오래전에 벗겨진 도색, 부서지고 금이 간 바닥, 금이 간 작품 사이로 자라난 풀 등 이전모습과 역할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저 놀이터 옆에 있는 하얀 골칫덩어리 느낌으로 보였다. 작품의 특징을 모르는지 아니면 사고가 났던 건지 작품 주위를 둘러싼 펜스는 참여형 작품의 의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한경우 작가, 3큐브
한경우 작가, 3큐브
3-1. 한경우 작가, 3큐브 작품전경
3-1. 한경우 작가, 3큐브 작품전경(좌), 작품세부

 

과연 이렇게 방치된 공공미술 작품을 그대로 두어야 할까? 얼마나 많은 공공미술작품이 이렇게 방치되어 있을까? 이러한 장면을 마주할 때마다 항상 의문이 든다. 때문에 필자는 기존에 기획했던 앞으로 생겨나는 인천의 공공미술현황 조사나 제안보다는 현재 수많은 공공미술작품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는 방향으로 이번 글의 주제를 잡았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이에 참고가 될 만한 흥미로운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올해 필자는 요코하마 다문화영화제 프로그램 일환으로 요코하마 주변의 다양한 극장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 중 도쿄의 남서쪽에 위치한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는 일본의 유명한 해안 도시이다. 이곳은 바다를 비롯한 아름다운 경관뿐만 아니라 서핑을 즐기는 젊은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지역을 기반으로 영화제를 만들고 거점공간을 운영하는 ‘시네마 카라반(CINEMA CARAVAN)’ 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이 있다. 시네마카라반은 사진가, 목수, 뮤지션, 화가 등 다양한 아티스트 기반의 프로젝트 그룹으로 장소적 특성에 따라 특정한 기간에 그 지역을 찾아가 ‘이동식 영화제’를 기획한다. 그중 특히 필자가 주목한 활동은 2013년 이쿠치섬(Ikuchi Island)에서 진행한 ‘Ikuchijima Republic of Lemon’인데, 이 영화제의 경우 오래전부터 섬의 바다 위에 설치되어 있었던 공공미술작품을 이용하여 스크린을 만들고 영상을 상영한 프로젝트이다.

 

시네마 카라반(CINEMA CARAVAN). 2013년 일본 ‘이쿠치섬’ 바다에 설치된 공공미술 작품을 활용하여 영화제를 개최하였다.
시네마 카라반(CINEMA CARAVAN). 2013년 일본 ‘이쿠치섬’ 바다에 설치된 공공미술 작품을 활용하여 영화제를 개최하였다.

 

이밖에도 그들은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 찾아가 눈을 쌓아올려 스크린을 만들어 영화를 상영 하거나 지역의 유명한 건축물 또는 지형을 활용하여 스크린을 제작, 영화를 상영하는 등의 활동을 계속 해오고 있다. 때문에 이 프로젝트는 매년 열리지 않고 지역과 지자체의 충분한 협조가 진행된 후 영화제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시네마카라반 프로젝트의 경우 시민들에게 익숙한 영화를 콘텐츠로 하여 지역이 가진 장소성, 환경적 특징, 나아가 공공미술을 함께 알리는 자연스러운 역할을 하고 있어 현재는 반대로 지역에서 프로젝트 제안을 받아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형태의 활동이 현재 방치되고 골칫거리 취급받는 공공미술작품들과 만나 그 지역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활용되면 어떨까 하는 개인적인 바람을 가져본다.

인천은 서울과 가까워 매년 인구가 늘고 있는 특징, 서해를 매립하여 도시를 확장하는 특징들 때문에 현재 다른 도시들에 비해 개발과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곳이다. 현재 ‘공공미술포털’ 현황에서 확인해보면 국제도시로 지정된 송도, 청라, 영종 세 개의 지역은 5년 전까지 급속도로 공공미술 작품들이 설치되었고, 현재는 검단신도시와 부평구, 미추홀구 재개발로 인해 이 지역의 공공미술작품 설치가 크게 늘고 있다. 늘어나는 작품들 사이에서 도시가 가진 정체성을 담은 거대한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작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결국 지역이 가진 장소성, 환경적 특징, 역사 등의 심도 있는 연구와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없이 설치된 작품은 언젠가는 또 방치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