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정무 기능 실종… 군·구와의 정책 조율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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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정무 기능 실종… 군·구와의 정책 조율 '파열음'
  • 최태용 기자
  • 승인 2023.12.2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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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군수·구청장협의회장, 유정복 시장 기자회견 참석 요청에 불응
시·군·구 예산 소요되는 인천형 출산정책 사전 협의없이 일방 추진
"시 정무 기능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공직사회 내에서도 비판 제기돼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18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천형 출생정책 ‘1억 플러스 아이드림’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인천시

 

인천시의 정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18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천형 출산정책 '1억 플러스 아이드림'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인천시가 10개 군·구와 함께 출산 가정에 아이가 만 18세가 될 때까지 모두 1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지원하고 있는 부모급여, 아동수당, 보육료, 교육비 등 7,200만원에 ‘천사(1040만원) 지원금’과 ‘아이 꿈 수당’, 임산부 교통비 등 2,800만원을 더해 1억원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출산율 하락과 맞물려 유 시장 발표는 전국 신문과 방송에 보도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시는 유 시장 기자회견에 앞서 이재호 연수구청장에게 기자회견에 함께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인천 군수·구청장 협의회장인 그가 함께 한다면 시와 군·구가 뜻을 모았다는 점을 부각시켜 더 좋은 그림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장 유 시장 뒤에는 박덕수 행정부시장과 황효진 문화복지정무부시장 만이 서 있었다.

유 시장과 같은 당(국민의힘) 소속인 이재호 구청장이 인천시의 요청을 받고도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인천 군수·구청장 협의회는 그동안 군·구 별로 각각 다른 출산장려금을 동일하게 통일시킬 필요가 있다며 시에 지원을 요구해왔다. 군·구의 출산지원금 규모가 각각이어서 출산장려는 커녕 민원민 유발하고 있다는 목소리였다.

 

인천시청

 

그런데 이 요구에는 일언반구도 없던 시가 어느날 "이렇게 결정됐다"며 새 정책을 들이밀며 기자회견 참여를 요청한 것이다.

유 시장이 기자회견을 연 것은 지난 18일, 이 구청장에게 기자회견 참여를 요청한 것은 15일이다.

이 구청장은 당초 기자회견에 참석하겠다고 회신했으나, 몇몇 기초단체장들과 논의한 뒤 예정된 일정이 있다며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A구 관계자는 "예산 분담 비율도, 사업 내용도 모두 시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군·구도 단체장과 의회가 함께 예산을 결정한다. 시가 이 절차 자체를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전에 정책협의와 조율이 이루어졌다면 이 구청장이 기자회견에 빠졌겠나"라며 "유 시장 욕심이 일을 만들었다"고 했다.

'1억 플러스 아이드림' 정책의 핵심은 '천사 지원금', '아이 꿈 수당', 임산부 교통비 등 2,800만원을 추가 지원하는 것으로 시와 군·구의 예산이 함께 투입된다. 

그런데도 시는 정책 입안 과정에서 군·구와 실질적인 논의를 갖지 않았다.

'천사 지원금'은 아예 논의가 없었고, '아이 꿈 수당'은 초기 구상단계에서 통보됐을 뿐 실질적인 논의가 없었으며, 유 시장 공약사업인 임산부 교통비만 유일하게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군·구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

B구 관계자는 "지원 내용 대부분을 언론 보도로 처음 접했고, 논의가 있었던 일부 내용도 완전히 달라졌다"며 "유 시장 기자회견 다음날 시가 소집한 관계자 회의에서 자세한 내용을 듣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24일 유정복 인천시장(오른쪽)에게 임명장을 받고 있는 황효진 문화복지정무부시장. 사진=인천시
지난 11월 24일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임명장을 받고 있는 황효진 문화복지정무부시장(왼쪽). 사진=인천시

 

이같은 일련의 상황을 놓고 시 안팎에서는 시의 정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무는 정치와 행정의 이음새를 조율하는 시정의 핵심 기능 중 하나다. 군·구 및 시민사회와의 소통없이 만들어지는 시 정책은 파열음을 내기 마련이다.

마침 이행숙 정무부시장 등 유 시장과 함께 시에 입성했던 정무직 공무원들이 대부분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사직한 후여서 시 안팎의 우려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시의 최고위 정무직은 정무부시장으로 지난달 24일 이행숙 부시장 후임으로 황효진 부시장이 취임했다.

공인회계사인 황 부시장은 유 시장의 제물포고 2년 후배로 민선 6기 유 시장 재임 시절 인천도시공사 상임감사 및 사장을 지낸 후 민선 8기 들어서도 시장직 인수위원 등을 지낸 유 시장 측근이다.

황 부시장은 내년 1월 8일 인천시 조직 개편에 따라 글로벌도시정무부시장으로 보직이 변경돼 글로벌도시국, 도시계획국, 도시균형국, 글로벌비즈니스협력단(신설) 사무를 관장한다.

민선 8기 유 시장 1호 공약인 제물포르네상스 사업 추진을 총괄 지휘하는 역할이어서 정무 기능까지 수행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황 부시장의 핵심 업무가 제물포르네상스 사업 추진인 것은 맞다"면서도 "내년 초 황 부시장 직속으로 정무를 전담하는 팀이 구성돼 황 부시장이 군·구 및 시민사회와의 소통도 직접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시가 주요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면서 군·구 및 시민사회와 충분히 소통해 더는 파열음을 내지 않을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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