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장 이어 골프장... 서해 가장 아름다운 섬이 겪은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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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폐기장 이어 골프장... 서해 가장 아름다운 섬이 겪은 수난
  • 인천녹색연합
  • 승인 2024.01.1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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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환경운동 30년]
(6) 굴업도 골프장 건설 반대 운동
인천녹색연합이 지난 11월 25일 창립 30주년을 맞아 30년사 발간사와 함께 시민들과 함께한 15대 환경 활동을 발표했습니다. 인천in은 인천녹색연합과 함께 지난 30년간 전개해온 인천의 주요 환경 이슈였던 15대 환경 활동을 요약 연재하며, 지난 인천지역 환경운동의 활동을 되돌아 보며 나아갈 길을 모색합니다. 

 

1. 계양산, 시민의 힘으로 지키다 _ 계양산 골프장 건설 반대 운동
2. 20여년 만에 끝난 주한미군의 토양오염 사건 _ 문학산 미군기지터 유류오염 정화 활동
3. 한 세기의 그림자를 헤적이며 _ 부평미군기지 환경오염 대응 활동
4. 그날, 바다는 울부짖었다 _ 인천앞바다 바다모래 채취 반대 운동
5. 지금은 토양오염을 우려할 때 _ 동양제철화학 폐석회 처리와 토양오염 대응 활동
6. 억새밭의 바람길을 더 이상 막지 마라 _ 굴업도 골프장 건설 반대 운동
7. 탈석탄 시대, ‘정의로운 전환’을 시작하다 _ 영흥화력발전소 건설 반대 및 조기 폐쇄 운동
8. 갯벌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_ 강화갯벌 매립 대응 활동과 강화·조력발전 저지 운동
9. 계속되는 알락꼬리마도요의 비행 _ 영종갯벌 매립대응 활동
10. 저어새와 함께한 그 여름의 동행 _ 저어새 보전활동과 송도갯벌 매립대응 활동
11. 백두대간의 끝에서 생명의 권리를 외치다 _ 한남정맥 보전활동
12. 쓰레기 제로! 한낮의 꿈일 수는 없으니 _ 수도권매립지 대응 활동
13. 배가 다니지 못하는 운하, 이제는 친수공간으로 _ 경인운하 건설 저지 운동
14. 독도를 지킨 강치, 백령도를 지키는 점박이물범 _ 백령도 점박이물범 보호 활동
15. 생태하천을 향한 끝없는 구애 _ 굴포천 조사와 하천복원 운동 

 

굴업도 해변
굴업도 목기미 해변

 

인천과 핵폐기장 논란

1996년 11월 30일, 정부는 굴업도 핵폐기장 지정고시를 철회했다. 이로써 1995년부터 1년간에 걸친 핵폐기장 반대운동이 마무리되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2004년 5월 31일, 정부가 핵폐기장 후보지로 발표한 명단에 강화군 서도면이 포함되어 있었다. 핵폐기장을 유치하겠다고 청원서를 제출한 전국 10개 지역 중 하나였다. 인천지역 환경단체들은 바로 다음날인 6월 1일에 성명서를 발표해 핵폐기장 추진일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강화도 시민단체와 함께 현장을 답사하며 향후 대책을 논의하였다.

사건의 발단은 강화군 서도면 섬 지역의 일부 주민들이 핵폐기장 유치 청원서를 제출한 데서 시작되었다. 인천녹색연합을 포함한 환경단체들은 서도면은 섬이기 때문에 선박운송에 따른 위험성이 높으며, 천연기념물인 저어새 보호지역이므로 생태적으로 보전되어야 할 곳이라는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반대 여론이 확산되자 강화군은 2004년 7월, 핵폐기장 유치 신청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 과정에서 굴업도의 사례가 사람들 사이에 언급되며 똑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굴업도는 몇 년이 지난 후 전혀 엉뚱한 곳에서 새로운 문제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번에는 핵폐기장이 아니라 골프장이었다.

2008년 7월 14일, CJ그룹의 계열사인 C&I레저산업(주)이 인천시에 사전환경성검토서(초안)를 제출했다. 굴업도를 대상으로 한 오션파크 관광단지 조성사업에 관한 것이었다. 콘도미니엄과 리조트는 물론, 18홀의 골프장도 계획에 들어 있었다. 이에 앞서 같은 해 4월에도 사업계획서를 내놓은 적이 있었는데, 인천시는 18홀 골프장을 만들려면 자연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면서 시설축소, 또는 완전제외라는 방침을 내렸다. 한강유역환경청 등 관련기관도 골프장은 토지이용에서 삭제할 것을 요청하였다. 그런데 다시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것이다.

인천녹색연합은 한 달 후인 8월 14일, 우이령보존회, 인천녹색회, 인천환경운동연합과 함께 C&I레저산업(주)이 제출한 사전환경성검토서(초안)을 분석해 종합의견을 내놓았다. 우선, 수질조사와 식생조사를 임의대로 실시하여서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보았다. 현지 주민의 생활을 보장하는 방안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섬의 면적에 비해 골프장의 규모가 커서 산을 절토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해 공청회를 열 것을 촉구하였다.

업체 측은 ‘굴업도 환경관련 자문단’을 만들어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겠다고 했으나, 자문단에는 반대 입장을 밝혀 온 환경단체들이 포함되지 않았다. 회피성 조처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즉시 굴업도 개발을 막기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 먼저 2009년 4월 27일에 17개 환경단체들이 모여 ‘제1회 굴업도 포럼’을 열었다. 굴업도 생태 사진전도 함께 마련했다. 인천지역 시민사회계뿐 아니라 천주교, 불교, 기독교, 원불교 등 인천지역 종교계 지도자들도 한목소리로 골프장 중심의 개발이 아닌 보전을 주장했다.

인천녹색연합은 2009년 7월 22일부터 24일까지 청소년들과 함께 굴업도에서 여름갯벌학교를 열었다. 끝없이 펼쳐진 억새밭을 보며 굴업도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하는 행사였다. 2009년 11월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주최하고 국토해양부, 환경부, 산림청이 후원하는 ‘2009,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에서 굴업도는 환경부 장관과 네티즌이 뽑은 인기상을, 송도갯벌은 국토해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인천경기만의 보물섬, 굴업도

굴업도는 먹구렁이, 매, 검은머리물떼새를 비롯한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등 생태적으로 우수할 뿐 아니라 파도에 의한 물리적, 화학작용에 의해 생성된 해식지형 등은 학술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문화재청에서 천연기념물 지정을 검토하기도 했다. 2007년 9월 인천시의 ‘인천연안도서 해양환경조사및보전관리계획’ 보고서에서는 절대보전지역지정의 필요성이 언급되기도 했다.

인천녹색연합은 ‘굴업도를 지키는 시민단체연석회의’에 참가해 활동했다. 이와는 별도로 2011년 5월 12일에는 ‘굴업도를 사랑하는 문화예술인 모임’도 만들어졌다. 연석회의는 CJ가 골프장 중심의 개발계획을 수립하던 2010년 3월, 굴업도에 약 4000평의 토지를 가지고 있는 한국녹색회와 해당부지에 공공적인 해양환경센터건립협약을 체결하고 센터건립을 위한 국제건축공모전을 진행하였다. 그러던 중 2011년 11월 인천시의 굴업도 골프장불허방침이 발표되었고, 한국녹색회는 국제공모전과 해양환경센터건립 협약을 이행하지 않았고 이에 연석회의는 2012년 7월 한국녹색회와의 연대를 철회했다. 이와 관련하여 세월호 참사 이후 2014 지방선거에서 한국녹색회와 굴업도보전운동이 언급되기도 했다.

굴업도 개발에 반하는 조치들도 계속 이어졌다. 문화재청은 2009년 2월 25일에 분과위원회를 열어 굴업도에 속한 소굴업도, 일명 토끼섬을 천연기념물로 지정예고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섬 주변 500m 이내에서는 개발행위가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옹진군이 반대하고 나섰는데 개발이 어려워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굴업도 골프장 논란은 2014년 CJ그룹이 사업계획을 철회하면서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굴업도의 대부분은 CJ 소유이다. 굴업도는 서해의 가장 아름다운 섬 중 하나이지 천혜의 경관과 생태계를 간직하고 섬으로 여전히 대규모 개발의 여지가 남아 있다. 연석회의는 대규모 토목개발이 아닌 자연환경을 보전하면서 지속가능한 섬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생태관광의 모범 사례를 굴업도에서 만들 수 있도록 인천시의 적극적인 정책수립을 요구했다.

섬지역의 자원이 한정되어 있고 환경변화와 파괴에 민감하다. 핵폐기장과 골프장 논란을 겪은 굴업도를 계기로 환경운동가와 전문가들은 2011년 인천 연안 섬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보존과 발전을 위해 인천섬연구모임을 결성했다. 꾸준한 답사와 연구총서를 발간한 인천섬연구모임은 2016년 10월 28일 사단법인 황해섬네트워크를 설립했다.

인천녹색연합은 굴업도를 생태관광 섬으로 알리는 것이 굴업도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청소년섬바다기자단에서 굴업도의 자연환경의 우수성을 취재보도하고 회원대상으로 생태기행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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