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작별인사를 할 수 있는 단 1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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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작별인사를 할 수 있는 단 1가지 방법
  • 최원영
  • 승인 2024.01.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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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140화

 

 

사랑하는 아내를 병상에 둔 가난한 시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무명의 전업 작가이어서 원고료도 몇 푼 되지 않았고 여기저기서 부르는 강의 요청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내가 있는 병원까지 걸어가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집에서 병원까지는 무려 십여 킬로미터나 되었습니다. 시인은 철둑길 사이에 핀 꽃을 꺾어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3년째 깨어나지 못하고 누운 아내 곁에 그는 꽃을 조심스레 놓았습니다. 그 옆에 예쁜 그림엽서도 한 장 놓았습니다. 엽서에는 이런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당신이 내 곁에 있어서 행복해.’

그날은 아내의 생일이었습니다.

《긍정의 생각》(김형수)에 나오는 이 예화를 읽으면서 제가 병상에 누운 아내를 둔 남편이 되어보았습니다. 엽서에 ‘당신이 내 곁에 있어서 행복해.’라는 글을 쓸 때 나는 어떤 심정이 들었을까. 철길에서 꺾은 꽃과 슬픈 사랑의 심정으로 쓴 엽서를 아내의 머리맡에 놓을 때의 심정은 또 어땠을까. 얼굴에는 미소를 지으며 엽서를 놓았겠지만, 마음속엔 눈물이 바다를 이루었을 겁니다.

이번에는 아내가 되어보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나는 삼 년째나 말도 못 한 채 식물인간으로 살고 있습니다. 생활력이 없는 남편이지만 그래도 마음씨만큼은 너무나도 착한 사람입니다. 신혼 때는 그에게 희망도 걸어보았습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돈을 벌어올 생각은 하지 않고 구석방에 하루 종일 틀어박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시를 쓰는 남편이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병들어 꼼짝도 못 하고 죽음만을 기다리는 지난 3년 동안 그렇게도 답답했던 남편, 버스비도 없어 걸어오는 남편, 그러나 그 사람만이 병실을 찾아주었습니다. 이제는 그런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동안 더 잘해주지 못해서 말입니다. 이젠 잘해주고 싶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나는 죽음이 두렵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제 곁에 늘 있어 줍니다. 그런 그가 너무나도 고맙고 든든합니다.

이런 남편에게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송정림)에 나오는 짧지만 강렬한 삶의 메시지를 주는 글을 전하고 싶습니다.

“평생 산골에서 일하느라 허리가 굽고 치아는 하나밖에 없는 99세 노모를 위해 손수레를 만들어 900일 동안 여행한 74세 아들이 있다. 나는 제목을 이렇게 붙이고 싶다.

‘당신과 함께 하는 시간이 내 생에 가장 행복했습니다.’

이런 작별인사를 할 수 있는 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작별인사를 들을 수 있는 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별인사는 상대가 가장 어려울 때, 가장 외로울 때 함께 그 사람 곁을 지켜주는 아픈 기억이 많아야만 할 수 있는 인사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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