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을 여론조사 불공정 논란… "문항·시기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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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을 여론조사 불공정 논란… "문항·시기 부적절"
  • 최태용 기자
  • 승인 2024.01.22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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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22일 적합도 조사 시작… 같은 날 언론사 자체 적합도 조사 발표
강남규만 '이재명 캠프' 경력 소개, 당 조사에선 정치인 이름 들어간 경력 배제
타 출마예정자들 "민의 왜곡·유권자 혼란, 당에 문제 제기할 것"
강남규 "내가 요구한 여론조사 아냐, 오해 할 수 있지만 억측 자제해야"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인천 서구을 출마 예정자 신동근 국회의원, 허숙정 예비후보, 강남규 예비후보, 김종인 예비후보.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인천 서구을 출마 예정자 신동근 국회의원, 허숙정 예비후보, 강남규 예비후보, 김종인 예비후보.

 

인천 서구을 선거구에서 진행된 한 총선 여론조사가 논란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출마예정자들의 후보 적합도 조사인데, 특정인에 유리하게 설계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구을 출마를 준비하는 강남규 예비후보는 22일 오전 본인이 1위로 나온 '서구을 민주당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를 문자메시지로 돌렸다.

언론사 프레시안이 의뢰하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진행한 이 조사에서는 강 예비후보가 24.0%, 지역구 현역 신동근 의원이 20.4%, 김종인 예비후보 9.1%, 허숙정 예비후보 6.1% 순으로 적합도가 나왔다.

하지만 강 예비후보와 함께 언급된 다른 출마예정자들은 이 설문조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설문지를 보면 5번 문항이 당내 적합도를 묻는 내용이다.

무작위로 안내되는 보기 1~4번이 '전 이재명 대통령후보 선대위 정무특보 강남규', '전 더불어민주당 인천 서구청장 후보 김종인', '현 인천시 서구 을 국회의원 신동근', '현 초선, 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허숙정'이다.

여기서 문제로 지적되는 점은 강남규 예비후보의 이재명 대선 선대위 경력이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 자체 당내 적합도 조사에서 'OOO 대통령 후보 특보, 유세단장' 등의 명칭은 물론, 이재명·문재인·노무현 등 특정 정치인 이름도 경력에 넣지 못하게 했다.

특정 정치인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만으로 여론조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종인 예비후보는 "대선 때 이재명 캠프에서 일하지 않은 민주당원이 누가 있겠나"라며 "캠프 직급으로 따지면 내가 더 높았다. 경선은 그런 것을 따지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예비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인천선대위 부본부장과 공보단장을 맡았다.

여론조사 공표 시기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여론조사는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됐다. 프레시안은 22일 오전 조사 결과를 기사화했고, 강남규 예비후보도 같은 날 오전 페이스북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를 시각화한 그래픽을 뿌렸다.

그런데 22일은 민주당 차원에서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시작한 날이다. 인천은 현역 국회의원이 있는 지역구를 대상으로 22~23일 적합도 조사를 진행한다.

강 예비후보가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내세워 적합도 조사 기간 편승효과를 유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신동근 의원실 관계자는 "당 차원의 적합도 조사가 시작되는 날 문제가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퍼뜨렸다는 건 지역 유권자들에게 혼선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당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허숙정 의원실 관계자도 "공표 시기가 부적절했다"며 "민의를 왜곡할 수 있는 일이다. 당에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강남규 예비후보와 여론조사를 의뢰한 프레시안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강 예비후보는 "특정 정치인 이름을 쓸 수 없는 건 당에서 실시하는 여론조사다. 이건 언론사의 여론조사라 해당되지 않는다"며 "내가 요구한 여론조사가 아니다. 우연찮게 시기가 겹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안심번호 수집에 열흘 정도 걸린다. 이 설문 결과를 이용하려면 당 차원의 적합도 조사 시점까지 알아야 한다는 얘긴데, 내가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며 "오해는 할 수 있지만 억측은 자제해달라"고 했다.

프레시안 관계자도 "(다른 출마예정자들의) 문제 제기는 당사자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이라며 "(그것에) 특별히 할 말은 없다"고 했다.

이어 "이번 총선에서 여론의 지표가 될만한 지역을 선택해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구을은 그중 하나"라며 "영남과 호남 여론조사 결과도 계속 기사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여론조사는 지난 20~21일 인천 서구을 선거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2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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