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에 고등어 초절임... 선명해지는 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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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에 고등어 초절임... 선명해지는 미각
  • 유영필
  • 승인 2024.01.24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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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유영필 약사의 인천 맛집탐방]
(10) 신포동 동경참치

초겨울의 어느 날! 필자는 항상 이 시기가 되면 고등학교 졸업 30주년 기념행사를 떠올리게된다. 본의 아니게 동기 대표가 되어 2년간의 준비 끝에 행사를 치뤘다. 준비 기간 많은 친구들이 도움을 주었다. 10년이란 세월이 흘렀어도 그때 도움을 준 친구들을 잊지 못한다. 그 당시 중요한 회의겸 뒷풀이 장소로 즐겨 다녔던 곳이 참치 횟집이었다.

특히 당시 총무를 맡았던 친구가 참치를 무척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머리를 싸매고 회의를 하다가도 뒷풀이 장소가 참치집이라고 하면 기분이 좋아지곤 했던 모습이 생각이 난다. 물론 친구인 나를 배려해서 더욱 좋아했던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본인보다는 주변 사람을 항상 배려해주던 친구였기에 마음이 더 아프다. 좋아하며 해맑게 웃어주던 모습을 또 보고 싶으나 지금은 세상에 없어 그저 기억 속에서 그 친구를 볼 수밖에 없음이 너무도 안타깝고 아쉽고 그립다.

참치 집은 나에게는 추억이 서려있는 곳이다. 그래서 친구들과 오랜만에 참치집의 추억을 느껴보고 싶어졌다. 그 당시 다니던 참치 집은 없어졌길래 친구한테 아는 곳을 추천해달라고 하니까 신포동 동경참치에서 보자고 연락이 왔다. 1주일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2명의 친구를 동경참치에서 만났다.

 

동경참치, 외관과 내부
동경참치, 외관과 내부

 

오랜만에 참치 집에 와서 그런지 상당히 낯설었다. 가격도 많이 달라져 있었고 무엇을 주문해야 하는지도 결정하기가 상당히 망설여졌다. 다행스럽게도 친구가 주문을 해주었다.

잠시 후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삶은 소라, 새우장, 광어회, 고등어 초절임, 멍게와 샐러드, 참치 조림, 참치 튀김 등이 나왔다. 잠시나마 일식집에 온게 아닌가하는 착각을 일으켰다. 특히 오랜만에 맛보는 고등어 초절임은 고등어의 비릿함이 새콤한 맛과 어우러저서 묘한 맛이 느껴젔다, 싫지 않은 비릿함이 느껴젔다. 그 맛으로 인해 나의 미각이 선명해지는 것 같았다.

참치조림은 여느 생선조림과 비슷했는데 고등어나 갈치와는 달리 약간은 퍽퍽한 살맛을 느꼈다. 반면에 참치튀김은 정반대로 엄청 부드러운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튀김의 고소함과 부드러운 느낌이 나의 입안을 즐겁게 해주었다.

 

고등어 초절임을 비롯한 밑반찬(좌), 샐러드
참치 조림(좌)과 참치 튀김
참치 조림(좌)과 참치 튀김

 

나온 밑반찬으로 친구들과 대화를 이어가던중 드디어 실장님(주방장)께서 직접 다양한 부위의 참치회를 가지고 오셨다. 그리고 친절한 설명이 이어젔다. 참치 가마살(턱살), 뱃살, 속살, 황새치 뱃살 등 여러 부위를 친절하게도 맛있게 먹는 방법까지 알려주셨는데, 죄송하게도 기억에 남은 건 몇 가지가 안되었다.

그래도 남은 기억으로 마블링(기름기)이 많은 부위는 소금, 마블링이 적은 부위는 참기름 소금장 또는 간장에 찍어 먹었다. 마블링이 골고루 퍼져있는 뱃살 한 점을 소금에 살짝 찍고 와사비 약간을 얹은 후 무순과 단무지를 섞어 김에 싸서 입안에 넣으니 참치의 고소함은 물론이고 10년전 추억들이 떠올랐다. 아카미라 불리는 속살은 마블링은 보이지않고 새빨간 색을 띠고있어 마치 소고기 육회를 보는 듯했다. 기름장에 찍어 묵은지에 싸서 먹으니 담백한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 외에도 가마살, 머릿살 등 여러 부위를 맛보았는데 그 맛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었으나 어느 것이 좋다 안좋다 라고는 말하기 어려웠다. 굳이 말하자면 다들 훌륭한 고소함에 부위 별 색다른 맛이 더해졌다고 할 수있었다.

그런데 필자는 이상하게도 붉은색의 참치보다도 흰색의 황새치 뱃살이 제일 맛있었다. 기름장에 찍어 입에 넣고 씹는 순간 꼬들거리는 식감과 마치 우유 맛을 연상케하는 고소함이 나를 새로운 맛의 세계로 안내하는 느낌을 받았다.

 

참치회(좌), 두번째 나온 참치회
참치회(좌), 두번째 나온 참치회

 

접시에 놓여진 참치회가 거의 없어질 때 쯤 리필을 부탁드려도 되나 고민하던 중 실장님이 또 다른 부위의 회를 가지고 오셔서는 또 다시 친절한 설명을 해주셨다.

특히 이번에 가져온 회중에는 황새치 뱃살과 비슷한 부위가 나왔는데 많이 딱딱한 느낌이 들어 “이건 또 뭐지?” 하는 생각에 여쭤봤더니 황새치 가마살(턱살)이라고 알려주셨다. 뱃살과 비교해 고소함은 비슷했으나 조금은 딱딱해서 입안에서 굴리다가 씹으면 고소함이 입안에 터지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부위였다.

그 외에도 여러 특수 부위를 맛보게 해주셔서 제일 저렴한 가격으로 주문했는데도 이  정도면 더 높은 급은 어느 정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치회로 이미 감동적인 식사를 마쳐갈 때 쯤 참치와 연어로 만든 초밥과 참치구이, 새우 튀김, 김말이, 우동 등이 나왔다. 이젠 음식의 다양함에 일식집이 아닌 뷔페에 온줄 알았다. 하나하나의 음식에는 온갖 정성과 노하우가 깃든 맛이 느껴졌다.

 

특수부위 참치회(좌), 참치구이(가운데), 새우튀김
특수부위 참치회(좌), 참치구이(가운데), 새우튀김

 

이 집은 2000년에 오픈해서 아직까지 명맥이 이어져 오고 있다고 했다. 그 사이 실장님이 몇분 바뀌긴 했으나 지금 계신 실장님이 2015년부터 이어받아 해오고 있다고 하니 벌써 9년째 접어들었다. 코로나 시절의 어려움을 이겨낸 비결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참치회의 구성, 밑반찬의 맛과 다양성, 실장님과 같이 일하시는 분의 배려 깊은 친절함  등 어느것하나 부족함이 없는 집이었다.

같이 간 친구들도 인천에 이런 참치 집이 있다는게 놀랍다고 말하는 걸 보면 다들 매우 만족스런 식사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집은 음식이 워낙 다양해서 온 가족이 와서 즐겨도 될듯 싶었다. 편한 사람들과 특별한 식사를 원한다면 이곳 동경참치를 권해본다.

 

메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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