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슬램덩크’에 열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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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슬램덩크’에 열광하는가
  • 윤세민
  • 승인 2024.01.31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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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민의 영화산책] (16) 『더 퍼스트 슬램덩크』
윤세민 / 경인여대 영상방송학과 교수. 시인, 평론가, 예술감독
'슬램덩크' 팬들 대다수는 북산고 전설의 5인방 - 강백호, 서태웅, 송태섭, 정대만, 채지수 - 개성 만점, 열정 만점의 이들 주인공을 결코 잊지 못한다.
'슬램덩크' 팬들 대다수는 북산고 전설의 5인방 - 강백호, 서태웅, 송태섭, 정대만, 채치수 - 개성 만점, 열정 만점의 이들 주인공을 결코 잊지 못한다.

 

어릴 적 즐겨 보던 만화 속 주인공이 영화 스크린으로 날아올랐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포츠 만화의 레전드 <슬램덩크>의 신극장판이다. 만화 <슬램덩크>는 일본과 한국의 현재 중년들이 청소년 시절 교과서 이상으로 보고 또 보던 스포츠 만화의 레전드요 바이블이었다. 오직 농구에 자신의 모든 걸 쏟아 붓는 5인의 멋진 캐릭터에 우리는 얼마나 울고 웃고 감동했던가.

 

국민 만화로 자리매김한 <슬램덩크>

<슬램덩크>는 일본의 주간 <소년 점프>에 연재되었던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농구 만화다. 1990년 주간 <소년 점프> 42호로 연재를 시작, 6년간 연재를 이어가며 1996년 27호로 종료되었다. 이후 단행본 만화 전 31권 완결로 현재 일본 누계 발행부수 1억 7000만 부를 돌파하며, ‘1억부 클럽 만화’와 ‘일본 국민 만화’로 자리매김해 있다.

한국에선 1992년 도서출판 대원이 <주간 소년 챔프>를 통해 연재를 개시하여, 총 31권의 단행본을 정식 발매했다. 이후 2001년 완전판, 2007년 완전판 프리미엄, 2015년 오리지널 복간판(신판), 2018년 신장 재편판(전권의 커버 일러스트가 원작자의 새로운 일러스트로 교체된 판)을 냈다. 즉, 한국에서도 무려 26년간 만화 <슬램덩크>가 각종 판을 거듭하며 세대를 이어가는 스테디셀러로 꾸준한 사랑을 받았음을 얘기한다.

더욱이 만화 <슬램덩크>를 원작으로 일본과 한국에서 각각 여러 편의 TV 애니메이션이 20년에 걸쳐 방영되었고, 급기야 ‘구 극장판’으로 총 4편의 영화가, 또 금번에 ‘신 극장판’으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제작 상영되면서,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만화로, 애니메이션으로, 영화로 매체에 상관없이 변함없는 인기와 화제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슬램덩크> 인기 요인, 세 가지

과연 무엇이 이토록 <슬램덩크>에 열광하게 한 것일까? 그 인기 요인을 살펴보자.

첫째, 캐릭터의 강렬한 매력이다. 사실 <슬램덩크>의 스토리는 ‘농구 경기’ 위주로 매우 단순한 편이다. 그렇기에 시간이 지나도 작품을 추억시키는 건 스토리보다는 캐릭터이다. 스토리의 흐름과 결말은 기억하지 못해도, 주인공의 이름이나 얼굴과 개성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작품에서 등장인물의 매력이 강렬했다는 걸 웅변한다. <슬램덩크> 팬들 대다수는 사실 농구보다는 인물이 좋아서 작품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것이리라. 북산고 전설의 5인방 - 강백호, 서태웅, 송태섭, 정대만, 채치수. 개성 만점, 열정 만점의 이들 주인공을 어찌 잊으랴.

둘째, 열정, 희생, 배려, 진정성이다. 이 네 키워드는 작품의 스토리와 인물에 뭉클뭉클 배어 있다. 먼저,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사정과 환경은 다 다르다 하더라도 농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대단하다. 수많은 장애물과 한계를 극복해 가며 쏟아내는 농구와 승리를 향한 열망과 열정은 북산고 5인방 주인공들은 물론이고, 상대방 팀들의 조연과 단역 인물에게서도 끊임없이 분출된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승리를 위해서 바쳐지는 이들의 희생과 배려가 뭉클하게 한다.

그것은 선수들에게서만이 아니라 지도자와 선수 간에, 또 선수들을 둘러싼 친구들과 가족 간에도 문득문득 드러난다. 과하지 않게 그러나 아주 진하게. 그리고 이 열정, 희생, 배려를 힘입게 받쳐주는 것이 바로 진정성이다. 진정성이 없다면 그것들은 잠깐 반짝이고 말 것이다. 정녕 진정성이 담보되었기에, <슬램덩크>는 농구와 스포츠를 넘어 진정한 삶의 가치와 철학을 우리에게 던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셋째, 작가의 능력이다.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이 <슬램덩크>로 일본의 국민 작가 반열에 이른 인물이다. 사실, <슬램덩크>의 연재 초기만 하더라도 이리 큰 반응을 얻으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었다. 사실 농구는 일본에서 그렇게 인기 있는 스포츠가 아니었다. 지금까지도 일본의 국민 스포츠는 야구다. 당연히 만화라는 장르도 야구를 배경으로 거의 만들어지곤 했다. 그런 상황에서 농구라는 비인기 스포츠물을 소재로 삼는다는 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터. 그럼에도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슬램덩크>라는 도전은 대박을 넘어서 초대박 히트를 치게 된다.

그 배경엔 작가의 스토리 구성은 물론 빼어난 작화력과 장면 연출이 있었다. 스포츠의 긴박감 넘치는 장면을 하나하나 그려 내는 건 어지간한 작화력이 아니면 안 된다. 더욱이 농구는 단 몇 초만에 점수는 물론 승패까지 좌우되는 상당히 스피디한 게임이다. 따라서 농구 경기 자체의 긴박감, 또 40분 동안 쉬지 않고 뛰어다니는 양 팀 10명 선수들의 몸동작과 손놀림까지 초단위의 현장감을 섬세한 터치로 온전히 보여 준 작가의 작화력과 장면 연출은 가히 천재 수준이라 할 만하다. 그런 명장면과 함께 간간히 선보인 개그풍의 그림들은 그런 긴장감과 긴박감을 잠시 쉬어가게 하는 양념 요소로 작용하기까지 했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배경과 매력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2022년 12월 3일 일본에서 개봉한 신 극장판이다. 국내에서는 2023년 1월 4일 개봉했고, 개봉 1주년을 맞아 올해 1월에 다시 재개봉되었다.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감독과 각본을 맡았으며, 원작에서 최종전인 산왕공고와의 전국대회 32강전을 다루고 있다.

원작 만화 <슬램덩크>는 농구 경기의 현실적인 묘사뿐 아니라 북산고 농구부원들 각자의 사연이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 주인공 강백호, 서태웅을 비롯해 정대만, 채치수 등 이들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가슴 벅차게 전했다. 다만 송태섭은 이렇다 할 과거사가 별로 없었다.

그렇기에 금번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 송태섭 과거사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 점은 의미 있다. 원작에는 없었던 그의 성장사를 지켜보며, 아픔과 어려움 속에 농구를 향한 열정이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한다. 더욱이 메인 매치인 산왕 전에서 북산고 농구부원들의 응어리 진 무엇의 해결을 클라이막스로 풀어낸다. 그 지점이 경기의 재미와 함께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러면서 주인공 5인방 모두가 힘을 합쳐 마침내 난관을 극복하고 승리를 이루어낸다는 메시지를 뜨겁게 전한다. 그런 가운데 원작의 명장면, 명대사 재현도 놓치지 않으며 감동을 배가시킨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세대를 이어가며 여전히 식지 않는 <슬램덩크>의 인기. 만화와 영화의 후속편이 더욱 궁금해진다. 팬들이 가장 바라는 후속편은 마지막 산왕전 이후의 스토리일 것이다. 부상에서 회복한 강백호가 북산고에 복귀해 그 다음 이야기를 펼쳐내는 것이다. 전국대회에서 아깝게 탈락한 북산고 농구부원들이 다시 힘을 합쳐 정상에 도전하는 과정을 꼭 보고 싶다. 아울러 이번 극장판처럼 원작의 명승부를 북산고 농구부 누군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이번 편이 송태섭이 중심이라면 다음은 정대만, 그 다음은 채치수 등이 주연으로 나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길 기대한다. 그 또한 예전의 재미와 감동을 더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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