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곶돈대 안 연미정, 이상은의 '둥글게'
상태바
월곶돈대 안 연미정, 이상은의 '둥글게'
  • 고진현
  • 승인 2024.02.06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화따라 음악따라]
(3) 월곶돈대 안 연미정 (BGM - 이상은의 ‘둥글게’)

 

연미정 전경

 

강화읍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강화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장소 한 곳을 뽑자면 ‘연미정’을 추천하고 싶다. 월곶돈대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연미정은 커다란 정자다. 연미정 앞쪽에 흐르는 물은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으로, 물길 모양이 제비 꼬리와 같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월곶돈대는 조선 숙종 5년 강화유수 윤이제가 정비한 돈대로 타원형을 이루고 있다. 낮은 언덕을 오르면 월곶돈대 문 너머로 연미정과 보호수 나무가 모습을 드러낸다.

 

월곶돈대(좌)와 안쪽에 자리한 연미정(우)

 

필자는 연미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강화 친구들과 아프리카 춤을 배우기도 했고, 관광객 대상으로 평화의 소리 채집하기 프로그램도 진행했으며(늘(NLL)평화 철책길 아트투어), 통기타 하나 들고 공연을 열기도 했다. 포근한 계절에는 정자에 혼자 앉아 바람을 벗 삼아 김밥을 먹었다. 가만히 앉아 쉬다 보면 저 멀리서 날아온 새들이 울고 낮잠을 자던 동네 백구들이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필자가 2022년에 4개월간 연미정에서 진행한 ‘평화의 소리 채집하기’는 관광객들이 연미정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녹음해 서로 들려주고, 그 소리를 모아 하모니를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다. 평화에 쓰이는 한자 ‘평(平)’은 ‘평평할 평’으로 소리의 울림이 고르게 퍼져나간다는 뜻을 형상화한 한자이다. 필자는 평화의 의미를 이렇게 해석했다. 연미정에서 북한까지 직선거리로 약 4km이다. 맑은 날에는 바다 건너 모습이 너무나 선명해 낯설기도 하다. 비록 물리적으로는 닿을 수 없지만, 소리는 바람을 타고 어디로든 갈 수 있다. 다 함께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채집한 소리를 바람에 실어 평화가 필요한 곳으로 전해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연미정에서 본 북한(좌), 주변 풍경(우)

 

연미정 옆에는 커다란 보호수가 있다. 몇 년 전에는 쌍둥이 나무라 하여 연미정 양옆에 두 그루의 보호수가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9년도 태풍 링링으로 인해 500년 된 보호수 한 그루가 쓰러졌다. 피해를 본 느티나무는 지상으로부터 약 1m부터 위 줄기가 완전히 부러져 남은 뿌리와 밑동만 그대로 남아있다. 다녀간 이들의 염원인지, 자연의 생명력인지, 고목은 아직 죽지 않고 조금씩 돋아나고 있다. 줄기는 부러졌지만 500년이란 세월을 지탱하며 살았던 뿌리는 굳세게 남아 나무의 오랜 기억을 간직하며 살아내고 있다.

 

500년된 보호수
500년된 보호수
다시 자라나는 나무
태풍으로 쓰러진 나무에 다시 자라나는 나무

 

이번 칼럼에서는 이상은의 『둥글게』라는 노래를 추천하려 한다. 이상은은 직접 작곡과 작사를 하는 싱어송라이터이다. 자기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음악 안에 담는 뮤지션이다. 중성적이고 부드러운 이상은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노랫말이 따뜻하고 인상적이다. 둥그런 월곶돈대 안에 자리한 연미정에서 둥글게 모여 앉아 시간을 보냈던 지난날이 떠올라 선곡하게 되었다. 가사 중에 ‘작은 빗방울이 세상을 푸르게 하듯이, 부드러운 것이 세상을 강하게 하듯이’라는 문장이 있다. 노래 가사처럼 한순간에 부서진 커다란 고목 나무는 오늘도 작은 새싹을 피워내고 있다. 누군가는 연미정에 걸터앉아 저 멀리 바다 건너로 작은 마음을 바람에 실어 보낸다. 작은 움직임, 작은 마음, 작은 사랑들이 쌓인다면 조금이라도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작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지켜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은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시선을 가져야 한다. 서툴지만 천천히 시야를 넓혀 본다. 가장 먼저, 거센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나 자신의 마음부터 들여다본다. 바람이 포근한 날 연미정에 걸터앉아 음악과 함께 내 속에서 꿈틀대는 작은 마음을 발견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연미정에서 내려오는 길
연미정에서 내려오는 길
연미정 버스 정류장
연미정 버스 정류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